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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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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이

이종호 저 / 강도하 그림 | 예담 | 2007년 07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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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7쪽 | 311g | 140*210*20mm
ISBN13 9788959132300
ISBN10 895913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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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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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종호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방송 프로덕션 PD로 활동하였다. MBC 특집 다큐멘터리 3부작 〈애니메이션 세계를 지배한다〉로 한국 영상 음반 대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다큐멘터리와 TV CF 작업을 했다. 1998년 장편소설 《유체이동》을 시작으로, 《흉가》, 《분신사바》, 《이프》 등의 공포 소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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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는 그림 속 므이와 머리 없는 끔찍한 시체를 번갈아 보고는 결심했다. 이 그림이라도 가져가 아름다운 므이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해야겠다고. 그가 발작적으로 그림에 손을 뻗을 때였다. 등 뒤에서 칼날 같은 음성이 날아왔다.
“손대지 마시오!”
흠칫 놀란 올리비에가 돌아보자 승려복을 입은 한 법사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난 올리비에 중령이다. 이 그림은…….”
“그 그림은 아무도 가져가서는 안 되오.”
“뭐라고?”
“므이는 그냥 살해된 게 아니오. 저주를 당한 거요. 얼굴과 손발을 잃어버려 자신의 영혼을 찾지 못하고 영원히 이승을 떠돌아야 하는 끔찍한 저주를 말이오.”
“그런 저주 같은 건 내가 알 바 아냐. 그런 얼토당토않은 건 너희들 베트남인들에게나 통하겠지. 나는 이 그림을 가져가야 한다. 그리고 난 오늘밤 프랑스로 돌아갈 테지만 후임자에게 반드시 살인범들을 잡도록 할 것이다.”
“그 그림도 저주를 받았소.”
“그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얼굴과 손발을 찾아 영원히 이승을 떠돌아야 하는 저주받은 원혼에게 그 그림이 어떤 의미를 가지겠소? 므이를 살해한 자들도 이 초상화가 있다는 걸 몰랐던 거요. 그 그림은 억울하게 얼굴과 손발을 잃고 이승을 떠돌 므이의 원혼에게 중요한 것이오. 이제 므이의 원혼은 그 그림에 깃들어 복수를 꿈꿀 것이오! 당신이라고 무사할 것 같소?”
올리비에는 법사를 노려보다가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있는 시체도 다시 내려다보았다. 알 수 없는 꺼림칙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림 속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므이의 미소가 좀 전과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든 것도 그의 마음에 걸렸다. 그가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그 그림을 므이의 원혼과 함께 봉인해야만 또다른 끔찍한 비극을 막을 수 있소.”
―〈프롤로그〉중에서
--- pp.44~46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에 그림이 있었다.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만 수정은 거실에 걸려 있는 ‘므이의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림은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수정을 끌어당겼다. 자신이 그림 속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초원의 시원한 바람과 공기, 그리고 이국적인 향취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수정은 눈을 감고 그 기이한 감각에 몸을 맡겼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서인가 끔찍한 비명과 외침이 들려왔다. 수정은 눈을 번쩍 떴다. 앞에는 여전히 ‘므이의 집’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 생생한 비명소리는 어디서 들려온 것일까. 마치 그림 속 집에서 들린 것처럼 생생하고 소름이 끼쳤다.
잠시 후 수정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숨을 죽였다. 그림 속 ‘므이의 집’에서 여자가 걸어 나온 것이다. 여자는 긴 생머리를 가슴 양편으로 늘어뜨렸고 가끔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하얀색의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날씬한 몸매가 잘 드러나는 아름다운 옷이었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면서 수정은 여자가 바로 그림 속 집의 주인인 므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놀라우면서도 신기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낯설기보다는 친근했다. 그림 속 므이가 맨발로 초원을 가로질러 수정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수정을 향해 활짝 웃었다. 마치 ‘내게 할 말이 있잖아. 괜찮아. 어서 해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수정이 꿈결에서처럼 중얼거렸다.
“맞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난 소희가 미워. 없어졌으면 좋겠어. 부탁해, 므이야!”
수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을 요란하게 열리며 이한과 김형사가 거실로 뛰어 들었다. 이한이 그림 앞에 서 있는 수정에게 소리 질렀다.
“수정아! 어서 그 그림에서 떨어져!”
―〈파국〉중에서
--- pp.124~125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습니까?”
이한의 물음에 법사가 그림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비밀은 저 그림이 알려줄 것입니다.”
법사는 므이가 살해당했다는 그 지점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두 손을 합장한 후 입속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주문을 외우는 법사의 음성이 차츰 격렬해지기 시작했고 그의 양미간은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졌다. 법사가 갑자기 주문을 그치더니 이한에게 소리쳤다.
“그림을 찢으시오!”
“예?”
이한이 놀라 되묻자 법사가 다시 말했다.
“저 그림 뒤에 또 한 장의 그림이 있습니다!”
이한과 김교수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김교수가 황급히 밖으로 나가 칼 한 자루를 찾아 들어왔다. 법사가 말했다.
“그림은 백여 년 전 조선에서 건너와 바로 이 자리에서 므이의 초상화를 그렸던 그 화원의 자손이 찢어야 합니다!”
김교수가 이한에게 칼을 넘겨주었다. 이한이 칼을 받아들고도 머뭇거리자 법사가 다시 다그쳤다.
“가서 그림을 찢으시오!”
이한은 칼을 들고 그림 앞에 다가갔다. 그림 뒤에 또 한 장의 그림이 있다니. 대체 어떤 그림이 이 뒤에 있다는 것일까.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림의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칼로 그었다. 사면을 완전하게 그은 후 이한이 조심스럽게 앞의 그림을 벗겨냈다.
드디어 법사가 말한 또 한 장의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이한은 머리카락들이 올올이 일어서는 느낌이었다. 놀랍게도 뒤에 숨겨져 있던 그림은 므이를 살해하는 장면을 스케치해 놓은 것이었다. 이한의 뒤에서 지켜보던 김교수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럴 수가! 저 붉은 머리칼의 여자는 올리비에의 아내 리디아가 틀림없어! 므이를 죽인 건 역시 리디아였어!”
거친 선과 색으로 그려진 그림이었다. 급박한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림에는 김교수가 말한 것처럼 붉은 머리칼의 서양 여자가 한 손을 허리에 대고 눈을 번득이며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므이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 같았다. 남자 세 명이 각각 그녀의 발과 손, 머리를 붙들고 있어서 므이는 가려졌지만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므이를 붙든 남자들의 손에는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큰 칼이 들려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므이를 내려칠 것 같아 이한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므이〉중에서
--- pp.13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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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이의 초상화에는 행복하고 싶다는 것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세상은 힘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자에게 짓밟힌 힘없는 약자의 행복은 결국 분노와 저주가 되어 므이의 초상화에 담겨진다.
―김태경(영화 〈므이〉 감독)

전설 속 저주의 주인공인 동시에 비운의 운명을 가진 슬픈 캐릭터,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슬픈 기억과 상처를 가진 인물인 '므이'를 모티브로 한 소설 〈므이〉가 출간되어서 기쁘다.
―조안(영화 〈므이〉의 윤희 역)

이종호 작가님이 쓰신 소설 〈므이〉는 영화 시나리오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또 하나의 비밀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므이의 전설이라는 새롭고 인상 깊은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차예련(영화 〈므이〉의 서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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