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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고도서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 사람, 사랑, 삶의 모든 골목길에서 쓰고 그리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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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38g | 145*200*20mm
ISBN13 9791196438807
ISBN10 119643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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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외로운 늑대’도 30년 전에는 없었던 단어다. 30년 뒤에는 다정한 인공지능이나 천사로봇 같은 지금은 없는 따뜻한 단어가 생겼으면 좋겠다. 무거운 캔버스도 들어주고 캔버스에 밑칠도 순식간에 해내는, 늙는다는 일이 두려운 인간의 외로운 마음을 위로도 해주는 선하고 친절한 인공지능을 그려본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늙을수록 대단한 그림을 그려내는 나의 미래를 꿈꾸며,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속담을 떠올린다. --- p.69

일부러라도 기운을 내서 씩씩한 걸음으로 걸어본다. 이렇게 우울한 삶의 조각들은 삶이라는 거대한 양탄자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평소에 좀 얄미운 존재를 만나도 반가울 때가 있다. 우리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모두 사는 날까지 행복하라. 이렇게 서글픈 생각이 드는 건 겨울이면 유독 심해지는 나의 지병이다. --- p.96

‘아니, 그것도 모르다니요?’ 나는 이제 아무에게도 이런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단 한 순간도 베토벤이나 바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던 적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그렇게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는 이름들을 떠올린다. 이순신, 세종대왕,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 에디슨, 슈베르트, 반 고흐, 울릉도, 독도, 사랑, 희망, 우정…… 생각해보니 너무도 많은 것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별안간 나는 안심을 한다. 그중에서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낡거나 죽지 않는 낱말, ‘희망’ 하나는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 p.146

소설을 쓴 작가이자 소설의 내용 그대로 박물관을 만든 오르한 파묵은 ‘사랑은 행복한 질병’이라 말했다. 사랑과 박물관은 추억을 간직한다는 점에서 관계가 깊다. 그 인상적인 작은 박물관을 돌아보며 언젠가 나도 오르한 파묵처럼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지나간 삶과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그곳에 펼쳐놓으리라. 삐걱거리는 낡은 계단, 그곳에서 나누었을 서툰 첫 키스, 오랜 세월 뒤 다시 만난 사람에게 느낀 실망감도 빠져서는 안 될 목록이다. 오르한 파묵이 빠트린 건 사랑의 유효기간이다. 사랑은 변하고 시간은 흘러가도 주고받은 손편지들과 사소한 사물의 흔적들은 끈질기게 영원히 남아있다. --- p.200

쿠바에 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되도록 빨리 가길 권한다. 쿠바 사람들에게 “빨리 좀 해주세요.” 하면 “왜 빨리해야 하는데요?” 하고 묻는다.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빨리’라는 단어다. 하긴 우리는 그 ‘빨리’의 정신으로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빨리하는 일은 늘 후유증이 남는지도 모른다. 빨리 걸어온 우리가 돈을 얻었다면, 행복을 잃었다고 말하지는 말자.
--- p.24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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