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픽션을 쓴다는 건 나에게 한마디로 ‘짱’이었다. 쓸데없는 힘 다 빼고 컴퓨터 자판 위에서 춤추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내 머릿속에서 좌충우돌하던 아이들이 손끝으로 질주하듯 쏟아져 나와 한 편의 긴 소설이 되었다. 나에게 ‘쿨한’ 에너지와 상상력, 푸른 감각을 제공해 온 A예고 아해들, 나의 어여쁜 네 명의 조카. 그들은 나를 많이 기쁘게 하고, 조금은 아프게 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하고, 무공해의 기운을 주었던 아이들이다. 그들을 비롯한 모든 독자들과 맛나게 이 책을 읽고 싶다.
고등학교 1학년인 강호에겐 무지갯빛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 따윈 없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여동생 강이와 자기를 놔두고 집을 나간 엄마, 그리고 새로 들어온 세 번째 엄마. 지지부진한 현실이지만 강호는 좌절할 수만도, 막연히 희망을 가질 수만도 없다. 집을 나와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숙식하던 강호는 자신만의 바이크를 갖게 되고 ‘파랑 치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런 강호 앞에 초등학교 친구 도윤이 나타난다. 일찍이 도윤의 엄마는 강호에게 도윤과는 다른 ‘부류’임을 강조해 강호에게 상처를 입힌다. 도윤은 외고를 다녔지만 자신을 숨막히게 하는 엄마, 공부 기계로 전락해 버린 스스로에게 지쳐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둘은 사 년 만에 마주치고, 회색빛 현재를 공유한다. 이 둘에게 희망이란 이름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밴드부를 결성하는 것인데 …
질주하는 오토바이 같은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모범생인 이도윤과 문제아로 낙인 찍혀 있는 주강호, 그들 주변의 여러 인물이며 그들이 속해 있는 학교와 주유소, 홍대 앞 클럽이라는 세계는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이다. 턱없이 낙관적이지도 않고 예상되는 결말이 아닌 것도 호감이 간다. 록밴드 활동이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작은 성취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간절함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감동이 느껴진다는 점이 당선작으로 뽑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