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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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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진

이동은,정이용 글,그림 | 창비 | 2020년 1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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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66g | 135*195*14mm
ISBN13 9788936478483
ISBN10 8936478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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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가정(假定) 앞에 우리는
도서2팀 이주은(lje5371@yes24.com)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갔다. 떠나간 해도 많은 태어남과 죽음이 있었다. 그 속엔 누군가의 희망 담긴 결단이, 고통을 담은 포기가 있다. 고통과 희망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것일지 모르는 인생. 지금을 숨 쉬는 우리는 결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살아있다.

동생의 등록금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다, 소식 없던 아버지의 사망을 알게 된 청년 진아. 무연사로 사망한 아버지의 사망 신고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진아의 삶 속에는 길가의 사슴 사체, 자살 시도를 한 옆방의 이웃 등 여러 죽음이 지나쳐 간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중년이 되어 급작스러운 임신을 한 수진. 아들의 혼전임신 소식, 새끼를 밴 길고양이. 수진의 삶은 진아와 반대로 여러 시작을 마주한다.

그러나 나이도 직업도 다른 진아와 수진의 인생은 닮았다. 탄생과 죽음 뒤에 남겨진 이들이 겪는,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 채 남아있기에 사는 삶. 그들은 비슷하게 혼란하고 비슷하게 괴롭다. 진아와 수진이 잠시 마주했던 그 날 밤 차 안. 그 잠시에 담긴 호의와 공감은, 서로를 닮은 삶에 그들도 모르게, 우러나왔던 것은 아닐까.


'모르겠다. 누구는 그냥 살라 하고, 누구는 대비하라 하고. 대비하면서 하루하루를 그냥 살면 끝인가…? 사는 의미는 뭔지 모르겠고 산만큼의 세월은 더 남았는데 그 세월은 무엇으로 채워야 하나.'(수진)

'허탈하다. 그때는 안됐지만, 오늘은 된다. 신청한 사람은 같고 처리한 사람만 다르다. 죽음에 있어서는 나와 아버지의 거리보다 공무원이 더 가까운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 받았다.'(진아)


책은 삶이 이렇다고 정의하지 않는다. 그저 그 속에 살아가는 비슷한 숨들을 그릴뿐이다. 삶은 하나의 커다란 가정(假定) 같다. 매 순간 고민하는 삶의 의미. 살아감의 이유. 매번 모르겠다는 결론이 이른다. 나는 이제 관점을 바꿔,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삶의 이유를 내가 직접 부여하려 한다. 삶이 고통이라면 그것을 이겨내려 안간힘을 쓰고, 삶이 기쁨이라면 그것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걸 이유로. 모르기에 고요히 그려보는 희망과 그렇게 나아가는 하루하루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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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과 정이용은 누구 하나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조금씩 몸을 기울여 서로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진, 진』의 젊은 진아는 한발만 디디면 사회적 안전망이 끊긴 구역으로 실족할 듯하고, 중년의 수진은 연애를 해도 가족이 늘어도 혼자일 뿐임을 절감한다. 두 여자는 고시원 방처럼 협소한 그림칸 안에서 몇번째인지 모를 삶의 위기를 끌어안고 연신 돌아눕는다. 카타르시스에 인색한 편인 두 작가는 주인공들에게 해방이나 대오각성을 베풀지 않는다. 어찌어찌 뒤척이고 부딪히다보면 또 한고비 넘어가 있는 것이 삶이라고 여겨서다.
『진, 진』의 묘(妙)는, 각자의 스토리를 살아낸 수진과 진아가 서로를 내내 도운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다. 내 경우엔 진아와 수진이 극중에서 조우할까 잠시 궁금해하다가 부질없게 느껴져 그만뒀다. 첫째, 둘의 곤경이 동시대 보편적 고민으로 보여서고, 둘째 만약 한명의 진이 낙심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다른 진이 본다면 반드시 부축할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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