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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중고도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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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477g | 125*188*30mm
ISBN13 9788975278396
ISBN10 8975278395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  판매자 :   kkk0928   평점5점
  •  발행된지는 좀 되었지만, 속은 꺠끗합니다.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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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태양빛을 받았을 텐데도 차가웠다. 나는 두 손을 마루 위에 얹은 상태로 S를 올려다봤다. 뒤에서 불어온 미지근한 바람이 내 머리를 스친 다음, 또 다시 S의 몸을 흔들었다. 끼익 하는 소리가 날카로운 칼처럼 위에서 내 귀를 찔렀다.
나는 S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두 눈을 꽉 감고, 천천히 손발을 주워 모으듯이 일어섰다.
다리를 움직였다. S를 등지고, 마루를 따라서 왔던 길을 돌아갔다. 콧속이 실룩거리며 경련을 일으킨다. 턱이 떨리고 입 속에서 이가 탁탁 부딪힌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잘 걸을 수가 없다. 뒤에서 삐걱거리는 밧줄 소리가 나를 쫓아오는 것처럼 들린다.
마루를 절반쯤 지났을 때, 나는 딱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S의 모습은 벽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많은 해바라기가 눈에 들어왔다. 모두 커다란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그 꽃들은 하나같이 S가 있는 방을 향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S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던 것이 아니라, 그 활짝 핀 해바라기를 보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본문 중에서

“거짓말 마!”
엄마가 오른손을 높이 쳐든다. 나는 몸에 힘을 주며 각오했다. 엄마는 퍽 하고 소리를 내며 손바닥으로 뒤의 벽을 쳤다.
“어쨌든 네가 하는 말 따위는, 엄마는 안 믿어.”
엄마의 목소리는 떨렸다.
“너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잖아. 거짓말만 하고 남에게 폐만 끼치고―.”
거기까지 말하고 엄마는 갑자기 말을 끊었다. 잠시 가만히 있는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을 말할까?”
이번에는 완전히 바뀌어서 낮은 목소리를 냈다.
“엄마는 선생님한테 연락이 와서 S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단다. ―네가 □□□□□□고.”
마지막 말은 내 귓속에서 윙하고 크게 반향을 일으켰다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나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인 말이었다. 내 마음은 그 말을 수용하기를 거부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부터인가 익힌 방법이다. 의식적으로는 아니지만, 그렇게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러지 못하면 나는 이 집에서 지금쯤 벌써 부서졌을 것이다.
이윽고 엄마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항상 내 가슴 속에 있는 생각이다.
이 세상은 어딘가 이상하다. --- 본문 중에서

―걱정되니?―
아빠가 내 목 뒤에 손을 얹었다. 그 무렵, 아빠의 눈은 거북이처럼 졸린 눈이 아니었다. 훨씬 또렷하고 힘이 들어가 있었다.
―괜찮아. 아무 문제없다고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구. 너도 같이 설명을 들었잖아.―
아빠는 활짝 웃었다. 그리운 그 웃음소리. 조용한 병원 복도에 울려 퍼졌다. 멀리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슬리퍼 소리가 손장단처럼 들려왔다.
―너도 이제 곧 오빠가 될 테니, 더 의젓해져야지.―
아빠는 내 목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고 가만히 흔들었다. 아빠가 나를 놀릴 때 자주 하던 행동이었고, 나는 그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언제나 마음이 놓였다. 분명히 아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빠는 언제나 내가 원할 때, 그 마음을 아는 듯이 그렇게 흔들어주었다. --- 본문 중에서

다섯 개, 여섯 개, 계속 하는 동안에 어느새 불꽃놀이 세트는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하기로 했다. 이제 슬슬 엄마가 돌아올 시간이다.
마지막 불꽃놀이는 조금 전에 미카가 언급한 센코하나비로 정했다. 늘어진 막대 끝에 불을 붙이자, 한가운데에 있는 새빨간 불꽃 주변에 희미한 소리를 탁탁 내며 작은 천둥 같은 노란 색 빛이 수없이 흩날렸다. 타들어가는 센코하나비를 바라보면서 나는 만약 지금 시간이 멈춘다면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은 천둥은 수많은 나뭇가지처럼 그대로 굳어버리고, 그 굳어버린 빛의 가지를 손바닥으로 누르면 분명히 사탕처럼 바삭바삭 부스러질 것이다. 얼마나 근사한 광경일까? --- 본문 중에서

할아버지의 소리는 드럼통 안을 향해서 소리친 것처럼 귓속에서 크게 울려퍼졌다.
어느새 나는 할아버지를 힘껏 노려보고 있었다.
계속 노려보면서 말을 내뱉었다.
“모두 그렇잖아요.”
할아버지는 내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저뿐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있잖아요. 자신만의 이야기 속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항상 뭔가를 숨기려고 하고 또 잊으려고 하잖아요.”
한 번 터져 나온 말은 그칠 줄 몰랐다. 나는 정신없이 할아버지에게 쏟아냈다. 머리에 피가 솟구쳐서 눈 속이 아플 정도였다. 말없이 나를 응시하는 할아버지가 보기 싫었다. 화가 났다. 나는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가슴속에 있는 것들을 목에서 토해냈다.
“모두 똑같다고요. 저뿐이 아니에요. 자신이 한 일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사람은 없어요. 어디에도 없다고요. 실패를 모두 후회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전부 돌이키려고 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서 모두 이야기를 만드는 거예요. 어제는 이런 걸 했다, 오늘은 이런 걸 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보고 싶지 않은 건 보지 않도록 하고, 보고 싶은 건 확실하게 기억하면서요. 모두 그렇다고요. 저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은 걸 한 것뿐이에요. 저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슬프지 않았고 후회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쓸쓸했다. 목을 맨 S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를 노려보는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졸려 보이는 아빠의 눈을 떠올렸다. 도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나 자신, 미카와 함께 웃는 나 자신을 떠올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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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빈틈없이 설정된 탐정 소설적인 장치로 ‘현재를 빼앗긴 망가진 소년’의 서늘하게 그렸다.
카사이 키요시 (소설가,『철학자의 밀실』『오이디푸스 증후군』)
아름다운 환상소설의 맛이 살아 있다.
코모리 켄타로 (추리작가·평론가,『로웰의 밀실』)
소설의 장치로 선택한 부조리한 작중 세계, 진상으로 다가서게 만드는 교묘한 힌트. 독자의 의식을 조작하는 영리한 기교가 뛰어나다.
센가이 아키유키 (미스터리 평론가)
숨 막히는 장치와 트릭, 진정한 이야기의 요소가 깊고 강하게 결합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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