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를 봐.” “뭐?” “내가 처음에 살던 곳이야.” “주차장에서 살았다고?” “그땐 주차장이 아니었어.” “그럼 뭐였는데?” “집.” “어떤 집이었어?” “엿 같은 집.” “…… 어땠어, 그런 집에서 지내는 거?”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과거의 장면들이 다시 엄습해온다. 이 장소를 생각할 때마다 똑같이 떠오르는 장면들. 얼굴 없는 기억, 두려움, 고통. 눈물이 복받친다. 울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도. “그 집은 어떻게 됐어?” 난 천천히 그녀를 돌아본다. “내가 태워버렸어.”---pp.20~21
“벡스?” “응?”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알겠지?” “알았어.” “나랑 같이 걷지 마. 말 걸지도 마. 보지도 마. 계속해서 내가 뭘 하는지 잘 살피고 따라해. 대신 자연스럽게, 알았지? 아무도 너한테 관심 갖지 않게 하라고. 우리가 일행인 것처럼 보이면 절대로 안 돼. 할 수 있겠어?”---p.47
“블레이드야.” “블레이드다.” “블레이드.” 메아리처럼 반복해서 울리는 속삭임. 목소리를 낮춰 저들끼리 속닥댈 뿐, 큰 소리로 떠들지는 않는다. 아직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다. 녀석들은 주저하고 있다. ---p.110
“네?” 난 대답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자는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데미안은 계속 훌쩍거리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남의 집 앞에 버려졌던 블레이드는, 그 집에서 학대를 겪게 된다. 결국 그는 여덟 살 때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고 그 일로 경찰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그 후 갈 곳 없는 소년들을 모아서 조직의 일원으로 키우는 자에게 발견된 그는 그 속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로 자라나게 된다. 하지만 열두 살 때 일어났던 한 사건 때문에 그는 끝없는 도주를 감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여러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남아 있는 미래를 위해 과거와 다시 한 번 직면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소년의 거칠고 위험한 투쟁이 4권이 걸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