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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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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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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83g | 135*192*20mm
ISBN13 9788937403828
ISBN10 893740382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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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선(yunseon@yes24.com)
전세계 30여 국에 번역 출간되어 2백만 부가 넘게 판매된 『키친』 이후 『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등으로 가장 주목 받는 일본의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 된 요시모토 바나나는 우리 나라에서도 하루키와 더불어 가장 많은 애독자를 가진 일본 작가이다. 국제적인 감각을 지향하고자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사용하는 그의 글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요시모토 바나나의 『하드보일드 · 하드 럭』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바나나 특유의 분위기를 새록새록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화가 요시모토 나라가 그린 표지를 포함한 총 4장의 삽화는 현실적이면서도 기묘하고 환상적인 바나나의 글과 많이 닮아 있다.

『하드보일드 · 하드 럭』은 외진 산골 마을을 여행하다가 사당을 발견하고 꿈속에서 화재로 죽은 옛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결혼을 앞두고 뇌사 상태에 빠진 언니의 곁을 지키다가 언니 약혼자의 형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하드 럭(Hard luck)> 등 죽음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중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두 편 모두 사랑하는 이가 죽고 난 뒤 맞닥뜨리게 된 상실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음은 바나나의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이다. 삶에서 만나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 그 삶이 더욱 소중해진다. 그러나 결코 그 죽음의 엄숙함에 눌려 있지는 않는다. 바나나는 죽음이라는 슬픔 앞에서 눈물만 흘릴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있어도, 보란 듯이 뽐내면서” 하드보일드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드 럭>은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이라는 큰 불행을 맞이한 순간 `살아 있는 나'는 사랑이라는 행운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나'에게 언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더없이 소중하고 그립지만 이제 언니는 세상을 떠났고 `나'는 세상에 남아 있다. 그리고 다시 유학을 갈 준비를 하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타인의 죽음이라는 <불운-혹은 힘겨운 행운- Hard luck>을 통과하면서 죽음을 경험한 살아 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에 대한 추억과 그의 빈자리를 껴안고 <하드보일드 Hard-boilded>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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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지금밖에 보고 있지 않은데, 시가느이 흐름은 왜 이렇듯 슬픈 것일까. 꿈도 잘 꾸고 반하기도 잘하는 언니에게 억지로 이끌려, 한밤에 언니의 첫사랑 남자의 집 창문을 보러 가곤 했다. 둘이서 워크맨의 이어폰을 서로의 한쪽 귀에만 꽂고, 그때 좋아하는 곳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들으면서 밤길을 걸었다. 언니가 좋아하는 그에게는 관심이 없어도,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는 아파트 밑에 서서, 불 켜진 창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 찡한 일이었다. 별이 줄곧 우리 머리 위에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아스팔트가 가까이 보였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도 아름답게 보였다. 어렸는데도, 남자들이 농을 걸기도 하고 치한을 만날 뻔하기도 하고, 스릴이 있었다.그래도 둘이서 걸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 pp.103-104
언니는 견딜 수 없음 뿐만이 아니고, 마냥 농도짙은 시간도 주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세계에서는, 좋은 시간이 백 배 더 좋아진다. 그 빛을 잡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음만이 배가된다. 하루하루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전쟁이었다. 머리가 멍한 상태에서 언니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 pp.119-120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 p.51
그들의 죽음은 마치 시간의 꼬리가 뚝 잘려나간 듯한 충격으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다가오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시간이란 영원히 멈추지 않는 법이지요. 잘려나가 절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죽음을 껴안고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고 이어져, 삶의 톱니바퀴가 기운찬 소리를 내며 맞물렸을 때, 죽음은 잊혀진 것이 아니라 삶을 풍성하게 살찌우는 체험으로 탈바꿈하고, 충격과 아픔과 아쉬움과 죄의식의 상처는 소리 없이 아물어 삶의 힘이 되어줍니다.
--- p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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