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날이었다. 잠의 틈바구니로 온통 과거만 들여다보였다. 어쩌면 같은 동네에서 사람이 죽어, 그래서 조금 뒤틀린 공간이 작용하는 일도 있을는지 모른다. 오늘밤 이 세계에서는 몇 사람이나 죽고, 울고 있는 것일까. 나는 한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아 서성이고 있었다. 저녁나절에 잔 탓이다. 거리에서는 한겨울 냄새가 났다. 차가운 대기에 섞여, 앞으로 머지않아 닥쳐올 본격적인 추위의 예감이 몸속으로 전해진다. 메말라 앙상한 나뭇가지가 뼈처럼, 하늘에 어슴푸레한 그림자를 던지며 떨고 있었다. 깎여지는 달이 먼 하늘에 조그맣게 선연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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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늘 거기에 충만히 있으면서, 쉽사리 만질 수 없는 찬란한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이 때때로 나를 감싸고 있음을 느낀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때에서 이때로 흐르는 물처럼 풍요롭게,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는 달콤한 산소.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보석을 꺼낸다는 전설 속에 상자처럼, 나는 분명 내 몸 속 어딘가에 그것들을 꺼내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음을 늘 느낀다. 머리를 다쳐보는 것도 또한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단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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