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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의 봄
중고도서

남대문의 봄

: 숭례문 600년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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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380g | 172*220*20mm
ISBN13 9788997735143
ISBN10 8997735144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확인 중
인증번호 : -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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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그러고 보니 궁궐이 있는 북쪽에는 주로 양반들이 살고, 남산 가까운 남쪽에는 몰락한 양반들을 비롯해 중인들이나 일반 백성들이 살고 있구나.’
쭉 돌아 구경을 끝낸 남대문은 양쪽 날개를 쫙 펴 보았어.
‘하하, 이러고 있으니 내가 마치 도성을 보듬고 있는 것 같네.’
남대문은 자기도 한양 도성의 가족인 게 좋았어. 아직 공사 중인 곳도 있고, 채워지지 않은 곳도 있었지만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것들은 거의 다 마무리가 된 것 같았지.
‘이만하면 한 나라의 수도로 손색이 없겠어. 세월이 가면 사람들도 많아지고 훨씬 더 복잡해지겠지 이 자리에서 잘 지켜보아야지.’

“임금이 도망쳤다! 임금이 도망쳤어!”
소문이 퍼지자 백성들은 분노했어. 텅 빈 궁궐로 관아로 몰려가 물건을 꺼내고 불을 질렀어. 도성이 불길에 휩싸였어. 경복궁도 화를 피해 가지 못했지. 비는 내리는데 온 도성 안에 검은 연기가 자욱했어.
남대문은 망연자실하게 불길에 휩싸인 도성을 바라보았어.
‘200년 평화가 이렇게 깨지나. 처참하게도 무너져 내리는구나.’
남대문을 열고 닫는 사람도 일찌감치 도망가고 없었어. 파루와 인정을 알리는 종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 남대문은 활짝 열려진 채 아무런 방비가 없었어.

영조 임금은 그 후에도 자주 남대문에 나왔어. 지나는 길에 어가를 멈추고 시장 상인들의 얘기를 직접 듣는 걸 좋아했지. 때로는 남대문 문루에 올라 나라의 중요한 시책을 백성들에게 설명하기도 하고, 죄인들을 심문하거나 처형하기도 했어. 그럴 때는 위용을 갖추기 위해 근사하게 갑옷을 차려 입곤 했지. 남대문은 그 모든 게 신기하기만 했어. 이렇게 자주 모습을 보이는 임금, 처음이었거든.

남대문 사이를 지나가는 전찻길을 놓는다고 분주했어. 손오공 삼총사들은 호기심에 가득 차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야, 참 신기하다. 만날 돌 쌓고 집짓는 것만 보다가 이런 공사는 또 처음보네.”
“그러게, 요 홍예문 아래로 지나가게 할 건가 봐. 공중에 검은 줄은 뭐지”
“전차를 매달고 가는 전기선이라는 거잖아.”
요즘 도성 사람들 관심사는 온통 전차인 것 같았어. 서대문에서 청량리까지, 1차 노선이 처음 개통되던 날엔 구경하느라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지.

남대문길의 행랑들이 모두 정리되었어. 서쪽으로 말끔하게 뚫린 길로 사람들이 지나갔어. 인력거도, 이따금씩 보이는 마차도 모두 그쪽으로 다녔어. 남대문 아래로는 소달구지나 가끔 지나다녔지.
1907년, 아직 10월인데 일찍부터 불어온 찬바람이 남대문을 할퀴고 지나가던 날, 순종 임금은 일본의 황태자를 마중한답시고 인천항으로 거동했어. 남대문은 늘 당당히 정면을 향해 오던 임금의 행차가 옆으로 비껴 돌아나가는 걸 지켜보았지.
이듬해 남대문은 나머지 한쪽 날개마저 잃었어. 남은 한쪽 성벽마저 헐리던 날, 남대문에는 다시 위이잉, 위이잉, 바람이 불었어.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저마다 남대문을 향해 인사를 했어.
“우진각지붕, 남대문 안녕.”
“다포 양식, 남대문 안녕.”
“또 올게, 600년 역사 남대문.”
“예를 숭상하는 남대문 안녕.”
“국보 1호, 소중한 남대문 안녕!”
남대문은 뻥! 하고 터질 뻔했어. 고 녀석들 참! 온통 딴 짓만 하고 돌아다니는 것 같더니 제대로 공부를 하고 가네.
‘그래, 잘 가.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다시 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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