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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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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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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3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78g | 150*225*20mm
ISBN13 9788994103464
ISBN10 899410346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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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진엽
미학을 전공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은유의 인식적 기능과 진리를 다룬 논문으로 서울대 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현대의 해석 이론〉이라는 논문으로 미국 템플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여러 예술 이론을 공부했으며 해석 이론과 예술 이론에 대한 성찰을 씨앗으로 책 『다원주의 미학』을 집필했다. 해석 이론과 예술 이론을 구체적 예술 현상이나 예술 작품에 적용해 왔고, 예술과 무의식에 대한 과학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미학』이라는 선집을 편집했고, 『예술에 대한 일곱 가지 답변의 역사』를 썼다. 옮긴 책으로는 『삶의 미학』, 『프라그마티즘 미학』이 있다. 삶은 아름다우며 추하고, 그 어느 한편도 삶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편이 후편보다 좀 더 많기를 바란다. 그 희망을 위해 플로리다 해안에서 누린 안식을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책 『너는 아름다운 사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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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예술은 우리를 두렵고 번민케 한다. 그러나 때론 그러한 두려움과 번민은 우리에게 추한 세상을 정화할 수 있는 길을 깊이 모색케 한다. 고야의 검은 그림들 앞에 서면 어떤 느낌과 생각이 떠오를까? 치부를 드러내어 더러움이나 추함과 마주하는 순간 잠들어 있던 우리 마음은 고통스럽게 깨어난다. 고통과 충격을 주어 병든 세상을 치유하기, 추한 예술은 추한 세상 너머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자연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 속에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예술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추한 예술조차 마지막에는 아름다움을 꿈꾼다. 그렇다면 다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p. 17

누구에게는 아름다움이 다른 누구에게는 설움이 될 수 있다. 같은 것을 보았는데도 어느 날은 아름다움을 느꼈는데 다른 어느 날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럴까? 마음이 다르고 기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마음에 달려있다. 그럼 어떤 마음을 먹어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칸트는 아무 마음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대답한다. 마음이 어떤 관심에 묶이거나 이익에 집착하게 되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칸트는 이를 ‘무관심성’이라 불렀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며 새털 같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도 있고 짐짝 같은 서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는 칸트의 말대로 우리 마음을 무관심성의 상태에 놓아두면 된다. ---p. 54

떠올려 보자. 갖고 싶은 것들을. 누리고 싶은 것들을. 그것들을 갖고 누리면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 또 갖고 싶고 누리고 싶은 것들이 생긴다. 그것들을 위해 악착같이 조르고 뛰어야 한다. 숨이 멎을 듯하다. 갖는다. 누린다. 더 갖고 더 누리고 싶다. 숨이 멎어야 멈출 수 있을까? 쇼펜하우어는 이 끝없는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길로 관조를 추천한다. 모든 관심에서 벗어날 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했던 칸트의 무관심성은 쇼펜하우어에 의해 관조라는 이름을 얻으며 아름다움의 친구를 넘어 구원의 동반자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질까? 포크로 접시를 긁는 소리는 어떨까? 진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도로 위를 뒹구는 쥐의 사체. 오물 범벅. 달걀 썩는 냄새. 생선 썩는 비린내. 마음만 먹는다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질 수는 없다. 모든 관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은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우리가 지녀야 하는 마음의 조건이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비추는 마음의 요술 거울이 아니다. ---p. 73

오랜 진화를 거치며 사바나 지역의 초원은 인류 삶의 최적의 장소로 자리 잡게 된다. 초원 옆에 파란 호수가 있고 그 위로 푸른 하늘마저 펼쳐진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런 풍경은 인류의 마음속에 아름다움으로 각인되어 누대를 걸쳐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수되었다. 오늘날 인류의 상당수가 도시에 정착하여 살고 있지만 푸른 하늘과 파란 호수와 초록 초원의 풍경은 인류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 여전히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부산물이다.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었던 것들이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움으로 남았다. 결국 아름다움은 지독한 관심이다. 세상에 살아남으려는 모진 관심. 종족을 번식하려는 뜨거운 관심. 무관심이 아닌 지독한 관심이 아름다움을 낳았다. ---p. 101

우리의 일상은 황폐화되어 있는데 그림과 음악이 아름다움의 향연을 펼친들 무슨 소용 있을까? 일상적 경험 속에서 고통과 역경을 딛고 이겨나가며 완성을 성취해 내기, 아름다움은 그곳에 있다. 그러나 일상은 간단치 않은 것. 완성의 성취가 지속될 수는 없다. 우리는 다시 일상을 열어야 한다. 더러워진 그릇을 다시 닦아야 하고, 새로운 공부를 통해 자신을 성숙시켜야 하고, 또 다른 아침 회의를 위해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고달프고 힘들다. 그렇지만 다시 완성의 성취가 있을 것이다. 아니 그를 희망해야 한다. 도전과 좌절과 완성의 수레바퀴. 그것이 우리네 일상이며 그러한 일상 속에 아름다움이 깃든다. 고통만 지속되는 세상에는 아름다움이 없지만, 행복만 지속되는 세상에도 아름다움은 없다. 지옥에도 아름다움이 없지만 속세의 고통과 번뇌를 벗어난 니르바나에도 아름다움은 없다. 아름다움은 고통과 행복이 교차하는 우리의 일상적 삶 속에서만 성취될 수 있다. 어찌 보면 아름다움은 그런 성취 뒤에 보상으로 주어지는 한줄기 빛과 같은 것. 그 빛은 곧 사라지고 다시 다른 빛을 찾아 나서야겠지만 순간에 번뜩인 그 아름다움의 빛으로 인해 걸음은 힘을 얻는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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