까칠한 교육부 장관
새 학기 시작을 앞둔 금요일 아침, 교육부 장관님은 각 시?도의 교육감들을 소집했다. 한 학급당 20명인 학생 수를 30명으로 늘리고, 학생이 모자란 학급은 모두 폐쇄하겠다는 새로운 교육 방침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교육부 장관님의 계획은 선생님 수를 줄여 금고가 바닥나게 생긴 교육부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이런 사정도 모르고 신입생을 포함해 학생 수가 29명뿐인 양들의 섬에서는 개학 준비가 한창이다.
금요일 아침, 장관님은 널찍한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로 팔을 쭉 뻗어 단축 번호 버튼을 눌렀어요.
〔……〕
요즘 들어 교육부의 형편이 아주 나빠졌어요. 금고가 바닥이 날 지경이라지 뭐예요? 그래서 깊은 고민 끝에 장관님은 기발한 생각을 해냈답니다. 바로 한 학급당 20명인 학생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거예요. 그러면 선생님들의 수가 줄어들겠지요?
장관님은 이 기발한 생각을 발표하려고 교육감들을 급히 불러 모은 거였어요.
세 시간 뒤, 각 시·도의 교육감들이 한자리에 모였어요. 장관님은 자신감이 뿜뿜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지요. 그러자 교육감 한 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답니다.
“30명이 되지 않는 학급은 어떻게 하죠?
“그런 학급은 모두 폐쇄합니다!”
장관님은 고민할 새도 없이 나무 책상을 펜으로 탕! 내려치면서 단호하게 말했어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휙 나가 버렸지요.--- p.10~11
서른 번째 학생
개학 날, 섬마을 학교에 찾아 온 장학사님은 학생 수가 하나 모자라니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마을 이장님과 선생님이 섬의 사정을 설명해 봐도 들으려 하지 않고, 이장님은 교육부 장관님과 직접 이야기하기 위해 파리에도 다녀오지만 그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장님과 이장님의 딸 잔느는 깊은 실망과 고민에 빠진다.
그때 문득 집에서 기르던 양 ‘뱅상’이 눈에 띄고, 뱅상을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 수를 채우기로 결정한다. 학교에 입학한 양의 이야기는 섬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퍼져, 온 나라에 들썩이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섬으로 몰려와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도 뱅상의 이야기로 뒤덮였다.
선생님이 막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교실 문이 활짝 열렸어요. 곧이어 수의사 이장님이 교실로 들어왔어요. 이장님 품에는 양 한 마리가 안겨 있었지요.
“폴린 선생님, 그리고 여러분! 서른 번째 학생을 소개할게요. 이름은 뱅상입니다.”
“학생이라니요? 사람이 아니라 양이잖아요!”
폴린 선생님이 놀라서 외쳤어요.
“이제 16개월이 됐으니, 사람 나이로 치면 대충 일곱 살 정도예요. 1학년으로 입학시킵시다. 양이면 어때요? 어쨌든 우리 학교 학생이 됐으니까 학생 수에 넣어야지요. 장학사님한테 학생들 수를 다시 세러 와 달라고 연락할게요. 그러면 다 잘될 거예요.”
“……좋아요. 입학을 축하해, 뱅상!”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선생님이 먼저 뱅상한테 환영의 인사를 건넸어요.
“매애애!”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뱅상도 답인사를 했어요.--- p.32~33
양들의 섬에 발이 묶인 장관님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교육부 장관님은 자기를 무시했다고 씩씩거리며 양들의 섬으로 직접 찾아가 담판을 짓기로 한다. 파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한 잔과 마을 주민들은 장관님을 설득하기 위해 저마다 온갖 방법을 사용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장관님은 의기양양하게 돌아가려고 했으나 폭풍우 때문에 섬에서 하루 더 머무르게 된다.
그날 밤, 불편하고 추운 잠자리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던 장관님은 마을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양 뱅상을 만난다. 하지만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는 바람에, 근처의 낡은 헛간으로 함께 몸을 피한다. 요란스러운 천둥번개와 비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양을 꼭 끌어안은 장관님은 그동안 몰랐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장관님과 수의사 이장님, 폴린 선생님은 커다란 세계 지도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상황은 정말 터무니없군요.”
장관님이 말했어요.
“‘터무니없다’라…….”
수의사 이장님이 장관님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했어요.
잠시 후, 폴린 선생님이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터무니없다니, 그건 저희가 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학기가 이미 시작됐어요. 저희는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보낼 수 없습니다. 저희 학생들의 생활 터전은 바로 이곳이에요, 장관님. 바다 건너 육지가 아니라고요.”
장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요.
“잘 알겠습니다.”
수의사 이장님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어요.
“그 말씀은 학교 문을 닫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하지만 장관님의 대답은 매우 단호했어요.
“딱 3개월만이에요. 3개월의 시간을 드리지요. 그 후에는 폐교예요!”
〔……〕
굵은 빗방울이 마치 북을 두드리듯 양철 지붕 위로 투두둑 떨어졌어요. 바람이 거세게 불자 오두막이 이리저리 흔들렸어요.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번개가 들판에 연달아 내리꽂혔어요.
창밖에서 번쩍이는 번갯불이 건초 더미 위의 장관님과 뱅상을 반짝 비췄어요. 장관님은 자기도 모르게 뱅상을 끌어안고 양털 속에 머리를 파묻었어요. 둘은 그렇게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답니다.
장관님은 원래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더럽기도 했지만 물릴까 봐 늘 두려웠거든요. 하지만 그날 밤은 달랐어요. 장관님은 동물의 품이 부드럽고 따스하다는 걸 처음 알았답니다.--- p.43~75
뱅상을 잡아먹는다고?
뱅상과 한층 가까워진 장관님은 뱅상을 만나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머리를 쓰다듬게 되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저녁 식사에 초대된 장관님은 뱅상을 잡아서 손님들에게 대접하겠다는 이장님의 말을 듣게 된다. 이는 뱅상과 장관님이 가까워진 모습을 몰래 지켜 본 잔느의 계획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장관님은 말없이 고민에 빠진다.
장관님과 정책관님은 거의 10시가 되어서야 학교 숙직실을 나섰어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마을의 커피숍으로 갈 생각이었지요.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라서 학교 운동장은 무척 한산했답니다. 혼자 등교한 뱅상만이 한쪽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었어요.
장관님은 뱅상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어요.
“이봐, 복슬이. 잘 잤어?”
“세상에나! 장관님, 이제 동물을 좋아하십니까?”
정책관님이 놀라서 묻자, 장관님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어요.
“아니, 당연히 안 좋아하지.”
“하지만 방금 양을 쓰다듬으셨잖아요?”
“내가? 천만에.”
“아니에요, 확실히 제가 봤는걸요. 그런데 장관님 말씀대로네요. 이 양은 털이 참 곱고 예쁩니다.”
“그런가? 섬사람들이 선물한 스웨터와 같은 색이라네.”
괜히 으쓱해진 장관님이 말했어요.
〔……〕
조금 전, 잔은 운동장의 사과나무 위에 지어 놓은 오두막에 올라가 있었어요. 그 위에서 장관님이 뱅상의 머리를 쓰다듬는 걸 다 봤지요. 친구에게 말하듯이 다정하게 말을 거는 모습도요.
그 모습을 보며 잔은 잔꾀를 하나 떠올렸어요. 평소에 사람 괴롭히기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장관님은 조금 특별한 경우니까요.
‘오늘 저녁은 꽤 즐거울 거야.’
잔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장관님 뒤통수에 대고 혀를 날름 내밀었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장관님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요.
--- p.7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