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가 지금 겪는 고난과 앞으로 누릴 영광을 이해할 때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고난을 영광으로 가는 유일한 길로 여기고, 나중에 누릴 영광을 고대하면서 이를 악물고 고난을 참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영광과 고난을 함께 ‘즐거워’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할(2절) 뿐만 아니라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는(3절) 것입니다. 이렇듯 2-3절은 우리가 영광뿐 아니라 환난 중에도 기뻐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 겪는 고난과 미래에 누릴 영광은 모두 그리스도인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대상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pp.21-22

통속적인 견해가 위험한 진짜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죄에 대하여 죽어서 죄의 유혹에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가 현실에서 육신의 정욕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 사람들은 성경 해석과 실제 경험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과연 확실한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성경 해석을 계속 지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경험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려 들 것입니다.---pp.44-45

율법주의자들은 율법을 두려워하고 율법의 노예가 되어 살아갑니다. 반율법주의자들은 율법을 싫어하고 율법을 거부합니다. 반면에 율법을 지키는 신자들은 율법을 사랑하고 율법을 지키려고 애씁니다.---p.73

구원이란 단순히 죄를 용서받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사실을 명쾌하게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구원과 용서는 서로 바꿔 쓰거나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닙니다. 구원은 용서보다 큰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구원에는 거룩함이 포함됩니다.---pp.145-146

구원은 자기 백성을 의롭다 하고 거룩하게 하고 영화롭게 하려는 하나님의 포괄적인 계획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먼저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의 죄를 용서하고, 우리를 하나님이 보시기에 의로운 자로 받아들이고, 마침내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그리스도와 같이 될 때까지 성령을 통해 우리를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차츰 변모시키십니다. 그런데 요즘은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조차 구원을 단순한 죄 사함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렇게 협소한 개념에서 벗어나 구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절대로 구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p.146

케임브리지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 하나님은 매우 인상적인 방식으로 복음을 싫어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제게 가르치셨습니다. 당시 저는 제 방에서 같은 학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복음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친구의 반응을 저는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성난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쳤습니다. “소름끼치게 싫어! 싫어! 싫다고!” 그 순간 하나님은 제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작은 통찰을 주셨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복음을 싫어합니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값없이 주어진다는 사실 때문에 복음을 싫어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복음으로 말미암아 고난을 당하는 이유입니다.---p.153

이렇듯 성경은 구원으로 인도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맞춥니다. 성경은 그리스도로 가득합니다. 성경은 우리를 지혜롭게 해서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에 이르는 길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예언하고 예시합니다. 복음서는 그리스도의 출생과 삶과 죽음과 부활을 이야기합니다. 사도행전은 그리스도의 사도들이 어떻게 구원의 복된 소식을 널리 전했으며, 어떻게 해서 교회가 세워졌는지 서술합니다. 서신서들은 그리스도의 성품과 사역 안에 충만한 영광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은 하나님의 보좌에 앉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고 그의 최종 승리를 약속합니다. 이처럼 성경은 그리스도로 가득합니다. 어디를 펼치든 그리스도를 볼 수 있습니다.---p.203

예수님은 구약을 인용하실 때 “~을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라는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옛사람에게 말한바 ~라는 말을 너희가 들었거니와”라고 말씀하지 않고 “~을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라고 말씀하십니다. 표현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그러므로 여섯 개의 병행 단락에서 예수님이 반박하고 계신 것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구전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서기관들이 회당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율법 해석에 반대하고 계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아니라 인간의 말인 전통에 반대하고 계신 것입니다.---p.279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가 먹이신다”라고 말씀하실 때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이 먹이를 뿌려주면 새들이 와서 먹는 모습을 상상하신 게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새들이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심으로써 새들을 먹이십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먹이신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p.322

산상수훈을 듣고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질문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이 선생은 누구인가?”입니다. 실제로 산상수훈을 들은 사람들은 그렇게 반응했습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매 무리들이 그의 가르치심에 놀라니 이는 그 가르치시는 것이 권위 있는 자와 같고 그들의 서기관들과 같지 아니함일러라”(28-29절).---p.352

오늘날의 교회에는 신약성경이 사도와 선지자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일차적으로 의미했던 사도나 선지자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사도 바울이나 베드로, 요한과 같은 사도는 없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경의 선지자들과 같은 선지자가 지금은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들에게 직접 임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우리가 말씀 앞에 나아갑니다.---p.441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18절). 이 문장은 수동명령 현재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계속해서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는 뜻입니다. 성령 충만은 한 번 받으면 영원히 계속되는 경험이 아닙니다. 매일 새롭게 체험해야 할 경험입니다. 저는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성령으로 충만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우리는 확정적으로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성령으로 충만해져야 합니다.---p.456

