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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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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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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1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9890767
ISBN10 8959890766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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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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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입 베어먹은 사과이고, 말을 탄 폴로 선수이며, 눈 덮인 산이기도 하다. 나는 직장 사람들이 나를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사람으로 여겨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애플 맥 쓴다. 맥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치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근사한 사람일 것만 같다. 랄프 로렌 폴로셔츠는 다소 강인한 인상을 전하고 싶을 때 즐겨 입는다. 나는 물은 에비앙 생수만 마시는데 물맛이 특별히 좋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에비앙이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나를 더 건강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
나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눈에 띄는 브랜드 몇 가지만 몸에 지니고 있다면 2~3초 안에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에서 내 맞은편에 않은 여자가 어떤 커피 체인점의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어떤 신문을 읽고, 전화벨이 울리면 어떤 핸드백에서 어떤 휴대전화를 꺼내는지 보면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나는 그 사람이 걸치고 있는 브랜드를 근거로 그 사람에 대해 추측하고, 평가를 내린다. …
내가 새로운 물건을 하나 구입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의 일부를 브랜드에게 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브랜드들은 일방적으로 나의 사랑을 받기만 할 뿐 나에게 사랑을 돌려줄 줄 모른다. 그들이 내게 약속했다고 내가 믿었던 그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지 못한다. 나는 그들의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비슷해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말은 순 거짓말이다. 그 거짓말을 나는 너무 오랜 세월 믿었던 것이다.
_브랜드 화형식 이전, 13~42p


지금의 브랜드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불로 지진다(to burn)'는 뜻의 옛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말인 브랜드르(brandr)'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노예의 몸에다 델타(Δ) 자를 찍었었고, 로마 사람들은 도망치다 붙잡힌 노예에게는 도망자(fugitives)라는 뜻에서 대문자 에프(F) 자를 팔이나 목, 종아리 등에 불로 지져 새기고는 했다. 유죄 판결을 받고 한 평생 원형 경기장에서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검투 시합을 해야 했던 검투사들의 이마에는 바로 그런 그들의 운명을 드러내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 그런데 사람에게 낙인찍던 관행이 물건으로까지 옮겨가게 되었다. 그리스 제국과 로마 제국 당시에 장인들이 만들어낸 물건들에 로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관행은 옹기장이들이 시작하였다. 솜씨 좋은 옹기장이들의 이름이야 주변 지역에서야 누구나 다 알 정도였지만 이들이 구워낸 질그릇들을 아주 먼 곳까지 가져다가 파는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옹기장이가 누구인지 말해 줄 수단이 필요했다. 결국 상인들은 옹기장이들에게 옹기장이 자신을 상징하는 열십자 도형이나 물고기 도형 등을 질그릇에 표시해 달라고 청하였다. … 현대식 브랜드화는 19세기의 산업 혁명으로 상품 제조와 소비가 활황을 띠기 시작하면서 태동하였다. 산업 혁명으로 인해 새로운 산업들이 등장하면서 근로자의 수요가 많아졌다. 그 때까지 시골에서 주로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들이 새로 생긴 일자리들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로 와서 대량생산 체제의 일원이 되었지만 대량생산 체제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시골 출신 근로자들은 역시 대량 생산되어 판매되는 생필품들을 살 때 꼼꼼히 따져보며 물건들을 샀다. 자연히 포장된 상품의 등록 상표들 옆에 표시된 품질에 관한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생산 과정의 발달로 제조업자들은 대량 생산된 물건들을 세련된 모습의 개별 포장으로 출하하였는데 그런 개별 포장에는 상당한 수준의 브랜드화의 모습과 내용들이 깃들여져 있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시장 상황에서 필연적인 결과라고 하겠다.
_카운트다운, 71~74p


상표 등록이 되지 않은 치약을 하나 찾는 데만 해도 나는 벌써 두 주의 시간을 보냈다. 러시아의 한 회사가 호텔에 상표가 붙어 있지 않은 치약을 납품한다고는 하나, 그 치약이라는 게 고작 민트향 나는 치즈덩어리나 다름없어 보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위생용품이나 화장품은 아무래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대체할 만한 제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치약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콜게이트 치약이 나오기 전에 살던 사람들도 치아 관리는 했을 테니 말이다.

예민한 치아를 위한 치약 제조법
- 식물성 글리세린, 1/2컵 (주요 성분)
- 흰색 화장용 점토, 1/2컵 (부드러운 연마제)
- 몰약액, 35~40방울 (잇몸 염증 방지제)
- 박하유나 양박하, 또는 퍼딘하라, 7~8방울 (방향제)
- 정향나무 정유, 7~8방울 (진통용 마취제)

이 재료들을 골고루 섞는다. 치약의 농도는 글리세린 양을 조절하여 원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섞은 후에는 주둥이가 넓은 병에 담에 보관한다.

줄리엣은 분명 이 치약을 맘에 들어 할 것이다. 그녀는 유기농 야채를 좋아하고 때로는 아베다같이 화학성분이 함유되지 않은 화장품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구입하곤 한다. 나는 퇴근하고 돌아온 줄리엣에게 들뜬 목소리로 앞으로 우리는 내가 직접 만든 순식물성 치약을 쓰게 될 거라고 말했다.
“닐, 부엌일 하는 것도 질색하는 사람이 손수 치약을 만들겠다니 믿기 어려운데? 너무 극단적으로 처신하는 것 아니야?”
“어쨌든 브랜드 제품을 쓰지 않기로 한 이상 콜게이트 치약도 쓰면 안 돼. 가게에서 파는 치약은 하나같이 사카린이나 황산나트륨 같은 화학약품 덩어리야. 모두 해로운 독성 물질들이지.”
“당신이나 그렇게 해. 나는 앞으로도 콜게이트 치약을 쓸 거야. 콜게이트가 무슨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물건도 아니고, 유행의 첨단을 이끄는 브랜드도 아니니까.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알겠어. 당신 치아니까 알아서 하라고.”
_카운트다운, 170~172p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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