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9월, ‘오고리상사’였던 회사명마저 ‘패스트리테일링’으로 변경했다. 회사명에 ‘패스트(fast)’를 넣은 이유는 ‘스피드’를 경영의 무기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패스트리테일링’이라는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기업철학과 기업가 정신이 담겨있다. 고객의 요구를 가장 빨리 포착해서, 최고의 스피드로 기획?제작하고, 고객이 놀랄 만큼 빠르게 상품화해 고객에게 가치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는 스피디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전 임직원이 현장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고 결국 위기를 맞게 된다는 위기의식도 포함되어 있다. 야나이 사장은 유니클로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지금도 “회사 내에서 속전속결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고 있다.
- 27p, 업무도 회의도 속전속결, 이름조차 ‘패스트’리테일링
각자 자기 구멍 속으로 들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무실은 다 같이 죽는 사무실이다. 유니클로가 칸막이를 없애면서 시작한 사무실 혁신은 ‘같이 일하는 조직’에 머무르지 않고, ‘같이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엄청난 도전이었다.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돌궐제국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 새겨진 명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일부 사람들은 마치 자신만의 비법이라도 있는 양 자기 자리를 성역화하고 그곳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옆자리의 동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그 조직은 이미 퇴보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협업의식이 사라지면 서로 독려하고 잘해보자는 분위기도 사라진다. 그러면 결국 조직 전체의 시너지가 떨어져 실적이 줄어든다.
- 38p,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고치고 바꾼다
“단지 커리어를 쌓을 목적이라면 유니클로에 오지 마십시오. 우리는 ‘전사전원경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경영진만이 아니라 임원, 관리직 그리고 매장의 판매직원까지도 전원경영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고객창조를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회사, 개인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이로운 꿈과 사명감을 가지고 출발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인재는 회사와 사회를 위해 공헌하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자신도, 회사도 변하지 않습니다. 유니클로가 잘 나가니 이곳에서 단지 커리어를 쌓기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은 자격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리더를 따르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만을 위해서 일하는 리더는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특히, ‘유능하다’는 평을 듣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 착각을 많이 합니다. 저는 이런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자기부정을 해야만 합니다.”
- 126~127p, ‘전사전원경영’으로 구성원 모두에게 경영자 마인드를
1984년에 유니클로 1호점을 오픈했을 때 야나이 사장은 마음에 드는 인재를 만났다. 대학 재학 중이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당시 학생들 과외교사도 겸하고 있어 일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했다. 야나이 사장은 그를 불러 정식 직원으로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는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한 대기업에 원서를 내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희망하던 회사에 입사했다. 이 일을 계기로 야나이 사장은 ‘유니클로를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회사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이 지나 유니클로가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하게 되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그때 그 아르바이트생이 유니클로에 입사했다.
회사를 키우려면 CEO는 먼저 낙후된 정책, 제도, 시스템부터 손을 봐야 한다. 좋은 인재들이 승선하고 싶은 조직을 만드는 작업이다. 규모에 따라 점차 선제적으로 그것들을 선진화시켜야 회사의 규모나 비전에 맞게 인재들이 수혈된다.
- 155p, 6개월 만에 책임자로 키우는 인재사관학교 유니클로
쪼그라드는 회사에서는 사장이 부장이 할 일을 하고 있고, 부장은 과장의 일을, 과장이 대리의 일을, 대리는 평사원의 일을 하며, 평사원은 아르바이트 사원이 할 일을 한다. 이런 곳에서는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목표가 없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윗사람 몇 명만 알고 있거나.
쪼그라드는 회사의 또 다른 특징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통해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장이 부장의 역량을 갖추고 일해야 승진할 수 있는 법인데, ‘승진시켜주면 그때 가서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적절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
계속 성장하는 회사는 반대다. 부장들이 사장 일을 맡아서 하고, 과장과 차장들은 부장이 담당할 만한 일을 한다. 대리는 과장급 일을 하고, 평사원은 3~4년차 대리급 일을 해낸다. 여기서 개인과 조직의 성패가 완전히 갈린다. 그래서 리더는 구성원들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 178~179p,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최상의 시스템을
“유니클로에 불만을 말하고 100만 엔”
유니클로가 고쳤으면 하는 부분을 알려주면 사례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광고를 기획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야나이 사장이었다. 그는 ‘우리 상품이 어디가 나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사서 입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광고가 나오자마자 매일같이 엄청난 분량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불평불만, 문제점, 순수한 후기, 아이디어까지 편지는 모두 3만여 통에 달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다양했다.
(…)
진정한 사랑의 매를 든 고객을 정성껏 선정해 100만 엔을 증정했다. ‘다들 변명하기 바쁜데 이런 광고를 내다니 대단한 회사’라는 응원의 편지도 있었다. 사실 이때의 3만여 사랑의 매가 지금의 유니클로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통해 모든 임직원들이 현실을 정확히 인식했고, 하나된 모습으로 문제해결에 모두가 집중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야나이 사장은 그들이 전해준 한 마디 한 마디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 덕분에 지금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불평과 불만이 담긴 편지를 읽다 보면 실망스럽고 낙담할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위치해 있는 수준과 우리가 도달해야 할 수준을 아는 데 너무나도 중요한 정보를 얻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그렇다. 우리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의 문제들에 회피하지 않고 제대로 직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전사적으로 승리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 207~208p, 자신보다 똑똑한 리더를 키우는 사람이 진짜 리더다
“나를 포함한 유니클로의 모든 리더들은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을 채용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야나이 사장은 이렇게 강조하며 ‘부리기 좋은 사람’을 채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나보다 우수한 사람을 직접 채용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뽑은 사람으로 인해 나의 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진정한 인재 채용에 실패하게 된다. 군림하겠다는 생각이나 부하직원들을 복종시키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간부들이 부하직원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 간부들이 편안하게 자리보전만 생각한다면 인재가 성장하지 못한다. 높은 목표를 가진 의욕 있고 능력 계발에 열심인 부하직원을 두려워하면, 다루기 만만한 직원만 편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게 된다. 학연이나 지연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부서나 팀 사이 파벌과 갈등이 생긴다. 심각해지면 정보 공유는 사라지고, 중복된 업무를 하게 된다. 그 결과 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기회 손실은 커진다.
- 238~239p, 유니클로의 인간중심경영이 주목받는 이유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