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하나를 두 엄지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양 손가락을 꼼작꼼작 좌우로 움직여보자. 분명히 털이 한쪽으로 움직여 갈 것이다. 털의 겉이 매끈하지 않고 기왓장을 포개놓은 듯 까칠한 탓이다. 보통 머리 빗질을 할 때 그러듯 털뿌리에서 털끝 쪽으로 빗으면 머리가 가지런히 제자리를 잡지만, 반대로 빗질을 하면 헝클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 p.17
몽골인은 얼굴 피부가 황색이고, 머리털은 검고 빳빳하며, 몸의 털(체모)은 적다. 얼굴은 펑퍼짐하게 옆으로 퍼지면서 높이가 짧고, 눈알을 보호하기 위해 광대뼈가 우뚝 솟았으며, 열 손실을 줄이려고 콧등이 낮아졌고, 눈(홍채)은 갈색 또는 흑갈색이다. 혹한(몹시 심한 추위)에 눈동자 노출을 줄이려고 몽고주름이 생겼고, 눈밭(설원)에서 반사되는 자외선을 줄이도록 쌍꺼풀이 없어졌으며, 눈알이 작아졌고, 입술은 열 빼앗김을 줄이려고 얄팍해졌다.
--- p.21
보통 사람은 탐스럽고 향기로운 귤 그림을 보거나 냄새만 맡아도, 또 이야기만 들어도 조건반사로 침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나 먹어보지 못했다면 큰골에 조건반사중추가 생기지 않아 비록 감귤을 손에 쥐어줘도 침을 흘리지 않는다.
--- p.69
지문은 사람마다 다 달라서 개인 인식·범죄 수사·도장 대용으로도 쓰이고, 평생 변하지 않으며, 일란성쌍둥이도 서로 다르다. 통계적으로는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870억분의 1이라 하니 똑같은 지문을 가진 자는 거의 있을 수 없다. 또한 지문은 닳아빠지거나 다쳐도 이내 새롭게 오롯이 자라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 p.93
사실 복부 지방(뱃살)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몸이 애써 비축하는 것으로 어떤 수를 써서라도 가능한 많은 지방을 줄곧 저장(준비)하려 든다. 그런데 어째서 지방(기름기)으로 보관하는 걸까?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그램에 약 4킬로칼로리의 열(에너지)을 내고, 같은 무게의 지방은 약 9킬로칼로리의 열을 낸다. 결국 적은 양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참 묘한 생물 현상이다.
--- p.102
심장박동은 대뇌(큰골)와 관계없이 스스로 조절하는 자율신경(교감신경, 부교감신경)과 호르몬(hormone)의 조절을 받는데 교감신경은 빠르게, 부교감신경은 느리게 심장을 뛰게 한다. 이렇게 염통이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대로(대뇌의 명령에 따라) 심장을 멈추거나 빠르기를 적당하게 맞출 수 없다. 염통은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곳이나 마음을 빗대 이르는 수가 있다. 우심방(右心房)과 우심실(右心室), 좌심방(左心房)과 좌심실(左心室)로 이루어져 있어 4획으로 된 마음 심(心) 자는 염통을 빼닮았다. 심장 모양인 하트는 사랑의 상징이렷다! 그런데 과연 마음(心)은 심장에 있는 것일까? 생각하고, 느끼며, 사랑하는 마음은 진정 큰골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 p.110
‘부아’는 ‘허파(폐, 肺, lung)’의 순우리말로, 옛날 사람들은 허파에서 화가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이 화이고, 화병(울화병)의 특징은 무엇보다 숨쉬기가 답답하고(호흡곤란) 가슴이 뛰는 것이다. 그래서 발끈 난 화를 다스리는 데 으뜸으로 치는 것이 바로 깊은 숨(심호흡)을 쉬는 것이다. 곧 부아=허파=울화이며, 이는 역정·화딱지·천불·뿔 따위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부아는 의학적으로 허파를 뜻하고, 노엽거나 분한 마음을 의미한다.
--- p.133
직장탈출을 “미자바리 빠진다.”고도 하는데 미자바리는 미주알의 향어(지방 말)로 직장의 끝부분을 이른다. 말하지 않아도 좋을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미주알고주알) 말하거나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미주알고주알 밑두리콧두리 캔다.”고 한다.
--- p.175
사람은 몸에 털이 없어진 대신 다른 여느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땀샘이 발달하여 엄청난 냉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오래오래, 또 끈질기게 사냥감을 쫓을 수 있어 생존에 유리했다고 한다. 그러니 지구상에서 오래달리기인 마라톤을 하는 동물은 사람뿐 아닌가. 제아무리 순발력 좋은 치타도 땀샘이 없어서 먹잇감을 잡으러 달리느라 몸이 된통 열을 받으면(갑자기 뜨거워지면) 헐떡거리며 슬며시 달림을 멈춘다.
--- p.191
발바닥과 관련한 풍속으로 옛적에 ‘동상례’란 것이 있었다. 동상례란 결혼식이 끝난 뒤에 신부 집에서, 신랑 친구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거나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신랑 발목을 굵은 광목천으로 묶어 거꾸로 매달고는 발바닥을 때리는 등 신랑을 짓궂게 다루었다. 이렇게 온 집안이 떠들썩거리며 신랑을 골탕 먹이는 것을 ‘신랑 다루기’라거나 ‘장가 턱’이라 하여 혼사를 축하하는 행사를 벌였는데, 이런 우리 고유문화들이 속절없이 송두리째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 무척 아쉽다.
---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