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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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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 이외수 소설

이외수 | 해냄 | 2014년 03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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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20g | 152*210*20mm
ISBN13 9788965744375
ISBN10 896574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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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온갖 한스럽고 억울한 일들을 내게 누누이 들려주면서 오로지 판검사가 되기만을 간곡히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귀를 후비면 판검사라는 낱말들이 부스러져서 ㅍ. ㅏ. ㄴ. ㄱ. ㅓ. ㅁ. ㅅ. ㅏ 따위의 음소가 귀이개에 묻어나올 것 같았다. 따라서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판검사보다 더 위대한 존재는 없는 줄 알고 살았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이 커서 무엇이 되겠느냐고 물으면 대통령이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해 버리는 애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통령이 잘못을 저지르면 어떤 일이 생기나. 검사가 잡아가고 판사가 판결을 내린다. 나는 판검사가 대통령도 부하로 삼을 수 있는 절대존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그만 돌아가요”
그녀는 주인집 막내아들을 향해 벌써 몇 번째 명령조로 소리치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무엇인가를 단단히 결심하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 주인집 막내아들은 그녀에게 꼭 보여줄 장소가 있다는 것이었다. 몇 달 동안을 별러왔다는 것이었다. 완강해 보였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태였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경솔함을 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려들면 즉시 물속으로 뛰어들어버리겠어요. 저는 수영을 조금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청맹과니의 섬」


복도에서 발자국소리가 들린다.
발자국소리는 공명이 되어 교도소 전체를 쩌렁쩌렁 울린다. 마치 교도소 전체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교도소에서 쩌렁쩌렁 울리지 않는 소리가 무엇일까. 없다. 교도소에서는 귓속말조차도 공명이 되어 뼛속까지 쩌렁쩌렁 울린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의 모든 소리들은 이상하게도 금속질이다. 그리고 정체가 불명확한 불안감을 만들어 증폭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발자국소리는 나동 205호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두 밑바닥이 시멘트에 지익직 끌리고 있다. 저런 소리를 내면서 한가롭게 복도를 걸어다닐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이 교도소 안에서는 교도관밖에 없다.
---「완전변태」


어떤 떡밥이 물고기에 대한 진실과 애정이 들어가 있는 떡밥입니까.
가르쳐줄까.
가르쳐주세요.
자네는 파로호의 물고기들이 시체의 맛에 길들어 있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하네.
아니, 시, 시체의 맛이라니요.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만두세.
노인은 왠지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사방은 어둠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끊임없이 빗소리만 계속되고 있었다. 김 기자는 갑자기 지독한 고립감에 휩싸였다. 온 세상이 다 떠내려가 버리고 좌대 위에 자기 혼자만 남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파로호」


그들은 사실 마음에 드는 여자나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해서 결혼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작 배우자는 중요치 않다. 그들은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조건과 배경을 선택해서 결혼하려는 오류를 당연시한다. 그것들이 사랑의 조건이 될 수도 없고 결혼의 조건이 될 수도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자신에게 속고 있기 때문에 남에게도 속는다.
그들은 재력과 권력과 학력을 미신처럼 신봉한다.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교수, 사업가, 대기업 간부, 재벌 2세. 여자들이 선호하는 대상이다. 권력과 재력은 막강할수록 좋고, 인물과 기품은 빼어날수록 좋으며, 학력과 직책은 높을수록 좋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는다.
---「대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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