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와 연기 -김현정의 그림을 읽고

_펑펑(彭鋒)(북경대학 예술학과 주임교수,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중국관 총감독)

언뜻 보면 김현정의 그림은 중국 대륙에서 유행하는 신(新)공필화(工筆畵)와도 비슷하지만, 북미지역에서 유행하는 팝초현실주의(Pop Surrealism)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작품들을 찬찬히 뜯어보니, 결코 이 두 현대미술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예술가의 개인적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나는 알게 됐다. 김현정의 그림은 매우 특별한 사례로, 그녀의 마음속 세계로 들어가지 않고는 작품들의 의미를 읽어낼 수 없다.
나는 김현정 화가를 북경대학 나의 연구실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그녀가 배우이고 일찍이 심리문제가 있어 그림으로 자기치료를 성공적으로 했음을 알게 됐다. 예술로 심리적 질병을 치유한 경우는 새롭지 않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환자가 예술가가 된 사례는 아직도 흔치 않다. 예술이론을 연구하는 나로서는 김현정의 사례에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그녀와 그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고대하고 있다.
내가 봤던 김현정의 작품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랄라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랄라의 이미지가 없는 것이다. 랄라의 이미지가 없는 작품들에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모두 잠자리의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다. 김현정은 랄라를 그녀의 내면아이로 보았다. 이로써 그녀의 그림에는 랄라의 이미지를 그린 그림이 있는데, 이는 바로 자아 인식과 자아 묘사이다. 잠자리 이미지가 있는 작품에 대해서도 또한 유사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작품들 가운데 잠자리는 화가의 화신이 됐다. 사실 잠자리와 랄라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잠자리는 사람들의 어린 시절 이상적인 놀이친구였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잠자리는 랄라와 마찬가지로 화가의 내면아이다. 랄라가 김현정이 의식적으로 만든 내면아이 이미지라면, 어쩌면 잠자리는 그녀 마음속 내면아이의 무의식적인 상징이다. 결국 김현정의 작품 가운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랄라와 잠자리는 바로 화가 자신이다. 이런 의미로 말하면, 김현정의 그림은 모두 자화상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림은 마음의 울림이고, 그림은 그 사람이다. 이는 동양의 전통 미학의 중요한 규범이기에 동양의 화가들은 굳이 자화상의 형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아 인식과 자아 묘사가 가능했다. 꽃, 새, 벌레, 물고기, 산천은 물론 더 나아가서 해, 달, 별까지 모두 자아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오래된 동양 미학의 규범은 현대 서양 미학에서도 호응이 있었다. 예컨대 19세기 유행했던 테오도어 립스(1851~1914)의 ‘감정이입’ 이론은 대상을 빌어 자아를 인식하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비유하면, 20세기 자크 라캉(1901~1981)의 ‘경상(鏡像)단계’ 이론은 타자(他者)를 자아가 세워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수단으로 봤다. 우리는 랄라와 잠자리를 김현정이 자아를 세우는 데 쓴 타자로 볼 수 있다. 랄라와 잠자리를 묘사함으로써 화가는 자아 인식과 자아를 세우는 수단을 얻은 것이다. 김현정의 작품 하나하나를 그녀 마음속 깊은 대화로 보면, 그녀는 대화를 통하여 마음속 상처를 이겨내고 더욱더 완전하고 강한 자아를 형성했다.
하지만 김현정의 그림은 글자 그대로의 자화상이 아닌 일종의 준(準)자화상이기에, 립스의 ‘감정이입’ 이론이나 라캉의 ‘경상단계’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김현정이 만든 랄라와 잠자리 이미지에는 자화상의 성격이외에, 그럴 듯하게 꾸몄거나 연기한 성격이 있어 최근의 허구 이론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김현정은 자신을 랄라나 잠자리로 꾸미고 그 역할로 여러 장소, 특히 미술사 명작과의 대화 가운데 나타났다. 겉으로 보면 이런 연결과 변통은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가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은 화가의 역할연기다. 역할에 따른 연기를 통하여 화가는 폐쇄됐던 자아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넓은 세계와 화합했다. 이런 역할연기는 어쩌면 화가의 배우 경력과 관련이 있다.
김현정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녀의 이중의 자아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아를 묘사하기 위한 타자이고, 하나는 자아가 연기한 역할이다. 이중의 자아가 존재하는 관계로 김현정의 작품이 우리에게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자아에 대한 인식과 탐색뿐만이 아니라, 역할의 시선을 통한 세계에 대한 인식과 탐색이다. 자아에 대한 인식과 탐색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김현정의 작품은 전형적인 모더니즘 스타일이다. 세계에 대한 인식과 탐색이라는 관점에서 말하면, 그들은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김현정이 채택한 재료와 방법은 전형적인 전통 스타일의 공필화이다. 이로써 김현정의 그림이 예술비평용어 가운데 전통,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구분 자체에 의심을 가질 만하겠지만, 아마도 김현정의 그림은 하나의 신(新) 스타일의 도래를 예고한다.

