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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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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 88년생 요즘 공무원의 말단 공직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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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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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90g | 128*188*17mm
ISBN13 9788901247939
ISBN10 8901247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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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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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을 시작하던 당시 16명의 동기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두 달 만에 사표를 던졌다. 한 명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국가직으로 전출을 갔다. 세 명은 전입 시험을 쳐서 상급 기관인 시청으로 떠났다. 다들 업무에서 오는 회의감을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조직이 보장하는 안정감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
공무원 수험서 너머로 펼쳐질 공직의 세계는 철밥통과 연금으로 한정하기엔 너무나 방대하고 넓다. 나의 이야기가 그 세계를 아우르기에는 부족하겠지만, 공무원으로 살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길에 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 p.8~9, 「프롤로그. 당신은 왜 공무원이 되고 싶은가요」 중에서

89만 8600원. 손꼽아 기다리던 첫 월급을 받던 날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 나는 눈을 의심했다. 9급 1호봉 82만 100원에 특수 직무 수당과 가계 지원비가 붙고 세금을 떼고 나니 딱 저만큼이었다. 남들은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드린다고 하던데. 첫 월급을 탔으니 외식이라도 거하게 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동안 혼자 그려오던 행복한 월급날의 상상을 뒤로 한 채 점심 밥값과 20만 원 남짓한 용돈을 제외하고 모두 엄마에게 드렸다.
--- p.40, 「89만 8600원, 이래봬도 월급입니다만」 중에서

여름이면 주민 단체에서 기부금 조성을 위해 판매하는 10킬로그램짜리 소금 자루를 몇 포대씩이나 이고 지며 가정으로 배달하고, 겨울엔 소금 대신 떡국용 떡으로 내용물만 바뀐다. 매년 11월 말에서 12월 초가 되면 일제히 열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김장 행사 지원도 공무원의 몫이다. 김장 규모는 보통 120포기 정도. 단체원 대표의 구상에 맞게 지하 주차장에 김장 작업을 위한 책상을 배열하고 배달 온 배추와 재료를 나르는 일부터 시작해, 잘 담근 김치를 깔끔하게 포장하고 뒷정리를 하고 저소득층 가정의 문 앞까지 배달하는 일까지 동 직원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
--- p.60~61, 「잡초 뽑기 프로젝트」 중에서

겉보기에는 단순 반복의 서류 업무였지만 그 덕에 주민들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할 수 있었다. 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했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위로했고, 새로운 동네에 터전을 마련한 이웃들을 맞이했다. 어떤 업무를 맡든 지방행정직 공무원의 숙명은 이처럼 행정의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마주하는 것이다.
--- p.91, 「9급이여, 미움받을 준비가 되었는가」 중에서

어느 가을날 주말에 열린 구청 행사였다. 우리 구 18개 동에서 부스를 차리고 박람회를 열었다. 서무였던 나는 그날도 음식 나르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날따라 단체원들이 많이 찾아와 식사 배급은 계속되었다. 며칠 뒤 만난 동기들은 그날 행사 이야기를 꺼내며 내게 물었다.
“니 근데 왜 그날 안 왔는데? 우리가 니 찾으러 너거 부스 갔는데 안 보이던데?”
“어? 내 있었다. 그 천막 뒤에서 미친 듯이 밥 펐다 아이가.”
농담처럼 웃어넘겼지만 조금은 서글펐다. 공무원증 걸고 하루 종일 밥만 펐다는 것이.
--- p.113,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들려오는 그 이름, 서무님」 중에서

엊그제만 해도 멀쩡하게 동에 와서 이야기하고 간 사람이 그다음 날 죽었다는 얘길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사회복지직 A는 그 이상한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도, 쉽게 잊히지도 않는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사례 외에도 A가 복지 대상자를 시신으로 마주하는 상황은 종종 있었다. 그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린 적도 있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복지 대상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복지 대상자를 돌려보낼 때도 후련함보다는 걱정과 불안감이 앞선다. 혹시 이 사람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데 내가 놓친 것은 아닐까, 당장 내일이라도 숨진 채로 발견되지는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 p.183,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 사회복지직」 중에서

