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나느 손을 아래로 내린다.
그녀의 배를 지나간다.
비가 더 질펀히 내리면
나는 손을 적시며 노를 젓는다.
나의 손가락은 아주 기어져서
귓속말이듯 그녀에게 묻는다.
눈이 옵니까 아니오.
눈이 옵니까 아니오.
눈이 오면 우리는 춤을 춘다.
팔과 다리를 들어올려
너울너울 춤을 춘다
마침내 그녀의 팔과 다리가
내 머리를 지나 하늘에 닿고
아물아물 우리의 정신이
위로 올라간다.
위에서 퍼지는 우리들의 살과 살
하늘에선 듯 땅에선 듯
사뿐사뿐 눈이 옵니다.
밖으로는 계속 비가 내리고
깊은 밤중에도 빛이 새어드는 공간
사랑의 공간.

무지리에서 만나 사람들의 얼굴은
하느님이었다.
죽음을 옆에 놓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노래하지도 않고
무시하지도 않고
그들은 곧 죽음을 뛰어넘은 얼굴이었다.

그들은 소와 돼지와
개와 닭과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함께 살면서
그들은 그것들보다 잘났다든가
그것들이 자기들보다 열등하다든가
그러한 구별을 느끼지 않는다.

무지리 사람들은
오류동에서 반시간쯤 거리에 살면서
오류동 사람과 다르고
광명리를 마주 바라보면서
광명리 사람과도 아주 다르다.

죽음을 초월한 그들에겐
부가 그렇게 부러운 것이 아니고
빈이 그렇게 비굴한 것이 아니었다
흙에서 일어나서 흙에서 자고
흙을 구슬려 먹이를 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종교를 갖고 있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그들의 삶이 곧 종교요
그들이 가는 곳이 곧 길이요
그들 자신이 곧 그들의 하늘이었다
무지리 사람드은 하늘과 함께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