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젊다. 나 같은 나이의 사람에 비하면 넌 정말 젊어. 10년이나 20년, 30년이 지나도 넌 여전히 젊을 거다. 네겐 아직 미래가 있어.” 다시 침묵이 흐른다.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에 똑똑히 들린다.---p. 289
믿음. 좋은 단어다. 이해하는 데 정말 오래 걸린 단어다. 재스는 날 믿었다. 벡스가 내게 말했던 걸 기억한다. ‘그 아이는 그냥 믿는 거야.’ 그런데 난 얼마나 어리석었나? 누군가를 믿는 사람은 죄다 멍청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히자만 그건 다만 타인을 믿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p.291
구경꾼이여, 진실은, 아무도 없다는 거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해결해야 할 적이 하나 남았다. 그가 미운 건 아니지만, 처리해야 한다. 녀석은 거칠고 힘이 넘치며 영리하기까지 한데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내가 녀석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 한에는. 그러니 맞다. 정말 큰 적이 딱 하나 남았다. 그 적은, 바로 나다.---p.297
그럼 내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당신이 날 찾아왔나? 내 기억으로는 내가 당신을 찾았던 건 아닌 것 같으니까 하는 얘기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그렇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p.300
빈집에 있을 때,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할 때, 난 내가 꼬마 수달이라고 최면을 걸곤 했다. 아주 거대하면서도 친절한 영적 존재가 나를 굽어보고 있다고.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고.
태어나자마자 남의 집 앞에 버려졌던 블레이드는, 그 집에서 학대를 겪게 된다. 결국 그는 여덟 살 때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고 그 일로 경찰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그 후 갈 곳 없는 소년들을 모아서 조직의 일원으로 키우는 자에게 발견된 그는 그 속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로 자라나게 된다. 하지만 열두 살 때 일어났던 한 사건 때문에 그는 끝없는 도주를 감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여러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남아 있는 미래를 위해 과거와 다시 한 번 직면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소년의 거칠고 위험한 투쟁이 4권이 걸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