기독교의 핵심 교리는 ‘그리스도의 주 되심’입니다. 이 교리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자 아치 꼭대기의 쐐기돌이자 자물쇠의 마지막 번호와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인정하면 모든 것이 들어맞습니다. 그리스도와의 관계도, 성도들의 관계도, 세상과의 관계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저는 순례자로서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나가는 이때에 제 마음이 안식을 얻은 말씀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이 그리스도를 본받기를 바라십니다.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자기 백성들에게 품으신 뜻입니다(663쪽).” <br/><br/>2007년 7월 17일, 존 스토트는 이 같은 고별 설교로 공적인 사역을 마감한다. “더 그리스도처럼(The Model: Becoming More Like Christ)”이라는 제목의 이 설교는 그리스도인의 인생의 목적, 곧 그리스도인을 향한 하나님의 뜻에 관하여 그가 일평생 궁구하고 깨달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회심했고,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고 새 생명을 얻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젊은 시절의 고민에 대한 답이 바로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임을 설교하면서, 그리스도를 본받으라는 부르심의 성경적 근거를 짚어보고, 그리스도의 어떠한 점을 본받을 것인지, 그리고 그리스도를 본받는 일의 실제적인 결과는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나간다. 일평생 그리스도만을 전하고,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힘썼던 존 스토트다운 설교였다. <br/>그가 이 고별설교를 한 것은 바로 케직사경회에서였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수차례 개최되어 영적 활력을 제공한 바 있는 케직사경회는 영국의 작은 마을 케직에서 매해 열리는 말씀 사경회로, 1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일찍이 평양대부흥운동에도 영향을 주었고 수많은 명설교가와 성경교사들이 거쳐 간 이곳에서 존 스토트는 1962년부터 설교했고, 20세기 하반기의 케직사경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그리스도처럼》은 1965년부터 2000년까지 그가 케직사경회에서 행했던 시리즈 설교 및 단편 설교를 엮은 설교집으로, 한국어판에는 특별히 2007년의 고별설교를 추가해 총 10편의 설교를 선보인다. <br/><br/><b>■ 성경적 설교의 모범, 존 스토트의 일생의 설교를 듣는다 </b><br/>젊은 시절의 치밀하고 날카로운 강해설교에서부터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간곡한 당부를 담은 마지막 고별 설교까지, 이 책에는 40년이 넘는 세월을 아우르는 존 스토트의 ‘일생의 설교’가 들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스타일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복음의 본질에 충실한 내용, 군더더기 없이 명쾌한 메시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헌신, 그리고 교회와 동료 그리스도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설교 한 편 한 편은, 말의 값이 떨어진 이 시대에 설교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강해설교의 모범으로 부르기에 충분하다. 세속화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던 20세기 후반, 그러한 흐름을 좇는 것이 교양처럼 여겨지던 와중에도 성경의 권위를 강조했던 견결한 복음주의자답게, 그는 고지식할 정도로 성경을 파고든다.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성경 원어의 뜻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문맥과 다른 병행구절과의 연관관계를 검토한다. 그러면서도 청중을 향한 설교답게, 논의가 사변적인 데로 빠지지 않는다. 수사법이나 예화를 자주 사용하지도,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들먹이지도 않는다. 이 담백한 설교가 힘이 있는 것은 오로지 그가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복음의 미련한 것’을 전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br/><br/><b>■ 온전하게, 타협 없이 제시하는 복음의 정수 </b><br/>이 책에는 복음을 입맛에 맞는 부분만 골라내어 먹기 좋게 차려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복음을 제시하려는 스토트의 열심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복음을 싫어한다. 한편에는 자격이 없는 자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중 비명을 지르며 “소름끼치게 싫어! 싫어! 싫다고!” 하고 소리치던 그의 대학 시절 친구처럼, 거저 주어지는 은혜를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도덕적인 삶의 중요성을 도외시하거나 부정하려는 이들이 있다. 스토트는 이런 자들을 향해 ‘구원’의 주어가 ‘하나님’이며 인간이 구원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사실, 한편 그토록 값진 구원을 받은 자는 거룩함을 추구해야 하며, 율법을 지키며 도덕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는 균형 잡힌 복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온전한 복음이 힘이 있다. 특히 거룩을 강조하는 케직 설교답게, 그는 율법의 폐기를 주장하는 당대의 ‘신도덕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도덕과 윤리, 율법을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이를 더 사랑하고 실천하려 애쓴다는 점을 강하게 천명한다. 이는 은혜로 구원받았으니 그것으로 끝이라는 반쪽짜리 복음이 횡행하는 이 시대 한국 교회에 날카롭게 울리는 경종이기도 하다. <br/><br/><b>■ 존 스토트의 육성으로 듣는 복음, 교회, 성령, 그리스도인의 삶 </b><br/>이 책에 실린 설교는 모두 신약의 복음서와 바울서신서를 본문으로 하며, 로마서 5-8장 강해, 디모데후서 강해, 산상수훈 강해, 에베소서 강해, 데살로니가전서 강해, 고린도전서 1-4장 강해 등 6편의 시리즈 설교와 “그리스도의 쉬운 멍에”, “신자 안에 계신 성령”, “예수 그리스도의 주 되심”, “더 그리스도처럼”(고별설교) 등 4편의 짧은 설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산상수훈 설교를 비롯해, ‘의롭다 하심을 받는 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설명하는 로마서 강해나, ‘위기 시의 복음의 전달’을 다루는 디모데후서 강해, 에베소서 강해, 그리고 복음 전파와 목회자의 사역 및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모습 등을 다룬 데살로니가전서 강해, 복음과 교회, 리더십 등을 다루는 고린도전서 강해 등은 각각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도 될 만큼 무게감이 있다. 해당 본문을 연구하는 설교자는 물론, 복음을 맡은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의 일꾼들은, 이 복음적인 설교에서 그리스도인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귀중한 통찰과 값진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존 스토트는 그의 설교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예화 중심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성경 본문을 세밀하게 살펴 복음의 논리를 잡아내고 짜임새 있게 주제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현란한 화술이나 대중적인 수사법을 구사하기보다 단단한 성경적인 논리에 기초해 복음을 변증합니다. 그래서 2천 년 전 소피스트들의 수사학이 빛을 발하던 그레코로만 세계에서, 어리석고 미련한 방식으로 복음을 증거했던 바울을 떠올리게 합니다. 스토트는 성경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사경회 설교답게 복음을 증거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메시지를 명료하게 간추렸습니다. 그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없고, 그의 메시지는 항시 그렇듯 복음의 정수를 길어 올립니다. 간명하고 담백하며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틀림없이 복음의 능력을 확신하며 성령의 도우심을 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지철(소망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