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음식, 바로 알고 바로 알리기
정선영 (sunnist@yes24.com)
올해가 ‘쌀의 해’ 인 것을 알고 있는지? 국제 연합 (UN)은 ‘쌀이 생명이다’ 라는 표어와 함께 쌀을 단순한 먹거리 상품이 아닌, 인류의 삶과 문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상징으로 조명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펼치고 있다. 해마다 날마다 각종 단체들이 ‘... 의 해’를 정하는 통에 이젠 다들 시큰둥하다지만, 갈수록 쌀 소비량은 줄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쌀 시장 개방을 더 유예시키느냐, 관세화 시켜 개방하느냐는 기로에 서 있는 우리로서는 주식인 밥, 한식문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71년, 다수확품종인 통일벼-정부미의 탄생으로 ‘녹색혁명’을 이루어 냈지만, 정작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인은 쌀밥을 하루 두 공기도 채 먹지 않았다고 한다. 패스트푸드점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자라나는 세대들은 밥보다 햄버거, 피자에 더 익숙하다. 요즘에는 밥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희귀종이 되어버렸으니...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경제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쌀 소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1인당 국민 소득과 인구증가율, 대체 작물과의 상대가격인데, 소득이 낮은 때는 쌀이 사치재로 여겨지지만 소득이 올라가면 열등재가 되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아진 사람들은 쌀 대신 빵, 생선, 고기 같은 다른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중간 이상의 소득 수준을 누리는 나라에서는 쌀 소비가 똑같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문제는 쌀 대신 먹고있는 식품들이 아닐까 한다. 건강에 도움되지 않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해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연신 들이키는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로 소위 선진국형 비만과 소아 비만이 벌써 위험 수위까지 이르렀다. ‘의’와 ‘주’는 서양식을 따른 지 오래 라지만, ‘식’마저 그 자리를 내주고 나면, 생존문화(?)의 기본이 완전히 서양 것이 되어 버린다. 문화란 것이 거창하고 위대한 것만이 아니라, 매일 접하고 행하는 것이라 하면, 우리 문화는 가장 기본부터 위태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책의 처음부분에서 저자와 음식학자, 두 사람은 한정식 집에서 만남을 가진다.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풀어 가는 두 사람은 현재 전통 한식집에서 제공되는 한식마저도 전통한식에서 상당히 왜곡된 형태라는 점을 지적해낸다. 물론 전통문화라는 것이 시대에 적합하도록 수용되어야 하지만, 한식 기본의 정성스런 모습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럼, 전통적인 한식의 특징과 모습은 어떤 것인가? 기본적인 특징으로는 밥이 주고, 반찬이 부인 ‘주,부식형’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채식을 중심으로 한 식단과 김치, 장류 등의 발효식품이 어우러진 자연식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밥, 반찬, 김치를 뼈대로 해서 선사시대부터 쭉 훑어 내려오며 이야기가 계속된다. 삼국시대 불교문화의 영향이 채식문화를 계속 이어지게 했고,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가 붉은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 조선후기 고추가 들어오면서부터이며, 이 때 이후로 한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 등이 다뤄진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우리가 항상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 방안을 이야기한다. 무엇이든 상품화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일본은 ‘스시’를 세계화시키고자, 고급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서양 바이어들과 만날 때 일부러 일식집에서 약속을 만들고, 고급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것. 한식도 이처럼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홍보전략을 가지고 세계화시켜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들이 한국 김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입할 의사가 충분히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문제는 가격 차이를 감수하고라도 사겠다는 수요층에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답답한 현실이다. 이제껏 한국음식이 그나마 알려져 온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그야말로 고전 분투하는 노력을 통해서였다.
이제는 좀 더 체계화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련 전공자들의 전문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동안 성장만을 위해 바쁘게 달려왔다면, 이제는 내부적인 철학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 할 때인 것이다. 한 외국학자는 한국이 제대로 된 철학 없이 국민소득 1만 달러를 이루어 낸 것이 기적이라고 까지 말한 바 있다. 폄하하는 발언인 듯도 싶어 불끈하기도 했지만, 이대로 마구잡이 식으로 달려가다가는 국민소득 2만 달러는커녕 제자리를 지키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분명 대단한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이제 더 이상 남의 것에 솔깃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훌륭한 문화를 잘 갈고 닦아, 우리의 좋은 것을 다 같이 누리도록 하자. 세계는 지금 빠르고 편한 것보다 좀 느리더라도 자연 친화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 Fast Food 의 반대편에 서있는 Slow Food 는 분명 한식의 철학과 통하는 면이 많다. 외적으로 한식의 건강함을 알림은 물론, 내적으로도 자라나는 세대들의 건강을 위해 한식의 소중함을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웰빙(Well-being)’ 이 전 세계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지금, 진정한 건강식인 한식을 바로 알고, 또 알린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