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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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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다

: 다시 행복해진 아빠와 딸의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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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08g | 128*188*20mm
ISBN13 9791160100303
ISBN10 11601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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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인영이가 백혈병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정신없는 며칠이 지난 뒤 5년 전 문을 받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그냥’ 썼다. 매일 밤 무균 병동에 아내와 인영이를 놔두고 나오면 숙소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불 꺼진 병원 기자실에 들어가 하루하루를 생각하며 썼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쓰는 것 밖에 없었다. …(중략)… 우리는 백혈병과 싸우고 있고, 그 저항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저항의 행위다. 쓰면서 힘을 내고, 위로를 받는다. --- 본문 중에서

계산대로 가는데 바캉스 용품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겁 많은 언니와 달리 두 살 때부터 수영장에 가면 나올 줄 모르던 인영이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유아용 튜브를 들었다 놨다. 참았던 눈물이 나왔다. 우리도 남들처럼 여름에 휴가도 가고 싶은데, 네 식구가 함께 바캉스 용품도 고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서러웠다. --- 본문 중에서

여러 출입처를 다니면서 취재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만 좀 조지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인영이가 아프면서부터 비판 기사를 쓰는 것이 힘들어졌다. 인영이가 아픈 이후 많은 취재원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세종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한 기자와 공무원들은 청사 안으로 헌혈차를 부르기까지 했다. …(중략)… 그래서인지 어떤 기사를 쓰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그 취재원과 인영이가 겹쳐 생각이 난다. --- 본문 중에서

감기는 인영이한테 치명적이다. …(중략)… 윤영이 감기에 비상이 걸렸다. 네 가족 모두 마스크를 쓰고, 윤영이는 따로 재우기로 했다. 근데 자꾸 인영이가 언니랑 논다고 다가갔다. 나도 모르게 윤영이한테 “동생한테 떨어져!”라고 소리쳤다. 아픈 윤영이보다 혹 또 아플지 모를 인영이 걱정만 앞섰나보다. --- 본문 중에서

생각하기 싫었지만 지난 2년여 간 인영이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은 불쑥불쑥 마은속에서 튀어나오곤 했다. 병실에서 가쁜 숨을 쉴 때도, 까까머리로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 품에 안겨 잘 때도, 하나도 안 아픈 아이처럼 신나게 놀이터에서 뛰어 놀 때도, 부지불식간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인영이의 부재에 대한 상상에 거칠게 머리를 흔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 본문 중에서

2018년 9월 17일부로 인영이의 길고 길었던 항암 치료가 종결됐다. …(중략)… 그렇게 인영이는 963일 동안을 백혈병과 싸웠다. 물론 모든 전투에서 이길 수는 없었다. …(중략)… 하지만 종국에는 이 길고 긴 전쟁에서 이겼다. 인영이는 위대한 승자가 됐고, 오늘은 승전보와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날이다. 퇴근 후 인영이가 좋아하는 티라미수와, 도가니탕, 귤을 사러 돌아다녔다. 코스트코에 가서 레고와 콩순이 스티커북도 아내 몰래 질렀다. 그렇게 두 시간을 홀로 세종시를 배회하면서 설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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