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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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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

: 전아리 장편소설

전아리 저 /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07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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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15쪽 | 420g | 132*204*30mm
ISBN13 9788901109572
ISBN10 8901109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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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할 꿈도 목표도 없다. 남들처럼 일에 대한 욕심이나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딱히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도 찾지 못했다. 자주 만나 허물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없다. 그리고 이제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사랑마저 끝이 났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걸까. 이제껏 삶을 뒤집어엎을 만한 어떠한 모험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라고 둘러대곤 했지만 스물아홉이 된 지금에 와서 두 손을 들여다보니 딱히 잃을 만한 것도 없다. 생각해 보면 모험의 부재가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에는 열정의 증거가 없었다. --- p.29

점보 햄버거를 순식간에 먹어치운 차주희는 핫윙 조각을 집어 들었다.
"아줌마, 아니, 언니는 결혼했어요?"
"아니."
"그럼 이혼은요?"
"안 했다니까."
"남자 친구는?"
"없어."
"그럼 나 말 놔도 되지?"
내가 싱글인 것과 그녀가 내게 반말을 하는 것이 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얼떨결에 햄버거 가게까지 따라오긴 했으나 앞으로 또 볼 일은 없을 터였다. 그녀는 아작아작 소리를 내며 닭날개를 끝까지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 pp.41-42

"이거 또 어디서 기어 들어왔구먼."
그가 내 옆에 서 있는 파마머리 남자를 향해 윽박질렀다.
"이 새끼야, 내가 저런 것들 단속 잘하라고 했어, 안 했어? 너 지난번에 사고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일을 이 지랄로 해?"
"죄송합니다."
"여기가 애들 놀이터냐? 개나 소나 기어 들어와서 시시덕거리는 놀이턴 줄 알아?"
나를 돌아보는 남자의 입에서 “부정 타게, 씨발.” 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다. 특별히 잘난 것 없이, 눈에 띄는 일 없이 살아온 29년이지만 내 평생 부정 탄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 p.53

"나 형민 씨 좋아해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하겠다고 마음먹었건만, 나도 모르게 냅다 떠안기듯 소리를 치고 말았다.
"출국하기 전에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형민 씨가 아직 민가을 못 잊고 있는 거 알아요. 그래도 고백이라도 하지 않으면 나까지 내 마음을 외면하는 거 같아서. 말하고 싶었어요."
언제나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가슴이 설렐 때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고백의 말을 고심해보곤 했었다. 물론 진짜로 고백을 하게 될 순간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말이다. 개중에는 꽤 그럴듯한 레퍼토리도 몇 개 있었는데, 정작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모든 서사와 은유가 증발하고 민무늬 도자기처럼 단조롭기 짝이 없는 한마디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좋아한다. 그리고 또 좋아한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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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이상하다. 사랑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정작 사랑이 다가오면 불안해지는 시기. 언젠가 현실로 변해 노랗게 시들 사랑을 시작하느니 차라리 영원히 짝사랑에 머무르겠다는 마음마저 드는 시기다. 『팬이야』의 주인공 정운도 그렇게 ‘습관성 실연병’을 앓는 환자다.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이 폭풍처럼 다가오길 손 놓고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형태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줄 아는 용기 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좌충우돌하면서도 곧게 앞으로 나아가는 정운의 모습을 보노라면 어느새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고, 그녀의 이야기를 무대나 스크린에 옮기고 싶어진다.
장유정 (극작가, 뮤지컬 연출가)
『팬이야』는 존재감 없는 사람들의 내면의 기록이자 자아 찾기이며 함성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확실한 삶’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이들이 전아리와 함께 외친다.
“나는 네 팬이야! 나는 내 인생의 팬이야!”
단 한 번도 나를, 내 진짜 인생을 소리쳐 불러 보지 못한 이라면, 내 안의 열정을 찾아 떠나는 전아리와의 모험에 풍덩, 몸을 던져 봐도 좋으리라.
이명랑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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