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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둑 할머니

책 도둑 할머니

바우솔 문고-03이동
서석영 글 / 김성연 그림 | 풀과바람 | 2020년 06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1건 | 판매지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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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72g | 152*225*10mm
ISBN13 9788983898531
ISBN10 8983898534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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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책은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박말년 여사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잠자던 이야기 씨앗에 물을 주고 싹을 틔웠다. 많은 세월이 흘러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묵은 이야기들이 비 온 뒤 흙을 털고 나오는 새싹들처럼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내 마음속에, 내 머릿속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괴어 있는지 몰랐구먼.’
동화책은 박말년 여사에게 어린 시절, 소녀 시절을 되돌려 주었다. 박말년 여사와 선아는 책을 읽는 것보다 읽고 나서 책이 불러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더 기대하고 더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땐 책 제목만 봐도 이야기가 떠올랐고, 어느 땐 중간에, 또 어느 땐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이야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

행복한 밤을 보내서일까. 박말년 여사는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났다. 눈을 뜨니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그런데 밝은 햇살은 모든 걸 가져갔다. 선아의 냄새도 체온도 더는 느낄 수 없었다. 웃음소리도 새처럼 종알거리던 말소리도 모조리 지워 버렸다. 활짝 펼쳐진 햇살이 손전등처럼 책을 비추었다. 도서관 바코드와 ‘도서관 이용 안내’ 스티커가 떼어지고 도서관 인장을 지우느라 사포질을 당한 책은 더없이 초라해 보였다. 책은 그 초라함으로 박말년 여사를 나무랐다. 당신은 책을 훔친 거라고, 책을 훔친 것도 명백히 도둑질이라고.

박말년 여사는 책에 시선을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장롱 속 접힌 이불 사이에 밀어 넣었다. 박말년 여사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선아가 보고 싶었다. 그리움은 병이 되어 깊어만 갔다. 병은 박말년 여사를 아프게 했다. 아픈 박말년 여사는 약이 필요했다. 어떻게든 약을 구해야 했고 박말년 여사한테는 그게 책이었다. 선아와 함께 읽은 책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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