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녀를 항문에 집어넣었더니 금방 검은색으로 변했다. 변을 채취하여 가열하니 흰색의 소금 결정이 나타났다. 간수를 마신 것이 틀림없다. 증거 확보를 위해 집의 곳간을 뒤졌더니 두부를 만들려고 제조해둔 간수병이 발견되었다. 그 옆에 간수를 담아 마셨는지 사발 하나가놓여 있었다. 사망 원인은 간수를 마시고 죽은 복로치사(服鹵致死)가 분명하다.
시신의 목구멍이나 항문에 은비녀를 넣었다 꺼냈을 때 색이 푸르거나 검으면 독살이라고 판단했다. 조선에서 주로 사용한 독약은 ‘비상’인데, 비상 속의 황 성분이 은과 결합하면 은비녀가 검게 변하기 때문이다. 간수를 먹었을 경우에는 변을 채취해 가열하면 소금 결정체가 생기므로, 살인사건에 사용된 독약을 간수로 판단한 것이다.
이 글은 검안과정의 일부인데, 이 글 앞에는 시체가 발견된 방의 크기, 검시과정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 시신의 옷과 가지고 있던 물품, 시신의 상태 등을 자세히 기록해놓았다. 먼저 눈으로 시체를 검사하고 약물사고로 추측해 독극물 검사를 한 과정이 담겨 있다.
독극물 검사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을 ‘법물(法物)’이라고 하는데, 은비녀, 술지게미, 식초, 파, 소금, 매실과육 등이 사용되었다. 은비녀는 순도 100퍼센트로 공식적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혹시라도 수사를 방해할목적으로 순도가 떨어지는 은비녀를 사용하면 독극물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극물 검사의 또 다른 방법으로 반계법(飯鷄法)이 있다. 반계법은 닭에게 밥을 먹이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흰밥 한 덩이를 시신의 입안과 목구멍에 넣고 종이로 덮어두고 한두 시간 후에 꺼내서 닭에게 먹인 뒤, 만약 닭이 죽으면 독살로 판단한다. 가끔 반계법에 사용된 닭을 잡아먹고 사망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어서 절대 먹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1장 ‘조선을 보는 또 다른 창, 실용학문’」중에서
‘인간’을 예로 들어보자. 인간이란 무엇일까? 김서연, 이준서와 같은 각각의 개인들이 인간이다. 그러면 김서연이나 이준서 같은 개인이 아니라 그냥 ‘인간’은 무엇일까? 그런 것이 존재할까? 즉 인간의 이데아가 존재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인간의 이데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쉽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 너머의 개념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만약 ‘인간’에 대한 이데아(개념)이 없다면, 우리가 인간에 대해 서 알고 있는 지식은 전부 ‘없는 것’에 대한 지식, 거짓말인 셈이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 ‘인간은 영장류이다’,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도구를 사용하며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지능이 높다’, ‘인간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한다’ 등 이 모든 이야기가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 즉 허구가 된다. 그래서 플라톤은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자동차 바퀴를 생각해보자. 바퀴는 동그랗게 만들어야 한다. 동그랗게 만들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으니 바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원이다. ‘원’의 이데아가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바퀴가 굴러가려면 바퀴 축을 돌리는 엔진의 힘이 필요하다. 여기서 ‘힘’도 이데아이다. 연료가 가솔린이든 경유든 전기든 상관없이 결국 바퀴 축을 돌리는 힘이 만들어져야 바퀴가 굴러가는 것이다. 이때 힘은 이데아로만 설명될 수 있다.
자, 여기서 플라톤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데아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다른 것보다 더 진정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김서연, 이준서보다 인간의 이데아가 더 진정한 존재이고, 자동차 바퀴보다 원의 이데아가 더 진정한 존재라 믿었다.
좀 이상한 이론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진정 존재한다는 것은 ‘영구불변’하다는 뜻이다. 김서연, 이준서 등의 개인은 100년 내외의 인생을 살다가 사라지지만, ‘인간’에 대한 지식은 수천 년 동안 발전해왔다. 고무로 만든 자동차 바퀴도 길어야 수십 년 존재하다가 폐기처분되겠지만, 원의 이데아는 수학 속에서 수천 년간 존재해왔다. 이데아야말로 현실세계 너머에 있는 완전하고 영원불변하는 진짜 세계인 것이다.
우리는 진짜 보석과 가짜 보석을 금방 구별할 수 없다. 둘의 차이는 가짜 보석은 곧 색이 변하고 쉽게 깨지지만, 진짜 보석은 변하지 않고 더 단단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존재자라면 더 오랫동안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데아가 그런 것이다.
---「2장 ‘세상을 바꾼 철학자의 한마디’」중에서
그렇다면 우리 한반도가 원산지인 식재료는 무엇일까? 정답은 ‘콩’이다. 최초의 콩 원산지는 고구려 영토에 해당하는 만주지역과 한반도 지역으로 추정된다. 문헌상에 남아 있는 콩 재배 기록 역시 5000년 전으로 콩이야말로 우리 선조들의 대표적인 식자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남만주 지역과 한반도에서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시대부터 콩을 재배했고, 초기청동기시대(BC 1500년)에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 콩의 식용이 보편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도 일찍이 콩을 대두(大豆), 숙(菽), 태(太)와 함께 융숙(戎菽)이라 칭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콩을 자신들이 재배하는 작물이 아니라 오랑캐(戎)들이 재배하는 작물이라 여겼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콩을 인류 최초로 먹기 시작한 민족은 우리 한민족이라할 수 있다.
콩의 본고장은 동북아시아 지역이지만, 정작 그 가치에 주목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서양인이다. 콩은 1739년 프랑스 선교사가 중국에서 종자를 가져가 파리식물원에서 재배하면서 유럽인에게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1790년에는 영국식물원에서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인들은 콩을 관상용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식자재로 재배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20세기 초에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콩 생산을 위한 시험 재배를 시작했다. 그 결과 콩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콩이 전 세계인들에게 급속히 전파된 계기는 세계대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식량 수급 체계가 붕괴하면서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하자 전방의 군인들에게도 식자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없었다. 이때 주목받은 것이 바로 콩이다. 콩은 영양학적으로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을 대량 함유하고 있어 그 자체가 완전식품이라 할 수 있으며, 재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쉽게 부패하지 않아 보관하기도 쉽다. 자연스럽게 전쟁 중 가장 쉽게 조달 가능한 식자재로 콩이 대두됐다. 오늘날 대표적인 군대 음식 하면 완두콩 수프(pea soup)를 떠올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군에서는 ‘진급하다’라는 표현을 ‘완두콩 수프 진급(pea-soup promotion)’이라 할 정도로 콩은 군인들의 대표적인 식자재가 되었다.
---「5장 ‘음식에 숨어 있는 경제학 원리’」중에서
내가 영화 〈스타워즈〉의 세계에 있다면, 그래서 다양한 우주인들이 행성 간을 오가며 교류한다면… 그런 세계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수학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왜 우주인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수학은 지구를 넘어 우주 전체의 원리와 맞닿아 있는 언어이다.
---「7장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 수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