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국 내 야구장과 수수해 보이는 독립 시설을 통해 이제 막 시작한 선수 육성 혁명의 결실을 목격하고 있다. 야구의 경쟁 구도를 완전히 뒤엎어놓을 정도의 혁명이다. 무엇이 선수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인지, 이제 구단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확실하게 안다. 따라서 일반 선수를 유망주로, 중위권 메이저리거를 MVP급 선수로, 그리고 큰 변화는 아니지만 좀 더 광범위하게는 좋은 메이저리거를 더 좋은 메이저리거로 둔갑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게다가 순전히 구단만 그런 목표를 갖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호기심 많고 데이터 활용에 능한 선수들이 스스로를 자율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혁명을 시작한 외부 강사와 협업하기도 한다. 머니볼은 그라운드 위에서 임원실과 스탯쟁이들에 의해 처음 벌어졌다. 그러나 머니볼을 대신할 후발 주자는 메이저리그의 화려한 조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작했다.
--- p.38~39, 「구세주 메트릭스」 중에서
골프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자, 트랙맨은 더 어려운 도전이라고 여겼던 야구 관련 장비를 제작했다. 야구의 경우 측정값이 더 정밀해야 했다. 공이 배트에 맞거나 투수의 손에서 나오는 지점이 일정하지 않았으며, 타자 바로 뒤에 정확하게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트랙맨은 2008년 초부터 각 구단에 제안했다. 툭센은 존 올샨John Olshan 트랙맨 단장과 함께 스프링 트레이닝 현장을 방문했다. 트랙맨 장비가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투수의 데이터를 수집했던 장소는 공교롭게도 다저스타운이었다. 구속과 움직임을 나타낸 이전 기록들은 통찰력이 있었지만, 툭센이 속구의 회전수를 지적하자 대혼란을 초래했다. 툭센은 그때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기록을 측정했던 투수와 릭 허니컷Rick Honeycutt 다저스 투수 코치가 저를 쳐다보며 ‘회전수가 좋은 건가요?’라고 물었고, 저는 ‘모르겠는데요. 아시는 거 아니었어요?’라고 물었어요.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그런 데이터를 소장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 p.98, 「노새를 경주마로 만들기」 중에서
소위 말하는 뜬공 혁명의 발상지는 볼 야드임이 분명하다. 그런 야구계의 움직임에 기여한 지도자와 지지자들이 그곳에 모여 서로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했다. 말런 버드는 뉴욕에서 자기가 아는 지식을 저스틴 터너와 대니얼 머피에게 전파했다. 참고로, 머피는 서른 살까지 3,300타수가 넘도록 62홈런뿐이 못 쳤는데, 이후 서른세 살까지 1,400타수가 안 됐는데 이미 60홈런을 기록했다. 터너는 현재 다저스의 클럽하우스에서 전도한다. 코디 벨린저Cody Bellinger와 코리 시거Corey Seager 등 재능 있는 젊은 타자들을 가르치고, 팀 하이어스와 같은 타격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7년에 신인이었던 벨린저는 슬라이더를 공략하지 못하자, 속으로 스윙을 너무 올려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 터너는 벨린저를 다저스타디움Dodger Stadium 실내 타격 연습장으로 끌고 갔다. 거기서 슬라이더 기계를 틀고, 벨린저에게 슬라이더가 오는 궤적 밑을 조준하고 헛스윙 하라고 시켰다. 벨린저는 전부 배트에 맞는 바람에 헛스윙을 할 수 없었다. 이 연습을 통해 벨린저는 결국 슬라이더에 대한 가중 출루율wOBA: Weighted On-Base Average이 2017년에는 0.418, 2018년에는 0.341가 되었다. 리그 평균이 각각 0.271와 0.263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였다. 자신의 올려치는 스윙이 먹히게 되었다.
--- p.150~151, 「타격, 뜬공 혁명이 시작되다」 중에서
《머니볼》의 여파로, 전통주의자들은 스탯이 스카우트를 멸종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이후 10년 동안은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구단들은 ‘더 많은’ 스카우트를 채용했다. 프런트는 정보에 대한 욕망을 키웠고, 해외 출신 선수들이 더 풍부해졌다. 그러나 당시 그렇게 많이 채용했던 일은 이제 와서는 마치 죽어가는 별이 중심핵이 붕괴되기 전에 더욱 빛나는 현상처럼 보인다. 구식 스카우팅이 소멸된다면 사인은 선수 육성 혁명을 탄생시킨 이유와 동일하다. 바로, 기술 장비를 통해 얻은 데이터가 거의 모든 방면에서 인간보다 더 나은 스카우팅 업무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휴스턴도 대부분 구단처럼 현장 전력 분석을 스탯캐스트와 영상으로 대체했다. 더 최근에는 프로 선수, 심지어 마이너리그 선수에 대한 현장 스카우팅을 없애는 매우 극단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렇게 정리된 어느 스카우트는 관계자 사이에서 돌고 있는 ‘프로 스카우트 명단’을 언급한다. 그는 2018년 휴스턴 스카우트 명단을 찾아보면 “그냥 휴스턴 애스트로스라고 적혔고, 맨 위에 케빈 골드스틴Kevin Goldstein(단장 특별 보좌관)의 사진이 있습니다. 그 사진 하나예요.”
--- p.286~287, 「선수 육성의 제왕, 휴스턴 애스트로스」 중에서
회전수는 전혀 다른 능력이다. 빠르지만 일직선으로 던지는 투수가 있고, 리치 힐처럼 공이 느리지만 회전이 많은 투수가 있다. “회전수나 공을 원하는 궤적으로 던지는 능력은 각 관절의 가동 범위와 결합 조직의 탄력에 크게 달려 있습니다.” 인대나 힘줄이 뻣뻣하고 반응이 느린 선수가 있는 반면, 몸을 움직이기 1,000분의 1초 전부터 엄청난 양의 위치 에너지를 저장하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는 결합 조직이 정말 잘 늘어나는데, 마치 고무줄을 사용하기 전에 가볍게 잡아당기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던질 때 근육도 움직이면서 반동에 의한 효과도 생깁니다. 배니스터는 탄력이 있는 투수로 크리스 세일을 꼽았다.
따라서 탄력과 회전수에도 최대치가 존재한다. 배니스터는 “대체로 유전이 되고, 가르치거나 훈련으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스트라이드가 과한 선수는 고칠 수 있어도 탄력이 부족한 선수는고치지 못한다.
--- p.413, 「그냥 잘하면 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