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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
중고도서

가끔, 오늘이 참 놀라워서

황선미 | 예담 | 2017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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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62g | 135*205*30mm
ISBN13 9788959135875
ISBN10 8959135879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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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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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기록들을 우연히 들춰보았던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비로소 숨을 쉴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이런 시간들이 있었구나. 바람 느끼며 천천히 걷듯 나를 다그치지 않으면서 속을 풀어놓는 방법도 나는 알고 있었구나. ---「숨 쉬는 방법」중에서

나는 가끔 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볼 때가 있다. 중요한 자리에 가게 될 때는 더 주변을 살펴본다. 그림자처럼 내 뒤에, 뭇사람들 속에 아버지가 섞여 있을 것만 같아서. 시침 뚝 떼고 먼발치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아서 찾아보고 싶어진다. 돌아가신 지 벌써 몇 년이나 됐는데도 그 버릇이 없어지지 않는다. 아버지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더 잘해보려고 노력하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디선가 아버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에 서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어떤 날에는 어디쯤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신호처럼 느껴졌으면 싶다. 너무 힘든 날이나 굉장히 기쁜 날에는. ---「그리운 그늘」중에서

우리가 엄마와 딸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비껴갔을 텐데, 인연은 때로 너무 가혹한 것이라서 끝내 속을 파먹히는 아픔을 남기고야 만다. 병든 몸은 마비되어가는데 정신은 너무나 말짱해서 괴로워했던, 내가 벌을 받는 거라면 상한 꽃게를 슬쩍 섞어 팔았던 죄 때문이라고 말하던 엄마. 내 깊은 구멍이 엄마로부터 비롯되었음을 나는 잘 안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 하고 보낸 엄마를 오늘 시장 귀퉁이에서 만났다.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할 자신이 아직도 없다. 그러나, 엄마. 잘 계시나요. 그래야만 해, 꼭. 거기가 어디든지.
---「잘 계시나요?」중에서

안타까운 기다림 없이는 꽃도 열매도 나에게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꼬챙이 같은 나뭇가지에 피어난 단 하나의 꽃. 이렇게 기특하고 가슴 저린 꽃은 처음이다. 이 맨숭맨숭한 나무 속 어디에 이런 기억력이 숨어 있었을까. 안도하는 숨결 같은, 첫사랑의 설렘 같은, 분홍색의 완성 같은 꽃을 드디어 보는구나. 손끝이 떨렸다. 혼신을 다해 피었을 첫 꽃이건만 따버려야 한다. 아직은 키가 자라야 할 때, 아직은 굵어져야 할 때, 아직은 뿌리를 뻗어야 할 때라서. 너무 일찍 어른인 척하지 말고 충분히 자라라고. 첫 꽃을 버리며 기원한다. 튼실한 나무가 되어라. 좋은 열매들의 어머니가 되어라. ---「첫 꽃을 버리며」중에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이제는 유성의 밤을 아는 일상이다. 그 축축하고 냉한 밤기운, 나무의 향기,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별들, 사라지는 별의 순간, 그리고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이 찰나적인 존재의 삶이 얼마나 귀한지. 그리고 고마운 것인지. ---「유성 사냥꾼」중에서

요즘은 내 이름을 자주 불러본다. 나한테 말도 건다. “선미야, 힘내!” 하고 용기도 준다. 삐거덕거리는 몸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어본다. 나는 나 자신이며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하다. 나이 먹는 몸뚱이와 늙지 못하는 마음이 어느 때는 화합하고 어느 때는 도저히 화합할 수 없어 갈등하면서도 끝내 같이 가야 할 사이. 이런 나를 가장 마지막까지 사랑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아침 거울 속 얼굴」중에서

한 사람이 살아가는 여정은 매우 구체적인 발걸음의 연속이며, 어떤 지점에서 놀라운 문에 들어선다고 해도 그것은 ‘마법처럼 갑자기!’는 아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나에게 주문을 걸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흥미롭다. 매우 사소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길 위의 어린아이이고, 저 너머의 세상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뒤보다는 앞을 보면서 간다.
---「길 위의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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