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요’ 자도 모르던 전형적인 한국 남자였지만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과 공장에서 나온 음식(라면 포함)에 질려 슬그머니 요리를 시작했다.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 그 가운데에서도 파스타에 꽂혀 한때는 하루 대여섯 끼니를 줄곧 파스타로만 해결하기도 했다. 코끼리든 고래든 재료의 종류와 상관없이 뭐든 파스타로 만들려는 파스타 증후군을 앓고 나서 갱년기 장애를 의심해 실제로 검사까지 받아 봤지만 정상이었다. 지금은 완벽한 파스타를 만들겠다며 생면까지 직접 만들고 자연 효모를 배양해 이탈리아 빵을 굽는다. 허브 향에 취한 나머지 꽃 대신 바질과 애플민트를 심는 단계를 거쳐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워 먹고 있다. 한마디로 잠자고 일할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음식 만들기에 쏟아 붓고 있는 요리 폐인이다. 이 재미난 일을 어째서 수천 년 동안 여자들만 하고 살았는지 뒤늦게 의아심을 갖게 되었다. 이는 필시 누군가의 음모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수년째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다.
본업은 신문기자다. 그것도 사회부에서만 10년을 보냈고, 지금은「한겨레」에서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손수 만든 이탈리아 빵을 주변 여기자들과 나눠 먹으며 동료 간의 우애를 다지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이탈리아로 날아가 본격적인 요리 수업을 받게 되기를 소망하는 한편, 돌아와서는 언젠가 파스타 집을 개업해 맛난 음식을 좀 더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