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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도둑의 일기
산소 도둑의 일기
중고도서

산소 도둑의 일기

익명인 저 / 박소현 | 민음사 | 2019년 04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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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1쪽 | 308g | 113*188*20mm
ISBN13 9788937439827
ISBN10 8937439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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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들에게 상처 주기를 좋아했다.
물론 육체적이 아닌 정신적으로. 나는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여자를 때린 적이 없다. 아니 딱 한 번은 있지.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나중에 그 얘기도 해 줄 생각이다. 문제는 내가 그들 마음을 다치게 하는 데서 성적인 흥분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나는 진짜로 그러는 게 즐거웠다. --- 본문 중에서

왜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겠는가?
왜냐하면 그들이 그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렇게 간단한 걸까? 영혼을 산산조각 내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 범행을 저지르는 가해자 역시 동일한 일을 겪어 보는 편이 더 좋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남에게 더 능숙하게 상처를 준다. 남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전문가들은 과연 어느 쪽을 베면 더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다. 미처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날카로운 칼날이 훅 스며들고, 예리한 고통과 사과의 말이 한꺼번에 도착해 버리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술자리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다부진 남자한테로 다가가, 나보다 키가 훌쩍 큰 그의 콧구멍 속을 올려다보며 이죽댄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돼?” 그러면 그는 더 세게, 다시 한 번 내 머리를 강타할 것이다. 이렇게 또다시 얻어맞고 나면 내 말수는 훨씬 적어진다. 내 고약한 주사에 엮여 민폐를 보고 만 “피해자들” 중 하나가 가스레인지 원형 버너에다 내 머리를 처박은 적도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여자들에게로 옮겨 간 것인지도 몰랐다. 여자들은 더 고상하고 세련됐잖아, 그렇죠. 그리고 여자들은 나를 때려눕히진 않을 터였다. 그들은 그저 불신과 충격 속에 나를 빤히 노려보고 말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즉석 조립식 가면들을 바로바로 조달해 썼다. 쉬운 일이었다. 즐겁기까지 했다. 남자들이 여자들과 함께 누워 보려고 언제나 하는 일이다. 나는 공평해지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 여성 동지들을 잔혹하게 취급하기. 그게 바로 내게 주어진 임무였다. 그때쯤 나는 “미소지니스트”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 이름에 “미스(Miss)”라는 접두사가 들어간다는 점이 굉장히 웃긴다고 생각했던 일이 기억난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이른바 내가 친 그물로 그녀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하는 순간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흔히들 상상하는, 화려한 벨벳의 스모킹 재킷과 보타이를 맨 무심한 플레이보이 이미지로 나를 상상했다. 나는 그들에게 상처 주는 것이 즐거웠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산소 도둑의 일기』의 화자는 본인 설명에 따르자면, 아일랜드 출신 촌뜨기(culchie)이고 알코올 중독자인 데다 출중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대체로 운이 좋지 못한 광고업계 아트 디렉터다. 데이트하는 여성들로부터 자주 “웃는 얼굴이 매력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자부하지만, 외모와 성기 크기에 상당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자기는 ‘여성 혐오자’이며, 이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를 주는 것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하면서 말이다.

익명의 화자는 변변한 직업도 없고, 늘 술독에 빠져 살던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여성이 있었노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진심을 열어 보인 상대들을 모조리 정신적으로 학대한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같은 남성에게 신세를 비관하여 화풀이를 하는 건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매번 독한 알코올의 힘을 빌려 여성들에게 욕지거리를 하고 상처를 준다. 그런 식으로 본인의 자존심을 세우고, 거기서 쾌락을 느끼며, 심지어 자기가 피해자라며 자위를 일삼기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산소 도둑’에게 과분한 행운이 찾아온다. 미국의 거물 기업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익명의 화자는 이제야 제대로 잘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면서 덥석 미국으로 떠나고, 지루할 정도로 안정적인 하루하루가, 근사한 저택과 거액의 월급, 직업적 성공 따위가 계속 이어진다. 바로 그때, 화자는 큰 프로젝트를 따내 뉴욕으로 출장을 가고, 그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사진작가 아슐링을 만나게 된다. “성모 마리아”를 방불하게 하는 아슐링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산소 도둑’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되고, 상황은 예기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아이패드 시대의 F. 스콧 피츠제럴드.
- 리처드 내시(문학 연구가)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나는 이 소설을 사랑한다.
- 주노 디아스(『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의 저자)

출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 문학적 사건.
- 퍼블리셔스 위클리

변태적이고 젠체하며 기절초풍하게 하는 작품.
- 뉴욕 매거진

가장 흥미롭고 논쟁적인 독서 경험.
- 컬러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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