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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친절

냉혹한 친절

: 친절의 가면 뒤에 숨은 위선과 뒤틀린 애정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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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62쪽 | 665g | 153*224*30mm
ISBN13 9788990989529
ISBN10 899098952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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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에게는 아이들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늘진 곳에서 잔뜩 긴장한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캐럴은 총을 잘 다루는 편이었다. 실제로 코요테를 쫓느라 총을 쓴 적도 있었다. 그렇기는 해도 그녀의 손은 누군가 조종하기라도 하듯 반동으로 들썩거렸다. 폭발이 너무 빨리 일어나서 손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마루에 대자로 드러누운 마티를 보자 더럭 겁이 났다. 술과 약에 절어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늘 그랬듯이. 그녀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일 분쯤 지났을까? 어쩌면 한 시간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셔츠가 펄럭거렸다. 숨을 쉬는 것일까? 아니면 에어컨 바람인가? 아니면 그가 정말 죽은 게 아닐까? 그녀는 확인을 해야 했다. 그런 것 같다는 느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p. 22

워커는 매 맞는 여자들이 본질적으로는 정상이거나 적어도 매 맞고 살기 전까지는 정상적이었음을 기본 전제로 한다. 이 운 없는 여자들은 단순히 학대 성향을 지닌 남자들과 만났을 뿐이다. 맥그러스 역시 경험을 통해 모든 여자들이 정신병리학적 원인 때문에 때리고 맞는 관계로 빠져드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으므로 워커의 논지에 이의가 없다. 다만 맥그러스가 좀 마음에 걸려 하는 것은 워커가 쓴 방법론과 범위였다. 그가 파악한 대로라면, 워커의 연구에는 독립적인 통제 그룹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워커의 연구 대상자들이 매 맞지 않는 여자들과 닮았는지 다른지를 어떻게 알지? 워커는 그 점을 알고 싶어 하지 않은 걸까? ---p. 55

페니는 듣는 사람이 당황스러울 만큼 몸을 기울여 다가오며 말했다. “캐럴은 ‘교정자’예요. 아픈 동물을 고치고, 아픈 사람을 고치죠. 그애가 걱정스러운 건, 지옥에 떨어진 영혼들과 함께 추락하는 이런 식의 패턴이 아닌 다른 교정법을 모른다는 거예요. 캐럴은 멀쩡한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손상된 영혼들과 함께했어요. 자신이 구조해 낼 수 있는 대상들, 그녀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람들 말이에요.” ---p. 65

캐럴이 앨든 남매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점은 또 있었다. 앨든 가의 사람들이 대체로 예술적 기질을 타고나기는 했지만 캐럴의 예술성은 완전히 다른 종류였다. 그녀의 예술적 천재성이 처음 발견된 것은 두 살 때 정기검진을 하러 가서였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흔히 해낼 수 있는 정도로 작대기와 동그라미를 그려보라고 했을 때 캐럴은 완전하고도 대단히 세밀하게 소방차를 그려 의사를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도 캐럴은 엄청난 예술적 재능으로 다른 아이들 모두와 확연히 구별되는, 말하자면 신동이었다. ---p. 99

마티는 약을 사기 위해 도둑질까지 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처음으로 교도소에 다녀오게 되었다. 이후로도 그는 월마트나 케이마트에 걸어들어가 바람막이 점퍼 허리춤에 15장 내외의 CD를 숨겨 나와서는 마약과 맞바꾸는 일을 계속했다. 다른 방법이 유효하다 싶으면 그 방법으로 바꾸면서, 그는 거듭해 절도와 마약 상용을 되풀이하는 상습 절도범으로 지냈다. 그러다 마침내 이 상점들 중 한 군데서 그에게 요원을 따라붙여 그는 두 번째로 징역을 살고 나왔다. 그리고 또다시, 또다시. ---p. 125