태풍으로 바다가 뒤집히면 해초들이 해안가로 왕창 떠밀려 오는데 그 잔해를 처리하는 것도 공무원의 몫이다. 30도가 넘는 이글거리는 여름의 태양 아래서 하루 종일 허리를 숙이고 미역을 줍던 날도 있었다. 고운 모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역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다. 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며칠에 걸쳐 미역을 수거하면 그 양이 적을 땐 50톤, 많을 땐 150톤 정도였다.
--- p.200,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동!」 중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 공무원이 되지 않았다면 이 단 하루를 위해 수많은 공무원들이 땀을 흘린다는 걸 절대 몰랐을 거다. 선거 사무의 긴 레이스가 끝나고 나면 뿌듯함과 후련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누가 당선되는지보다 투표율이 얼마였는지에 더 눈길이 갔다. 열심히 준비했고 일했기에 투표율이 높으면 내심 기분도 좋아지고 보람도 크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누군가에게 엄청난 위로와 보람이 된다는 것도 공무원이 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몰랐을 사실이다.
--- p.212, 「민주주의의 꽃을 준비하는 마음」 중에서

“선생님,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어요? 다른 증상은 없었고요?”
“예 잘 잤어요. 근데 밤낮이 바뀌어서 나중에 출근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네요.”
“그렇죠. 기간이 제법 길어서 답답하시진 않을까 그것도 걱정이에요.”
통화는 짧으면 5분, 길면 10분 남짓 걸렸다.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일상도 이야기하게 된다. 홀로 사시는 80대 할머니를 담당했던 옆자리 직원도 어느새 할머니의 좋은 말동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직원들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과 2주 동안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뉴스를 통해 자가 격리 대상자 중에 무리하게 개인 용무를 부탁하고, 하루 두 번 체온 측정을 지키지 않거나, 격리 장소를 이탈하여 고발된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적어도 나와 동료들의 모니터링은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다.
--- p.219, 「코로나 K-방역의 숨은 공신들」 중에서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인마, 어제도 어! 같이 밥 묵고 어! 사우나도 같이 가고 어! 다 했으!”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명대사가 나에게는 별로 웃기지 않았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구청장과의 친분 과시나 “야! 니 이름 뭐야?”였으니까. 이젠 익숙하다 못해 면역이 생겨버려 덤덤하기까지 하다. 살면서 내 이름을 이렇게 많이 소개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이 조직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 p.231,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고 물으신다면」 중에서

구청장님은 팀장들을 모아놓고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해보자고 하셨다. 회의 주관 부서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대회의실에 무거운 책상과 의자 대신 원탁을 깔고 테이블보를 깔았다. 공직에서 원탁은 곧 ‘소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기다. 문제는 원탁을 깔아도 상석이 어디인지는 훤히 보인다는 것이었지만. 여기에 평범한 차가 아닌 카페 음료나 샌드위치를 올려두면 ‘소통 회의’의 완성이다. 그것이 조직 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소통의 외형적인 모습이다.
--- p.262, 「그럴 거면 왜 불렀어」 중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혹은 이제 공직에서의 첫발을 내디뎠다면 꼭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단순히 공무원이 되겠다기보다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 조직이 나에게 부여하는 역할과 의미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슬럼프가 닥쳐왔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말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장기 전략을 세웠던 것처럼 공직 생활에도 그에 걸맞은 목표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 p.283~284, 「철밥통은 일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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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공무원은 흡사 『어린 왕자』에 나오는 가로등을 켜는 사람과 닮아 있다.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부질없게 느껴지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노동자. 그럼에도 그 일을 멈출 수 없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 그 일을 공무원이 왜 해야만 하는지, 왜 그런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는지, 사회 속 시스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부질없어 보일지언정 가로등이 꺼지게 두어선 안 된다. 누군가에겐 그 빛이 유일한 햇빛일지도 모르니까.
- 원도 (『경찰관속으로』, 『아무튼, 언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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