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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58g | 140*210*24mm
ISBN13 9788971997062
ISBN10 8971997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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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곤경에 처한 고마치가 하룻밤만이라도 개를 맡아 줄 곳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양심에 따라 맡아 주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책임지고 텐트에서 같이 밤을 보내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나중에 보니, 정말로 반더포겔부다운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리 생각해 둔 말이었지만, 교장 선생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교감 선생 표정이 점점 험상궂게 변했는데, 그것은 작전이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사실은 말이죠, 반겔 정신이나 학교 교육 정신 같은 건 학교생활을 하고 입시 공부를 하고 그러느라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유기견 한 마리와 신입 부원 덕분에 그 소중한 정신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강아지한테 원더라는 이름을 지어 준 거고요.”
입을 모아 호소하자 야기 교장 선생 얼굴에는 감동마저 어렸다. --- p.59『1장. 원더와 우리의 시작』중에서

“원더가 있어 준 덕분에 제 고교 생활이 얼마나 충실했는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원더와 함께 걷던 학교 주변, 원더와 함께 오른 산들, 원더와 함께 보낸 날들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후배 여러분도 원더와 함께 그런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고마치 겐타로의 글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아마, 이 마지막 한 줄이 지구사 유키의 마음을 움직였을 터이다.
반겔부 고문으로서도 두 사람의 마음을 받아 주고 싶었다. --- p.125~126『2장. 원더와 최초의 여자 부원』중에서

모두가 나란히 서서 같은 일을 하는 데 서투른 학생은, 학교라는 폐쇄된 사회에 가둬 놓아서는 안 된다. 교실 안에 밀어 넣지 말고 넓은 세계를 보여 주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기가 있을 장소를 찾게 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자기 힘으로 나아갈 테고. --- p.168『2장. 원더와 최초의 여자 부원』중에서

원더를 훈련시키는 일도 그렇다. 개 훈련 같은 걸 수업 시간에 가르치려 했다가는 꽤나 애먹었을 거다. 요즘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험에 나온다고 위협해도 일시적인 지식으로 끝나 버린다. 그런데 가까이에 원더라는 존재가 있고 원더에게 자유를 준다는 목적이 있기에, 부원들은 스스로 훈련 방법을 공부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교관 같은 유키가 다른 이들을 끌어들인 면은 있지만, 반겔부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개와 함께 지내는 지혜를 갖고 살아갈 것이다. 부원들이 원더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 같지만, 원더 덕분에 부원들이 배우는 것도 크다.
시험 전 벼락치기나 시합 전 특훈보다도 중요한 것을 원더가 부원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그것은 교사나 고문 입장에서는 좀처럼 가르칠 수 없는 것이고, 산이 가르쳐 주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고마치 겐타로라는 신입생이 이 학교에 데리고 온 강아지가 이렇게 훌륭하게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 p.197~198『2장. 원더와 최초의 여자 부원』중에서

겐타로는 무심코 원더와 가지와라 선생을 번갈아 보았다. 원더가 날마다 거르지 않고 영역 표시를 한 탓에, 콘크리트 기둥은 거기만 색이 변했다. 원더가 처음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부터 지켜본 겐타로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지만, 야기 교장이 그것을 졸업식 화제로 골랐다는 건 뜻밖이었다.
가지와라 선생의 입매가 부드러워졌다. 겐타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음색을 바꾸어 말을 이어 간다.
“‘조그만 원더조차도 날마다 거듭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증거를 새기고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 이 소라자와 고교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성과겠지요. 여러분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그것을 보고, 자신이 이 학교에서 갈고 닦은 노력의 성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주지 않겠습니까?’ 하고 말씀하셨어요.”
“학생들 반응은 어땠나요?”
“원더 오줌 얘기란 걸 알았을 때는 역시나 웅성거렸지요. 엄숙한 식장에서 그렇게 웅성거리는 것 자체가 얘기를 흘려듣지 않았단 거잖습니까. 교장 선생님 마음은 전해진 것 같았고, 끝으로 ‘부디 소라자와 고교에서 지낸 날들을, 앞으로의 인생에서 살려 나가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을 때는 박수가 일었지요.” --- p.242~243『3장. 원더와의 재회』중에서

원더가 달려든 것이다. 유키는 두 손을 벌려 원더를 잡고서
꼭 안아 주었다. 갈색 털에서 온기와 숨결이 전해져 온다. 크게

차 열쇠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겐타로가 운전석에, 유키가 조수석에 앉아 소라자와 고등학교를 향해 달려간다. 밤길을 달리며, 두 사람은 동아리 건물 뒤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려고 의논했다.
“원더가 없었으면 이렇게 밤중에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일 따위 없었겠죠.”
“애초에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일도 없었을 거야.”
“그러네요.”
유키는 겐타로의 옆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것도 원더 덕분이에요.”
겐타로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유키는 숨을 훅 하고 내쉬었다.
“만약 원더가 없었다면 전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요?”
겐타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유키에게 시선을 보내 눈이 마주치자 둘이 함께 웃음 지었다.
두 사람 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원더가 있었기에 지금의 고마치 겐타로와 지구사 유키가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고 그것만으로 행복한 것이다
--- p.335『4장. 원더와 우리의 첫 동창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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