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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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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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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22g | 128*185*20mm
ISBN13 9788952755544
ISBN10 895275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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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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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렇게 필요한 물건을 가방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가방의 지퍼를 억지로 잠그다 보면 뭔가 이건 아니다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훌쩍 떠나는 것이 애당초의 목표였는데 무슨 야반도주하는 이의 그것처럼 가방이 뚱뚱해져 있다. 다시 가방을 열고 필요 없는 것들을 솎아 내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필요 없는 것은 없다. 모두 다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물건들뿐이다. 결국 그 여행 가방에서 빠지는 것은 애꿎은 팬티 한 장과 티셔츠 한 장 정도다. 생각해 보면 여권과 비행기표를 빼고 나면 여행 가방 속에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언젠가 그런 것은 애당초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땐 나도 정말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 「여행 가방 꾸리기」 중에서

여행지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림을 만들기 위해 나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해왔다. (중략)아내와 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남기기보다는 당장 그곳에서 그들과 눈을 맞추고, 마주보고 웃고, 손을 잡고 이야기를 많이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하기에도 여행의 시간은 결코 길지가 않다. 앞으로는 카메라에 필름 한 통만 달랑 넣어 여행을 떠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사진도 더 정서 들여 찍을 수 있고, 여행 속의 아름다운 것들을 가족이 함께 만끽하며 맘 속에 더 많이 담아올 수 있을 테니까. --- 「찍을 것인가 담을 것인가」 중에서

내 방안에는 추억이 서린 그런 물건들이 너무 많다. (중략)새로운 여행의 추억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려면 더 오래된 낡은 추억들이 자리를 비켜주어야 한다. 말 그대로 추억의 포화상태.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이게 다 욕심 때문인 것을. 과거의 향수, 여행의 추억. 삶의 흔적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여행의 기억들을 음미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새로운 여행의 추억을 만들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렇게 추억만 만들다 떠난다면 그것을 누가 추억해 줄까? 우리가 모은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며 추억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뿐인데 말이다. (중략)그러니 추억보다는 당장의 시간, 이 순간들을 즐겨야지. 흘러간 시간은 이미 기간이 다 한 통조림 같은 것인지도 모르니까. --- 「유통기한이 있는 추억」 중에서

낯선 여행지에서 낮에 잠들었다가 눈을 뜬다는 것. 그건 어떤 여행지의 특별한 곳을 찾아가 보고, 감동하는 것만큼 독특한 설렘이 있는 일이다. 그냥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것일 뿐이지만. 그렇게 눈을 뜨면 다시 처음부터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처음부터 다시 솟는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그리고 내가 깨어난 그곳,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된다. 나만의 시간을 사랑하게 된다. 그동안의 나쁜 기억, 힘든 기억은 모두 잊게 되고 머리 속은 텅 비워진다. 그 안에 뭔가 더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채울 수 있을 것만 같다. --- 「낮잠」 중에서

멋진 여행가를 보면 언제나 부럽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아무렇게나 입은 것 같은 셔츠, 나달나달한 거대한 배낭. 무엇보다 그들의 눈이 대단하다.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투명에 가까운 여행가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그 검은 눈동자에 풍덩 하고 빠질 것만 같다. (중략)현실과 꿈. 그것이 만나는 곳에 여행이 있다. 여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고, 뭔가 값진 것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자신에게 구체적인 무언가를 준다고 해서 그 여행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잠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아니면 그저 삶의 달리기를 멈추고 한 숨을 돌릴 수 있다는 것으로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 (중략)언젠가 온전한 여행자의 눈빛으로 세상을 떠돌고 싶다.
--- 「에필로그_좋은 여행 되라고 말해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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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우일 오라버니의 여행에 대하여 소곤거리자면, 오빠는 여행지에 풍덩! 뛰어들면서 사방에 물을 튀기는 무식한 아저씨는 절대루 아냐. 조심조심, 주위사람들을 배려하며 천천히 발을 담그는 사려 깊은 잰틀맨이라고나 할까? 이방인으로서의 예절을 갖추고 조용히 여행을 하는 그 세련된 모습이 은근히 부럽기도 한데 말이지(뭐 여기까진 시작이 그렇다는 이야기고)... 어찌된 일인지 무슨 여행이 하면 할수록 뒤죽박죽, 우왕좌왕, 좌충우돌, 사건 사고의 연속이 되는 건지, 참말로! 이건 마치 장난꾸러기 큐피드가 이우일을 쪼르르 따라다니다가 재미삼아 마구 화살을 날려버려 얼토당토않은 사건을 일으키는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나서 돌아온 그에게 ‘이우일의 불쌍하고도 엉망진창인 여행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딱하긴 한데 그게 좀 재미있단 말이야. 게다가 또 언제 그랬느냐며 훌훌 여행을 떠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이번엔 또 어떤 여행이 터지려나? "하며 부럽기도 하면서 살짝 샘이 나기도 하는데...으음! 몰래 따라가 볼까나.
현태준(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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