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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다정한 심리 처방

리뷰 총점9.2 리뷰 17건 | 판매지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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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50g | 128*188*30mm
ISBN13 9788956254036
ISBN10 89562540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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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제 딸과 함께 있을 때마다 제 마음속에서 화르륵 타오르는 불길(무슨 불이냐고 묻지 마세요, 그냥 제 느낌을 비유하는 거니까요)은 가라앉힐 수가 없더라고요. 내 엄마와 내 딸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게 아니라, 마치 다섯 손가락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있는 듯 당혹감이 밀려온달까요. 민감한 심리학자로서 전 스스로 이렇게 물었죠.
‘아이에게서 내 어린 시절의 그림자를 보는걸까?’
…어째서일까요? 엄마랑 이야기하다 보면 두꺼운 철문에 발길질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도 엄마는 엉뚱한 소리를 하시니까요.
--- p.19~23

멜라니 클라인은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예요. 처음에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서 아동 정신분석학 연구에 발을 내딛었고, 아기들의 행동을 보면서 사람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했어요. 훗날 클라인의 이론에서 영향을 받아 파생된 것이 ‘대상관계 심리학’인데 그게 제가 지금 연구하는 영역이에요. 클라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일인데요. 여든 살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클라인의 장례식에는 한때 그의 연구를 도와준 사람들이 빠짐없이 찾아와 작별 인사를 했대요. 대상관계 이론을 연구한 심리학자 윌리엄 페어베언은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는데도 찾아와서 조의를 표했고요. 하지만 클라인의 하나뿐인 딸, 역시 정신분석학자이자 의사인 멜리타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어요. 대신 다른 지역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멜라니 클라인을 비판하고 있었죠.
--- p.25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드센 모습만 보고 판단하곤 해요. 그 안에 여린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보지 못하죠. 어른이 된 아이가 자기의 연약했던 지난날을 이야기하는데 주위에선 그 애의 불평불만이나 화내는 모습만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주변 반응이 그러면 저라면 그다음부터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릴 것 같아요. 허상이나 다름없는 ‘화목’을 유지하는 게 우리 할 일이라면, 그깟 것 누군들 못 하겠어요? 영양가 없는 대화나 나누면서 크게 깔깔대면 집 안은 금방 시끌벅적할 텐데요. 하지만 그렇게만 해서야 식구들이 각자 어떤 마음을 품고 사는지 알 길이 있겠어요? 부모에게는 도전이나 다름없을 말을 꺼내는 게 그 애인들 쉬웠을까요? 물론 계집애가 얼마나 언성을 높이고 무례하게 굴었으면, 어른들이 크게 상처받으셨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은 돼요. 하지만 사람이란 자기 자신조차 낯선 어떤 기분과 마주하려면 과장스럽게 무장을 할 수밖에 없어요.
--- p.39

엄마가 쓰시는 글자마다, 행간마다 제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하시잖아요. 엄마의 생활 방식이나 엄마가 믿는 가치관… 제가 그 틀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마치 좋은 딸이 아니라는 것처럼요. 솔직히 그런 사소한 것들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 p.48

엄마, 제가 바로 그런 아이였어요. 감정을 속으로 삼켜야 한다고 배운 아이 말예요. 엄마가 바쁘면 제가 동생을 돌봤죠. 하지만 엄마가 일을 다 본 뒤에 관심을 쏟는 건 남동생뿐이었어요.
“우리 아들은 세 살이나 됐는데 왜 말이 빨리 늘지 않나몰라.”
“우리 아들은 다섯 살인데 어째서 진득하게 앉아 있을 줄을 모를까?”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공부에 집중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 아들 중학교 성적이 안 좋으니 어쩐다?”
남동생이 보란 듯이 소란을 피우면 엄마는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두둔하시며 제게 감싸주라고 하셨죠. 그 녀석이 잘못을 하면 제가 잘 돌보지 못했다고 함께 벌을 받게 하셨고요. 제가 그 녀석을 때리면 제 잘못이었지만, 그 녀석이 저를 때리면 그건 꼭 그 애 잘못은 아니었어요. …전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포기한 거예요. 부모님이 애지중지하는 자식이 된다는 것에 대해 저는 정말 아무 희망이 없었어요.
--- p.53

어릴 때 말예요, 엄마와 아빠가 싸우던 밤이면 사실 저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저는 남들 앞에서 말 잘 듣는 아이를 연기하곤 했답니다. 엄마 앞에서도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려고 말대꾸도 하지 않았죠.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감각을 다스리는 방법도 모르겠더라고요. 귀로는 그저 듣기만 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을 꾹 다물었죠. 제 말 때문에 혹시 무슨 화라도 생겨 엄마 아빠를 곤란하게 만들면 어쩌나 겁이 났거든요. 속으로는 불안하면서도 겉으로는 웃었어요. 완전히 가짜였죠.

몰래 동생을 괴롭힐 때도 있었어요. 엄마 아빠가 안 계시면 몰래 꼬집기도 했어요. 그 애가 큰 소리로 울어대면 얼마나 통쾌하던지. 그러고서 절대 일러바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놨죠. …아무튼 그때 저는 부모님께 벌을 받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형제를 괴롭힌다는 죄책감 사이에 끼여 있었어요. 부모님이 진짜 제 모습을 봐주시길 바라면서도 이런 저는 보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 p.66

은은아, 넌 이 엄마에게 정말 좋은 딸이야. 그런데 ‘좋다’는 말은 기분에 따라, 일에 따라 뜻이 달라지잖니. 네가 꼭 어떤 모습이어야만 좋은 딸인 건 아냐. 하지만 내 기분이 좋지 않은 순간에는 너를 좋은 딸로 여기지 않는다고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해야겠구나. 엄마에게 넌 줄곧 자랑스러운 딸이었단다. 아마 네 동생보다 관심을 좀 덜 줬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내가 돌보지 않아도 네겐 스스로 잘 살아나갈 능력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야.
--- p.73

제 노력은 뭐가 되죠? 사람들은 왜들 그렇게 노력하는 건데요? 길거리에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을 보세요, 엄마. 대부분 저처럼 지나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에요. 손에 쥔 걸 놓지 못하고 그 안에 뭔가 그럴 듯한 게 있다고 여기면서 확신 없는 미래로 나아가려 하죠. 모두 불안감 때문이에요. 지나치게 노력한다는 건 다 불안해서 그러는 거예요.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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