물론 진짜 문제는 일부 피해자들이 말 그대로 진정한 피해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피해자를 동정하는 것은 종종 무고한 피해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범죄의 성립에 기여할 그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 (……) 그러나 상황 자체가 여러 겹의 회색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때도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피해자 만들기’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 역할은 단순히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집을 나서는 것 같은 행동에서부터 자기 아이를 쓰레기 수거함에 집어넣는 여자의 행동처럼 불명료하고 복잡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p. 173

쓰레기통을 뒤진 이야기는 그녀에게 동정적인 《솔트레이크시티 트리뷴》 지의 기사에 여러 번 반복해 나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는 아칸소에서 콜로라도까지의 캐럴의 여정이, ‘학대하는’ 첫 남편 리처드 센프트에게서 달아나 아이들을 데리고 버려진 판재를 트럭 뒤 칸에다 둘러세워 그 속에서 살면서 쫓기고 또 쫓기며 지난하게 보낸 6개월의 ‘오디세이’로 탈바꿈되어 있다. 캐럴과 센프트의 둘째 딸 크리스털은 자기 엄마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만족해하며 장단을 맞추듯이 덧붙였다. “거칠고, 울퉁불퉁하고, 떠들썩하고…… 그렇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항상 끊임없는 사랑이 있었어요. 엄마는 우리에게 사랑을 확인시켜 주셨어요.” ---p. 206

제이콥슨은 돌아서서, 단단히 쥐느라 마커의 펠트로 된 끝을 구부러뜨려 가며 칠판에 적었다. ‘돈을 구하기 위해 북쪽으로 100마일을 갔다.’ “그 다음날, 그녀는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80마일을 차로 달려 비버에서 단총을 샀어요.” 제이콥슨의 눈썹이 비웃듯이 치켜 올라갔다. “8마일 떨어진 델타에서 총을 사는 대신에 말이죠. 30마일 떨어진 필모어에서도 총을 살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즉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총을 샀다는 걸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p. 287

캐럴의 회고록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에는 마티의 행동이 약물, 알코올, 정신적인 병증 때문에 생긴 것이며, 그 역시도 자기가 동정해야 할 희생자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교도소에 있던 첫 여덟 달 동안 그녀는 마티가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을 마음 속에만 넣어두고서 마티와 그의 딸들이 자기 아버지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간직할 수 있게 보호하려 했던 것이라고 한다.
---p.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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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범죄에 관한 최고의 야심작. 비극적 살인이라는 요리가 끓고 있는 정신병리학적 조리기구의 뚜껑을 여는 역할을 자임했다.
로웰 코피엘 (《비밀의 집》의 저자)
깊이 있는 분석과 강력한 서사가 융합된 걸출한 책
엘코논 골드버그 (NYU 의과대학 신경학 임상 교수)
얼핏 평범해 보이는 가정폭력 사건에 예리한 시선을 던져 그 이면에 숨겨진 다층적 측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마크 블룸버그 (아이오와 대학교의 F. 웬델 밀러 심리학 교수)
마침내 ‘친절’의 추악하고 잔인한 취약점을 폭로한 책
마거릿 코크런 박사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의 저자)
죄의식, 순수함, 피해자, 가해자의 의식이 절망적으로 뒤얽힌 매혹적이며 불온한 탐사
조이스 캐롤 오츠 (프린스턴 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전통적인 이야기 기술에 과학을 접목시켰고, 선과 악을 감상적이거나 냉소적으로 보지 않는 견고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우리 문화는 친절과 이타심에서 나오는 행동은 모두 좋은 행동이라고 잘못 가르침으로써 친절 역시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고, 남을 조종하며,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아는 많은 희생자들을 간과해 왔다. 이 책은 그들을 위한 구원이다.
헬렌 스미스 박사 (법정 정신의학자)
수준 높은 신경과학자의 통찰력을 타고난 소설가로서의 작가적 재능과 연결시킨다. 충격적인 범죄로 시작하지만 점차로 모습을 드러내는 건 거대한 스케일의 ‘이중성의 깊은 미궁’이다.
조세프 캐럴 (미주리 대학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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