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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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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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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388g | 127*188*30mm
ISBN13 9788972885757
ISBN10 897288575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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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초록 우체통   평점4점
  •  낭만의 음주 해프닝- 나오키상 수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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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서야 될 말인가, 내가 다 없애주지.’라는 결심은 아니었다. 다만 버리긴 아까우니 대충 위 속으로 옮겨 담아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작할 땐 분명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닥에 주저앉아 저 혼자 부어라 마셔라…… 허나 때는 꽃 피기도 이른 시절, 찬 바닥에서부터 냉기가 스멀스멀 뼈 속으로 스몄다.
그러거나 말거나 술은 술술 잘도 넘어갔다. 물처럼 들이켠 것은 아니다. 물이었다면 이렇게는 마실 수 없다. 같은 액체인데 참 신기한 노릇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틈에 술병은 공병이 되어 줄지어 섰다. --- p.17~18

“세상은 참 서글픈 거야. 자, 마셔, 마시라고. 세토구치, 그렇다고 울지는 마. 고쿠토 소주*(* 흑설탕 소주) 시킬까?”
하고 서언니가 부추겼다. 문언니는 규슈 출신으로 소주파다. 서언니는 계속해서 불을 지폈다.
“헌데 들어봐. 고쿠토 소주를 좋아하는 프랑스인이 있었대, 그런데 그 사람이 글을 좀 쓰는 문학가라나 뭐라나. 이름이 ‘장 콕토’라고……” --- p.94

“정직한 사람이군요.”
놀랄 일이다. (…) 술 취해 다쳐서 병원에 왔는데 어째 도덕적인 칭찬을 듣는 거지? 미야코는 절로 고개가 외틀렸다.
의사는 말을 이었다.
“여자들은 대개 이런 상황에서 ‘넘어졌다’고 씁니다.”
그러면서 문진표에 다치게 된 경위란을 톡톡 쳤다.
흰 종이에 꾹꾹 눌러쓴 글자. ‘술이 떡이 돼서.’ --- p.155~156

“네. 한번은 어느 작가 분과의 미팅에서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그분이 ‘자, 일도 다 끝났으니 마티니 한잔 시원하게 비웁시다.’ 하셨죠. 다들 이미 전작이 있는 상태에서 원샷하고 밖으로 나갔는데……”
“어떻게 됐어요?”
“비틀비틀…… 제 머리가 저쪽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것만 같더라고요. 머리가 제 몸을 떠나 저 멀리 있는 느낌이었어요.”
“와아아.”
“독한 마티니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은 첫 잔이라고들 하죠. 날이 새도록 마티니를 들이켜는 것은 술이 사람을 마시는 거지,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게 아니죠.” --- p.239

‘난 매실이고, 오코조 씨는 킨미야 소주 같아.’
라는 엉뚱한 생각이 다 들었다.
기대 이상의 작품을 한꺼번에 받았지, 요리는 시키는 것마다 전부 싸면서도 맛있지, 술은 술술 잘 넘어가지…… 미야코는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 p.275~276

“이봐 코사카이, 옛날 바람 부는 스코틀랜드 양조장에는 위스키 캣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살았어.”
“고양이요?”
불쑥 희한한 단어가 나왔다.
“그 녀석이 수없이 몰려드는 적들로부터 보리를 지켰지. 목숨을 걸고 날카로운 부리로 쪼아대는 까마귀와 긴 이빨로 갈아대는 쥐놈들하고 싸웠다고. 상처 입고 쓰러져도 결코 굴하지 않았어. 음 그래, 몰트위스키라는 건, 그 녀석이 자존심을 걸고 지켜낸, 생명수다 그거야.”
미야코도 이케이도 자꾸만 구부러지는 등을 일으키느라 애썼다.
쓰야키는 계속 기분 좋아 떠들었다.
“어때 코사카이, 이케이. 우리 편집자들이 그렇잖아. 우린 책 만드는 공장에 사는 위스키 캣이잖아.”
--- p.4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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