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0년 이후 첫 10년 동안 주로 국내 언론을 통해 발표했던 칼럼들을 주제별로 새로이 정리하였고, 집필 당시의 시대상황을 부연설명하여 기록으로서 의미를 갖고자 했다. 칼럼들이 다루었던 주제는 21세기 국제정치,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한국 외교의 좌표와 방향, 그리고 한국의 정치사회적 집단 인식과 관련된 것들이다. 각 주제 영역에서 언론 매체를 통해 드러내려 했던 나의 생각들이 적절한 시대 진단이었는지, 그리고 조심스럽게 처방전을 발행하려고 했던 나의 논점들이 미래시점의 시각에서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인지 나는 쉽게 자신하지 못한다. 이것은 철저히 독자들의 판단 영역이다. 다만 21세 초엽,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에 대한 관찰과 비평, 그리고 미래를 향한 꿈꾸기를 포함하는 하나의 기록으로서 이 책의 의미를 두려 한다.

국내 신문의 편집상, 칼럼들은 대개 1800자 내외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면관계로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있었고, 덧붙여 설명해야 할 내용들이 지나치게 압축되어 표현된 것도 있었다. 책의 형식으로 펴내기로 결정하고 묵은 원고들을 다시 뒤적거리면서 느끼게 되는 부족함은 부끄러움으로 다시 살아난다. 가능한 한 원문을 다시 활자로 재생시켰으나 필요한 부분은 문장을 다시 손질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칼럼들을 쓰게 되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덧붙였다. 아울러 글을 쓰고 난 이후 벌어졌던 상황 전개도 적어 넣었고,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원고가 수정된 부분은 원문과 함께 나의 생각을 후기의 형식으로 적어 두었다.

『1800자의 시대 스케치』는 김기정 교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칼럼집이다. 2000년 이후 21세기 첫 10년 동안, 언론을 통해 발표했던 칼럼들을 21세기 국제정치, 남북한 관계, 한국 외교, 그리고 한국 정치사회의 자화상 등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다시 묶었다. 거기에 더하여 저자는 각 칼럼들을 쓰게 되었던 당시의 시대 환경을 프롤로그 또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덧붙여 지난 10년 동안 한국이 걸어왔던 시대의 흔적을 하나의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저자는 그것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스케치라고 제목을 붙였고, 우리 시대를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당대의 지식인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br/><br/>칼럼들의 주제는 국제정치, 지역질서, 한반도 문제, 한국 외교, 한국의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망라하고 있어 실로 다양하고 포괄적이다. 이미 역사가 되어버린 21세기 첫 10년을 한 걸음 물러서서 차분하게 되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시대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자극한다.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의 실무진들에게는 지침서로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전문교양서로서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또한 대부분의 글들이 1800자 내외로 씌어져 있고, 저자의 탁월한 문장력과 논변이 돋보이고 있어 글쓰기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