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의 변씨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창범이네는 변시로부터 뱃자반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통기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간고등어 주에서 상품을 매입해서 탁송하려면 사나흘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듣고, 잠시 망설였다. 변씨가 손수 상주로 싣고 왔던 간고등어는 이미 재고가 바닥나고 말았다. 다시 탁송되어 올때까지 사흘 동안이나 안동에서 빈둥거리며 지체하자니, 오금이 근질거리고 좀도 쑤셨다. 혈기방장한 난전꾼 세 사람이 하릴없이 사흘을 빈둥거리고 났더니, 어느덧 게으름에 이골이 나서 나중에는 세수조차 하기 싫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겨냥하고 떠난 곳이 청도였다. 물론 청도 반시의 시세를 탐문하자는 속셈에서였다. 청도 반시의 성가는 인근 고장에서 상표를 도용해서 말썽이 될 만큼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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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얼씨구 넘어간다
저얼씨구 넘어간다
무슨 타령으로 넘어가나
코타령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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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맺힌 분노코
말만많은 말랑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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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으로 전화가 걸려온 것은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물론 차 배달을 주문하는 전화는 아니었다. 수화기 저편에 불쑥 나타난 퉁명스러운 목소리의 사내는 변씨를 바꾸라고 위협조로 말했다. 누구냐고 물었으나 알 것 없다는 공갈뿐이었다. 그러나 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감시하고 있던 사내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전화를 바꾸자 사내는 느릿느릿한 어투로 변씨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당신 말이야. 멀쩡한 여자를 껍질만 안 벗겼다 뿐이지 개 잡듯 잡아놨더구먼. 의사 진단으로 전치 7주의 상해를 입혔으니 폭행죄로 당장 형사입건이라는 건 갯가 촌놈인 당신도 모르진 않겠지? 갈비뼈 열두 개 중에 단 한 개도 성한게 없어. 석 달 동안 입원해서 완치가 된다 하더라도 평생 온전한 모양으로 살기는 글러버렸어. 어떡할 거야? 당신 한잔 걸친 것 같은데, 취했다 해서 설마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고 잡아떼지는 못하겠지?"
"도대체, 당신 누구야?"
"야 이 새끼야, 네가 저지른 폭행은 아랑곳 않고 내가 누군지 그것만 궁금하냐? 염라국에서 온 저승사자라면 악수라도 청할래? 나쁜 자식, 배말자 씨가 네놈 고소한다더라."
"고소 좋아하네. 야 이 새끼야, 얻다 대고 이 새끼 저 새끼야? 네놈은 누군데 남의 제사에 밤 놔라 대추 놔라 무불간섭이냐?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냐?"
"이 새끼, 반성의 여지가 눈곱만치도 없는 걸 보니 완전히 인간 쓰레기로구먼. 자식까지 낳아준 여자를 육젓으로 담가놓고 금방 다른 계집을 찾아가 사타구니나 후비려 드는 네놈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놈이냐? 그것부터 물어보자, 이 새끼야."
어처구니없었던 변씨가 대꾸할 말을 잊고 헤매는 동안 사내는 떨꺽 전화를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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