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위팔처사（贈衛八處士）
-두보(杜甫)

인생(사람)이 서로 만나지 못하면
자칫 삼과 상 같도다.
오늘 저녁은 또 어떤 저녁이냐
둘이서 등불을 함께하였네.
젊은 시절이 능히 얼마이뇨
서로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하도다.
옛 친구를 찾으니 반은 죽어 귀신이 되었으니
놀라서 이름 불러도 대답 없어, 슬픔으로 창자가 뜨거워지누나.
어찌 알았으리오, 20년 만에
다시 군자(그대)의 당집에 오름을.

-풀이- 비록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면 마치 하늘의 반대편에 떨어져 만나지 못하는 삼성(參星)과 상성(商星)과의 관계같이 된다. 그런데 오늘 저녁은 이 얼마나 즐거운 저녁이냐. 옛 친구들이 오래간 만에 서로 만나 등불을 같이하면서 술잔치를 벌이게 되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인생에 있어서 젊고 씩씩한 때가 얼마이겠느냐. 얼마 동안 헤어져 있다 다시 만나니 귀밑머리며 머리털이 벌써 희끗희끗해졌다. 옛 친구들을 찾아가 보았더니 태반이 고인이 되었는데, 그런 소식을 듣고 놀라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슬픈 감정이 내 마음을 뜨겁게 하는구나. 인생이 이토록 무상한데, 헤어진 지 20년 만에 그대와 같은 덕 높은 군자를 다시 만나 그대의 집 대청에 오르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실로 감개무량하다.
---p. 83~84

어부사（漁父辭）
-굴평(屈平)

굴원(屈原)이 추방되어 강담(江潭)에서 지낼 때, 택반(澤畔)에서 읊조렸다. 안색이 초췌하고 자태가 파리하니, 어부가 보고 물어 가로되,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냐. 어찌하여 여기에 이르렀느냐 하였다. 굴원이 이르기를,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 홀로 맑고, 중인(衆人)이 모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었으니, 이로써 추방되었노라고 하였다.

-풀이- 굴원이 죄인으로 몰려 원지에 추방되어, 상강(湘江)가의 연못 언덕을 방황하면서 시부(詩賦)를 읊조리고 있었다. 그 안색은 시름 때문에 파리하고 그 모습은 여위어 있었다. 늙은 어부가 그것을 보고 굴원에게 물었다.
“당신은 삼려대부인데, 어찌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까?”
“세상이 온통 흐려 악에 물들어 있는데 나 홀로 깨끗하고 바르며, 많은 사람들이 다 욕심에 미혹하여 취하였는데 나만이 이성이 밝게 깨어 있었으므로, 그 때문에 이 먼 곳까지 추방된 것이오.”

어부가 이르기를, 성인(聖人)은 사물에 응체되지 않고 능히 세상과 더불어 추이한다. 세인들이 모두 흐리다면 어찌하여 그 진흙에 더럽혀지거나 세파를 부추기지 않는가. 중인이 다 취했으면 어찌하여 그 찌꺼기를 먹거나 박주(薄酒)를 마시지 않는가.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높이 들어 스스로 추방당하게 하는가.

〈고문진보〉는 ‘고풍(古風)·고문(古文)’ 존중의 기운이 왕성해진 시대에 고문 학습을 위하여 편찬된 것이다.<br/><br/>〈고문진보〉 20권은, 원래 지정(至正) 26년의 정본(鄭本)의 서문에 의하면, 그 당시 이미 출간되어 있었으며, 이보다 앞서 임이정(林以正)에 의하여 교정(校訂)되었고, 주석(註釋)도 정비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br/><br/>명(明)나라 홍치(弘治) 15년, 청려재(靑藜齋)의 ‘중간 고문진보 발(重刑古文眞寶跋)’에는 본서의 편집자는 영양(永陽)의 황견(黃堅)이라 되어 있다. 황견의 내력은 분명치 않으나, 본서의 전집(前集)에 사첩산(謝疊山)의 ‘창포가(菖蒲歌)’가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짐작하건대 송(宋)나라 말기의 사람으로 추정된다. <br/><br/>물론 현존하는 〈고문진보〉는 몇 사람인가의 개편을 경과한 듯한데, 원편자(原編者)보다도 후기 사람들의 작품이 더 들어가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br/>현재의 〈고문진보〉는 전집과 후집 각 10권으로 구성되었는데, 전집은 시(詩), 후집은 문(文)을 주로 한 것이다. 전집의 권두(卷頭)에 ‘권학문(勸學文)’을 둔 것은,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이나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이 각각 그 책의 첫머리에 실려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을 본받은 것으로 보인다. <br/><br/>전집에는 이밖에, 오언고풍 단편(五言古風短篇)·오언고풍 장편(五言古風長篇)·칠언고풍 단편(七言古風短篇)·칠언고풍 장편(七言古風長篇)·장단구(長短句)·가(歌)·행(行)·음(吟)·인(引)·곡(曲)의 십체(十體)의 시 등 합하여 217수가 실려 있으며, 후집에는 사(辭)·부(賦) 등의 운문(韻文)을 포함하여 설(說)·해(解)·서(序)·기(記)·잠(箴)·명(銘)·문(文)·송(頌)·전(傳)·비(碑)·변(辯)·표(表)·원(原)·논(論)·서(書) 등 모두 17체(體) 67편의 문장이 실려 있다.<br/><br/>본서에 대한 주해본(註解本)은 매우 많은데, 그 주요한 것을 들면 송백정이 음석하고 유염이 교정한 〈고문진보〉 전집 12권, 후집 10권, 찬자(撰者) 불명의 〈괴본대자 제유전해 고문진보(魁本大字諸儒箋解古文眞寶)〉 전집 10권, 후집 10권, 명의 엽향고가 주석한 〈고문대전〉, 청(淸)의 장서도(張瑞圖)가 교석하고 신대각(新臺閣)이 교정한 〈주석보유 고문대전(註釋補遺古文大全)〉 8권, 소운화상(笑雲和尙)의 〈고문전집초〉 20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