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SY, 혼돈이 기회가 된다
도서1팀 정일품 /자기계발 MD (ilpoom0829@yes24.com)
2017-01-26
Q. 나는 계획을 세우고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A. 매우 그렇다. 인성 검사를 치르다 보면 수많은 문항을 두고 매우 그렇다/그렇다/보통이다/그렇지 않다/매우 그렇지 않다 중 나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하나를 골라 체크해야 한다. 어떤 문항엔 오래 생각하면서 답변하곤 했지만, 고민 없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항목도 있었다. '계획을 세우고 규칙을 따르는 것을 좋아한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매우 그렇다’에 체크하면서,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 내심 만족스럽기도 했다. 계획을 세우고 규칙을 잘 지키면 당연히 좋은 것 아닌가?
그러나 『메시』에서는 통제를 통한 규칙과 계획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규칙과 정돈된 상태, 계획에 안정감을 느낀다. 혼란과 무질서함은 비효율적이고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해서 규칙을 만들고 정리하는데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이메일과 서류를 철저한 기준대로 정리하는 것이 항상 더 효율적일까?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메일을 찾는 것이 기준대로 정리해 놓은 폴더들 사이에서 메일을 찾는 것보다 빠르지만, 우리는 폴더를 만들어 정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저자 팀 하포드는 『메시』에서 작게는 정리법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해서 기업, 정치인, 역사적인 전쟁, 연구자,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례를 들어 무질서함에 대한 편견을 깨고, 평가절하 되어 왔던 혼돈의 가치를 증명한다.
알고리즘을 따르고, 모든 것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범주화하고, 질서정연한 규칙을 따라서 자동화 되어가는 세상은 오히려 인간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는 무질서와 혼란이야말로 혁신으로 이어지는 창조성, 추진력과 자극을 주는 요소라고 주장한다. 20세기에 길이 남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준비한 원고를 내려놓고 이어나간 즉흥적인 연설이었다. 미국의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은 튜닝도 되지 않고, 페달이 눌리지 않아 도저히 연주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피아노로 인생 최고의 연주를 했다. 질서정연한 세상에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난 혼돈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는 재난이 되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혼란에서 기회를 찾고 눈부신 성공을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상황을 마주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메시』에서는 이 무질서함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혼돈이 예전처럼 두렵지 않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규칙적인 일상을 조금 비틀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2017년 1월, 계획을 세우기 좋은 시기다. 모두가 새해를 맞아서 계획을 세우고 정리하려 할 때, 반대로 혼돈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