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족함, 결핍이 좋다. 혼자 있는 공간, 공복, 모두 얼핏 보기에는 결핍이다. 무언가 풍족함과는 반대되는 결여된 상태다. 하지만 나는 결핍이 진정한 평화이자, 나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하는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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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행복하기란 쉽지 않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하게 누리며 살다 보면, 문득 행복함을 느낀다. 삶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가끔은 일상의 흐름을 역주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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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항시 온라인 대기 상태는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우리에겐 연결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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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도 10시 이후 취침 모드에 들어간다. 알람을 따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자는 동안 무용지물이다. 진짜 세상을 살아야 할 시간을 벌기 위한 나의 의도적 노력이다. 사람을 만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집안일을 하기에도 하루가 부족하다. 온라인 세상과 거리를 두고 디지털 단식을 실천하면 머리가 맑아 스트레스가 없다. 촉박함도 조급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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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상품의 가격을 낮추고 또 낮춘다. 그 저렴함은 무상으로 주어질까? 누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가를 치른다. 얼음이 녹아 익사하는 복극곰이, 학교를 포기하고 석탄을 캐는 소년 소녀 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기도가 막힌 거북이들이 대가를 치른다. 외출 시 마스크를 쓰고, 비싼 돈을 지불하고 식수를 마시게 될 우리 후손들이 치르게 될 희생이다. 무언가를 사고 또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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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볼 수 있을 때까지 지내보는 게 내게는 올바른 미니멀리즘이다. 불편함이 평온함과 자유로 다가오면, 그 불편함을 지속하고 결핍을 즐긴다. 불편함이 스트레스와 피로감으로 이어지면, 그 땐 물건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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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모든 물건은 제자리가 있고 사용한 물건을 본래의 자리에 돌려놓는다는 법칙 하나만 기억하면, 집은 결코 어질러지지 않는다. 모든 정리의 기본은 ‘비움’ 이고 그 시작은 ‘버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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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는 데는 관심이 많지만, 영구적으로 집 안을 어떻게 뼛속까지 가꿀지에 대해 더 깊은 사고를 하지는 않는다. 소비를 자꾸 하면 할수록, 공간을 가꾸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 집의 크기를 늘리든지, 물건을 버리든지. 하지만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고려 대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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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처분할 수 없는 물건은 생활 속에서도 짐이 되고 미래에는 자유를 발목 잡는다. 언제든 원할 때 처분할 수 있고 떠나보낼 수 있는 물건만을 소유하면 스트레스도 부담도 없다. 그 어떤 물건도 나의 자유를 속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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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포착하는 안목은 단언컨대, 내가 얻은 최고의 선물이다. 군더더기와 본질을 판별해낼 수 있다면, 삶의 복잡함이 순식간에 단순해진다. 본질을 추구하면서, 나는 물건을 비롯해 관계, 학습, 성장,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모든 것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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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스트가 되면 생활이 매일같이 활력으로 넘친다. 모든 일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는 것,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 스트레스 없이 옷을 고르고 입는 시간, 느리지만 우직하게 목표를 달성하는 근성까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소유의 무게가 나의 통제 범주를 벗어나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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