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금성의 신화》에는 두 가지 상호 연관된 목표가 있다. 하나는 언어와 의사소통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신화들을 푸닥거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많은 독자 대중이 언어학적 연구에 접근할 수 있게 하여 이러한 신화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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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이 ‘다른 언어로 말한다’는 생각은 도그마가 되었다. 그것은 검토되어야 할 가설이나 판단해보아야 할 주장이 아니라, 이론의 여지 없이 합의되었기에 믿기만 하면 되는 조항으로 다루어진다. 이 책에서 나는 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믿음이 부적절함을 논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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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 다수의 인류학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언어가 판명하게 구별되는 비유럽 문화권에 대한 연구서를 출간하였다. 당시 학자들은 양성이 전혀 다른 언어 체계를 이용한다고 주장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지만, 양성이 사용하는 단어의 형태나 특정한 소리를 발음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 등을 지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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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나는 돌아서지 않을 것입니다”의 마가렛 대처 등 상호 적대적 정치의 장인들은 정치적 반대자와 논쟁을 하거나 그를 상대로 ‘득점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우리에게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선사한 고대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금성의 시대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현대적 방식이 협력, 협상, 동기부여, 팀워크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입받는다. 이 단어들은 정치에서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유행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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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가 ‘정체성의 실천’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말을 할 때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든 우리 자신에 관한 정보도 함께 전달하게 된다. 젠더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서 발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속에 포함된다. 그러나 젠더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과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남자지 여자가 아니에요’, ‘나는 여자지 남자가 아니에요’ 같은 메시지로 전부 환원될 수 없다.

<b>왜 ‘화성과 금성의 신화’인가?</b><br/><br/>저자가 ‘화성과 금성의 신화’로 명명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명제를 기본으로 한다. 이 신화에서 뻗어 나온 다른 모든 형태의 신화들은 이 근본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 신화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전부 혹은 일부 담고 있다.<br/><br/>1) 언어와 의사소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중요한 문제다. 여성은 남성보다 말이 많다.<br/>2) 여성은 남성보다 언어 능력이 발달되어 있다.<br/>3) 남성 언어 사용의 목표는 도구적인(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 언어 사용의 목표는 인간을 향해 있고, 관계적인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남성은 사물과 사실에 대해 말하지만 여성은 사람, 관계, 감정에 관해 말한다.<br/>4) 남성의 언어 사용은 경쟁적이며, 그들의 언어에는 지위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익 일반이 반영되어 있다. 여성의 언어 사용은 협력적인데, 그것은 여성이 평등과 조화를 원하기 때문이다.<br/>5) 이러한 차이로 성별 간에 ‘의사소통의 오류’가 흔히 발생한다. 상대의 의도를 오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남성과 여성이 일상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 맥락에서, 특히 이성애적 관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br/><br/><b>그리하여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b><br/><br/>하지만, 그리하여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가정과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오해의 카탈로그가 우리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이는 차별과 이중 잣대의 정당화로 나아가기도 한다. 일례로 남성과 여성 사이 ‘의사소통의 실패’가 본성상 고질적인 문제라는 믿음은 성폭력과 같은 범죄에 대처하는 방식에 점차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피고 측 변호인들은 다음과 같은 논변을 펴기에 이르렀다. 양성 간의 소통 방식이 다르므로 여성이 동의한 적 없다 해도 남성은 순수한 마음으로 여성이 동의한다고 이해했을 것이고, 그것은 남성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정에서 이 논변이 받아들여진다면 피고는 여성의 의도를 고의적으로 오해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잘못 해석한 것이 된다. 그는 무죄 방면되거나 감형 받을 것이다.<br/><br/>저자는 화성과 금성에 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남성, 여성, 언어에 관해 특정한 주장을 하는 것에는 어떤 근거가 있는가? 둘째, 만일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주장을 믿게 된다면 그것이 현실 세계에 어떤 결과를 미칠 수 있는가? 셋째, 왜 그러한 주장을 하는가? 지금처럼 전례 없는 양성 평등의 시대에, 과학자들이 ‘자연’을 조작하는 능력이 탁월하게 진일보한 시대에, 인공 생식과 유전 공학의 시대에, 우리는 왜 본성적 성차를 ‘더 잘 받아들이도록’ 끈질기게 요구 당하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질문에 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