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신수련은 무엇보다도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단순히 이 사실을 긍정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철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곧 모든 이를 인도하시는 분이 성령이라는 사실을, 먼저 저 자신이 그리고 여러분이 확신해야 합니다. --- p.11
침묵과 더불어,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피정을 시작할 때는 보통 조금 피곤하고 긴장되어 있으며, 다소 흥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휴식과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고요한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년 중에 우리가 고요한 분위기에서 기도를 바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마치 해야 할 어떤 일을 하듯이 기도를 합니다. 기도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기도는 무엇보다도 하느님 앞에서 침묵 중에 머무는 것입니다. 기도는 결코 노력해서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기도는 오히려 하느님 아버지를 흠숭하며 성부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는 순간입니다. --- p.14
우리 삶의 기초이고 뿌리가 되는 본질적 진리는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추호도 의심 없이 항상 이 사실에서 출발해야 하며 출발점인 이 사실로 항상 되돌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공적이 있기 이전에, 우리의 행위가 있기 이전에,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 있기 이전에, 예수님은 우리를 선택하셨고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단순히 알고 인정하는 것뿐입니다. --- p.74
베드로가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할 때에 그는 매우 진실하였습니다. 우리도 똑같이 진실합니다. 우리도 비슷한 선언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우리의 약함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실하기는 하지만, 오만하며 참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그런 사람이라면, 우리의 약함을 고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진실함에서 진리로 나아가게 합니다. --- p.89
베드로가 세 번 부인하였던 것처럼, 질문도 세 번 받습니다. 그 질문들은 세 번의 부인을 만회하는 가치를 지닙니다. 스승은 아주 섬세한 방식으로 당신이 알고 용서하신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십니다. 우리는 종종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완강하게 고집할 때만 평정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반대 방향으로 생각을 바꿈으로써 사실들을 바로잡아 논란을 끝낼 수 있는 암묵적 방식도 있습니다. --- pp.103-104
특히 ‘일상의 십자가’라고 여기도록 배운 모든 사소한 사건들,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모든 것과 갑작스러운 사고들과 우리를 방해하는 듯 보이는 사건들이 바로 ‘감퇴의 수동성’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사실 그것들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담금질하고 정화하며, 우리의 마음을 비우고 당신과의 만남을 준비시키며, 우리 안에 부활의 힘이 들어오게 하는 도구입니다. --- pp.179-180
예수님의 삶 전체가 과도함이며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를 위하여 당신 아드님을 내어주신 아버지의 과도한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다”(3,16). 그러므로 과도함은 예수님 삶의 규범이자 열쇠이고, 처음부터 전체성, 무상의 헌신을 특징으로 하며, 아무 공적이 없는 사람뿐 아니라, 당신을 배반한 사람을 위해서도 조건 없이 헌신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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