‘롤모델’ 바로 내 안에 있다!<br/><br/> 배우화가 김현정의 글과 그림은 독특하다. 자신 안에 있는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대화하며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치유해가는 모습은 그녀의 글과 그림을 접하는 이들이 함께 치유를 경험하게 한다. 이는 김현정이 받았던 심리 상담과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을 수료한 이력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를 통해 김현정은 ‘다른 사람에게 고민을 말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통해서 위로가 되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녀가 주목한 것은 바로 ‘치유’였던 것이다.<br/> 자신에 대한 답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우가 많아진 요즘, 배우화가 김현정이 내면아이 ‘랄라’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내려 성찰해 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자신 안에 있는 ‘롤모델’을 끄집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br/><br/>감동에 감동을 더하는 진짜 마음을 전하는 책!<br/> 배우화가 김현정의 글과 그림은 여러 방면에서 감동을 준다. 그 중에서도 글과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김현정의 ‘진실된 마음’과 ‘정성’은 우리의 마음을 충만하게 해준다. 문장 하나도 허투루 된 것이 없고, 그림 한 획도 그냥 칠해진 것이 없다. 좋아하는 일을 막연히 물 흐르듯 좇다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필요한 것을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사색한 그녀의 글과 그림은 그야말로 ‘인내’의 소산이다. <br/> 학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현정이 내면아이로 부르는 서양인형 ‘랄라’에 감정을 이입한 작품이 중국의 미술사학계 원로에게 “중국 전통 문인화의 성격을 우리시대에 맞게 잘 풀어냈다”는 칭찬을 받은 것이다. <br/><br/> 늘 곁에 있는 동네 언니가, 사촌 누나가 ‘나도 그렇다’라며 토닥이는 듯한 그녀의 따뜻한 울림은 우리의 마음을 보듬고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힐링을 선물한다. <br/> 왠지 하루하루 무기력해지고, 뭔가 빠진 듯한 허전함을 느낄 때 이 책을 손 가는 대로 펼쳐보기 바란다. 그녀의 손길이 우리의 가슴에 한 획 한 획 치유의 붓질을 하는 봄날의 따스함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오래된 친구처럼 우리의 마음을 보듬는 책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은 다른 갈매기들처럼 그저 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는 것’을 추구합니다. 조나단은 의존보다는 자유를 선택하고 나날이 새로워지려 노력합니다. 조나단은 순간순간 그냥 살지 않고, 높이 날아 멀리 보려고 합니다. ‘높이 나는 새만이 멀리 볼 수 있다.’ 김현정 작가의 글을 보면 드는 생각입니다.
그녀의 글과 그림은 자연스레 나 자신의 내면을 다시 한 번 살피게 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과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인간은 누구나 위대한 가능성을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김현정 작가의 간단하고 분명한 필체와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림을 통해 누군가는 마음이 치유되고 고민하던 문제의 명쾌한 답을 얻기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이 따듯해지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었으면 합니다.”
허영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비서실장)

“나는 김현정을 배우이자 탤런트로 처음 알았다. 어느 날 그녀가 ‘문득’ 화가로 다가왔다. 재간이 뛰어난 여성인지라 으레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매미의 기도’를 보고 나는 가슴이 뛰었다. 한국 화단을 빛낼 보석 같은 존재로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김현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랄라’라는 내면아이를 통해 자아를 통찰하는 진정한 구도자이기도 하다. 작품을 통해 발휘되는 그녀의 구도자적 일기가 이제 글로써 세상에 공개된다. 망설임 없이 일독을 권한다.”
안영배(동아일보 기자·철학박사)

“센스가 넘치는 현정이는 나의 사랑스런 후배다. 어느 날 일간지에 실린 현정이의 글과 그림을 읽고 나는 무척 기뻤다. 현정이가 드디어 자신에게 참 잘 어울리는 일을 찾은 것이다. 그녀는 배우이면서 화가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글로 표현했다.”
윤손하(배우)

“배우로 데뷔할 때부터 나는 현정 언니와 친하게 지냈다. 선한 인품에 풍부한 감성을 가진 현정 언니가 화가가 되었다고 했을 때, 나는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글과 그림은 그녀를 닮아, 똑 부러진 듯해도 한없이 여리다. 늦바람난 그녀가 화가의 길에 우직하게 서있다. 언제 그렇게 깊게 공부했는지, 글과 그림에서 그녀의 진한 향기가 난다.”
이세은(배우)

“삶은 궁극적으로 ‘나’를 찾고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여행이다. 우리는 인생이란 여행길의 나그네이자 동반자들이다. 저자는 살아가는 이유와 의미를 그림과 글로써 찬찬히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에 종교적ㆍ예술적 성찰을 곁들여서 말이다. 존재와 소유,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시대상을 다시 뒤집어 그동안 잃어버렸던 길을 되찾아야 할 때다.”
임형두(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김현정씨가 우리의 이목을 끄는 것은 그녀가 배우이며 화가여서가 아니다. 그녀의 그림은 ‘랄라’라는 귀여운 서양인형을 통하여 자신의 희노애락을 회화적 언어로 재구성하였다. 랄라는 예술가의 내면아이(inner-child)로, 세계미술사에서 예술가가 자신의 내면아이를 형상화한 적은 없다. 이는 깜짝 놀랄만한 작업으로, 우리가 그녀의 작품에 주목해야할 이유이다.”
편완식(세계일보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