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계급사회라는 것, 노동자는 겉으로 자유로운 듯하지만, 실제로 임금노예라는 점을 자각하게 되면 자신이 노예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노예제하에서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켜 노예제를 붕괴시켰듯이, 노동자계급이 임금노예가 되기를 강요하는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와 사회질서에 맞서 싸우고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마르크스는 그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불우한 삶과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마르크스가 ‘혁명적 낙관주의’로 일관했다고 본다.
---「1장_마르크스의 삶과 실천」중에서
노동자계급의 궁핍화 경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쟁이 많았다. 특히 부르주아 이론가들이 마르크스를 비판하는 주요 논거였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임금이 상승해 노동자들이 먹고살 만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마르크스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아마 이런 주장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그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더 줄어들고 절대적 생활수준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노동자계급의 궁핍화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오르고, 또 생산력이 발달해 노동자들의 물질적 생활수준이 향상되더라도 노동자계급의 사회적 처지는 종합적으로 더 악화되기 때문에 궁핍화된다고 말이다.
---「2장_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중에서
식민지 당국은 토지 가격정책을 바꾸어, 이주민이 경작할 토지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려면 비교적 장기간 임금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인위적으로 토지 가격을 높게 매겼다. 이는 부르주아 경제학이 신줏단지 모시듯 존중하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수요공급의 법칙’대로라면 식민지의 무한한 미개척지와 부족한 인구는 토지 가격을 매우 값싸게 만들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인위적으로 높은 토지 가격은 노동자가 임금노동시장에서 농촌으로 은퇴하는 허가를 받기 위해 자본가에게 지불하는 몸값인 셈이다. 이는 결국 식민지에 적용한 ‘원시축적’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3장_제8편 이른바 원시축적」중에서
‘근대의 경제학’은 중상주의의 화폐 물신숭배를 비판하지만, 물건인 생산수단을 본성상 자본이라고 생각하는 자본 물신숭배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는 마르크스의 상품 물신숭배 비판에 근거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시장 물신숭배로 비판할 수 있다. 생산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을 근거로, 시장을 생산자로부터 독립된 자동조절 체계로 인식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신비화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 물신숭배의 완성판이라 할 수 있다. 시장 논리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장해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4장_제1편 상품과 화폐」중에서
노동력이 하나의 상품이라면 이 상품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 마르크스는 노동력 상품을 일반 재화와 구별되는 ‘특수한 상품’이라 부른다. 노동력은 일반 상품과는 달리 가치를 창조하는 유일한 요소일 뿐 아니라 노동력 자체가 인간의 신체 속에 존재한다는 점, 따라서 인간 자신과 분리할 수 없다는 점에 그 특수성이 있다.
---「5장_제2편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중에서
노동력 가치에 이어 표준노동일 등과 같은 주요 경제문제가 계급투쟁으로 결정된다는 점은 경제 현상이 계급관계와 계급투쟁의 경제적 표현이며, 인간과 무관한 자연현상 같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더 나아가, 노동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자본주의적 생산방법에서 노동일 연장에 의한 절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이 제한되는 가운데 점차 다른 생산방법, 즉 바로 다음에 공부할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으로 발전한다는 점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6장_제3편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중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노동생산성의 발전에 따른 노동절약의 목적은 결코 노동일 단축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일정한 양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의 단축을 겨냥한다. 노동생산성이 발전해도 노동자의 노동일은 단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연장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제10장 「노동일」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기계제 대공업에서 노동일의 무제한적인 연장으로 나타났다.
---「7장_제4편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중에서
마르크스는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잉여가치율 공식에 대해 “현실의 노동 착취도, 즉 잉여가치율이 잘못 표현되고” 있으며, 이 공식이 “사실상 표현하는 것은 노동일 또는 그것의 가치생산물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분할되는 비율이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잉여가치와 노동력의 가치를 가치생산물의 부분들로 표현하는 방법이 가져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분석한다. 이런 표현 방법은 “자본관계의 독특한 성격[즉, 가변자본은 살아 있는 노동력과 교환되며, 따라서 노동자는 생산물로부터 배제된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자본관계를 폭로하는 대신 자본가와 노동자가 생산물의 형성에 각자가 공헌한 몫에 따라 생산물을 상호 분배하는 하나의 연합인 듯한 그릇된 겉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절대적·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중에서
자본은 노동일을 연장하기 위해 ‘노동의 가격’을 비참할 정도로 낮게 책정했다. 노동일이 긴 산업부문일수록 임금이 더 낮은 현상은 19세기 영국에서 일반적이었다. 이런 “사태를 완전히 정확하게 파악한” 런던의 건설 노동자들은 1860년의 대파업 때 1노동시간의 가격과 표준노동일을 동시에 결정하도록 요구했다. 즉, “10시간 노동일의 한 시간에 대한 가격은 9시간 노동일의 한 시간에 대한 가격보다 더 높아야 할 것”을 요구했다.
---「9장_제6편 임금」중에서
마르크스는 과잉노동인구가 축적의 필연적 산물인데, 이 과잉인구가 이제는 역으로 “자본주의적 축적의 지렛대로, 심지어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생존 조건”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하의 불가피한 산업순환에서 호황 시 “돌발적·비약적 확대”는 상대적 과잉인구가 없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장_제7편 자본의 축적과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