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필립포스의 아들이 아니다. 나는 신의 아들이다. 아폴로는 나를 불멸의 전사로 만들기 위해 그의 화덕에서 나를 단련시켰다. 날개가 솟았고, 불새는 이제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은 저 높은 곳을 향해, 위험, 도전, 무한이 있는 그곳을 향해 곧바로 날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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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를 아마존이라 불렀다. 아마존이란 '말을 사랑하는 여자들의 부족'이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가장 빠르고 가장 강인한 여자들을 길러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다른 유목민들처럼 우리도 무성한 풀과 맑은 샘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우리는 강하고 외로운 여자들이었다. 우리는 다른 부족들과 동맹을 맺지 않았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의 신에 대해 아는 사람 역시 없었다. 아마존들은 그들 기원의 비밀을 철저하게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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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스트리아는 길을 막아선 강 앞에서 멈춰 서 있었다. 그는 나에게서 달아날 수 없었다. 신과 혼령들의 뜻이 그러했다. 나는 다가가 그를 감싸 안았다. 우리는 무기를 던지고 땅으로 미끄러졌다. 우리는 입술과 입술, 가슴과 가슴을 겹친 채 풀숲을 뒹굴었다. 우리의 다리가 휘감겼다. 그런데 알레스트리아는 여자였다! 싸우는 법을 아는 여자! 알렉산더를 납치한 여자! 나를 피해 달아났고, 신의 뜻에 따라 내 곁으로 되돌아온 여자!
아무 이유 없이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곧 내 몸이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내 몸이 하늘에서 추락하며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았던 것이다. 내 손, 내 팔, 내 허리, 내 배, 내 무릎, 내 발가락 끝이 하나의 전체를 이루기 위해 그것들을 기다렸던 나머지 부분과 만났다. 그것들이 서로 휘감기고 엮여져 나무가 되었다. 대초원 곳곳으로 퍼지고, 강 속으로 뛰어들고,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뿌리를 가진 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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