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C. Lennox.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 교수이자 그린 템플턴 칼리지의 수학 및 과학철학 선임연구원이다. 무신론자의 대표 주자로『만들어진 신』을 쓴 리처드 도킨스와 공개 토론을 벌였으며, 세계 여러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기독교인인 부모의 신앙을 그대로 물려받은 레녹스 박사는 캠브리지대학교에서 공부할 당시 버트란트 러셀이나 알베르트 까뮈 같은 무신론자들을 추종하는 학생들과 많은 토론을 벌여 왔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경험들이 자신의 신앙을 더욱 강하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기독교는 반증이 가능하다. 증거가 없어서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믿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 때 알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레녹스 박사는 오늘날 과학이 하나님을 사랑의 존재로 이해하게끔 돕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수학적 공식에 기초한 제안들을 너무나 쉽사리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며‘이는 반드시 옳지 않을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신은 어떠한 이론이 아니며, 특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 즉 하나님은 인격적 존재’라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필자가 첫 번째로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우주는 無에서 스스로를 창조했고, 앞으로도 창조할 수 있다’라는 주장에서‘無의 의미는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이 주장의 앞부분에는‘우주에는 중력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라는 가정이 있는데, 이는 그가 중력의 법칙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가정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어떤 원인이나 재료도 없이 현상이나 법칙이 스스로 존재한다는 것은 논할 가치도 없을 만큼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호킹이 중력의 법칙이 아닌 중력 자체가 스스로 존재한다고 믿은 것은 아닐까?’하는 추측을 할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지금의 중요한 쟁점은 호킹이 이미 중력 또는 중력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해 놓고 그것을‘無’라고 말한 본뜻은 무엇인가이다. 그가 ‘無’라는 말을 통상적인 철학적 의미의 추상개념으로 사용했다면 몰라도, 적어도 과학적 용어로 사용했다면 그것은 결코‘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호킹은 자기의 주장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혔어야 한다. 어쩌면 호킹은 우주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와 함께 무엇이 조금 존재하는 상태에서 창조되었다고 말하려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의 주장의 서두는 그다지 잘된 것 같지 않다. 실제로 호킹이 그런 뜻으로 그 표현을 썼다면, 그는 자기주장을 펴면서‘내가 사용한 말 無, 즉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는 말은 물리학적 용어로써, 떠다니는 전자기가 조금 있는 양자론적 진공상태를 의미한다.’라는 말을 추가했어야 한다. 스티븐 호킹이 같은 책에서‘초기 우주에서 인간은 양자적 요동의 산물이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아마 이런 상태를 의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게다가 자신의 말‘자연발생적 창조’는 또 무슨 의미인가? 이는 마치 하나님을 역설적으로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표현인‘원인 없는 원인(uncaused cause)’처럼 들린다. 설령‘자연발생적 창조’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존재 이유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지 않은가? ‘無가 아닌 有가 존재하는 이유는 자연발생적 창조 때문이다’라는 주장에서‘왜?’에 대한 대답은 없다. 거기에는 목적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호킹의 주장은 마치 이런 식이다. “無가 아닌 有가 존재하는 것은 有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 有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 이러한 사실에는 그냥 그럴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일어난다는 것 외에는 아무 이유도 원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