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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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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들

: 일상을 이루는 행동, 생각, 기억의 모음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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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56g | 120*185*15mm
ISBN13 9791191018059
ISBN10 119101805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행 대신 책을 품게 되니 삶에 막연함이 찾아올 때면 더듬거리며 책 속에서 길을 찾는 방법 외엔 모르는 사람이 됐다. 주방은 서재가 되고 식탁은 책상이 되었다. 식구들이 밥을 먹으려고 식탁으로 몰려들 때는 재빨리 책을 구석진 곳에 밀어 놓아야 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책을 끌어당겼다. 어느 순간 박완서의 산문집을 읽으며 꽈리고추의 꼭지를 따는 기술이 생겼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이해하며 음식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날의 저녁 메뉴는 배달 피자나 치킨이다.
--- p.45

요즘 나는 고양이와 개를 생각하며 자주 운다. 사랑하기 때문에 울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나는 기꺼이 사랑할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 눈물까지 포함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p.62

매일 비슷한 시간에 식구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삶, 한 달에 한 번은 빠짐없이 남편의 월급이 통장에 꽂히고 그 돈으로 작게나마 계획이라는 것을 세우는 삶, 감당할 수 없이 불행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 짐을 나눠 줄 사람이 옆에 있을 거라는 믿음과 부부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떨어진 아이의 성적을 걱정할 때 그럴 수도 있는 거라며 허허 웃어 주는 사람이 있는 삶, 공과금을 자동이체하는 통장에 항상 비슷한 잔액이 남아 있는 삶.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평범한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 p.92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릴 때나 내가 누구인지 모를 때, 글 쓰는 일에 확신이 없을 때,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 때문에 서러울 때,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때, 실타래처럼 꼬인 일을 풀기 직전에 나는 다시 찻물을 끓인다. 마실 차를 선택하고 좋아하는 찻잔을 꺼내고 가만히 멈추어 차를 우리고 차향을 맡고 천천히 차를 마시는 일에 집중하면, 나를 둘러싼 안개가 걷히면서 흐릿했던 내 존재가 분명해진다. 나를 절망에 빠뜨렸던 사람을 슬그머니 용서하게 되고 초라하게 늙어 가고 있는 나를 사랑하게 된다.
--- p.109

여전히 시간이 나면 문구점을 서성인다. 뒤따라온 남편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한다. “또 사? 집에 많잖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이 “또 사?”, 두 번째로 싫어하는 말이 “집에 많잖아”다. 역시 문구점에는 혼자 가야 한다.
--- p.119

가만 보니 부러움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뒤집을 가능성이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감정이었다. 언감생심, 이건 도저히 게임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너는 네 인생,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거지’ 하는 마음이었다.
--- p.138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그만큼 자유를 잃는다는 것임을 몰랐다. 어느 날 내가 머물던 자리를 떠났을 때 먼지 쌓인 잡동사니가 남아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참 싫다.
--- p.149

고난이 위대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이겨 낼 수 없는 고난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고난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다. 인간은 원래 자신이 겪지 않은 불행과 고통은 영원히 모른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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