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휘적 특질
첫째, 한자 어휘와 외래어가 많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오랫동안 교류를 해왔으며 특히 학문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문자가 없었던 고대부터 중국의 한자를 빌려서 사용해 왔으며, 세종대왕 때 한글을 만들고 난 후에도 소위 지식층인 양반들은 한자를 계속해서 사용해 왔다. 그 결과, 한국어의 어휘에는 한자 어휘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책, 책상, 주택, 식사, 식구, 음식, 주문, 음료수, 방, 백화점, 전철, 우정, 행복, 시간, 시계, 기차, 의복, 구두, 서점, 병원, 환자, 의사, 학교, 학생’ 등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어휘들이 한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학문의 영역이나 법률, 정치 등의 전문 영역에서 오늘날까지도 한자 어휘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어의 어휘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구성되어 있다. 근대까지는 한자 어휘의 비율이 70% 이상이었으나 최근에는 고유어 되살리기 운동과 더불어 다양한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인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의 외래어로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60% 정도의 한자 어휘가 사용되고 있다.
‘북카페, 커피, 스파게티, 피자, 아이스크림, 라디오, 텔레비전, 메이크업, 헤어디자이너, 원룸, 닥터, 리더, 스텝, 치킨, 오픈, 비어, 샴페인, 와인, 스마트폰, 카카오톡, 세프, 바케트, 앙코르, 발레, 스파게티, 봉골레, 피자, 햄버거… ’ 등의 새로운 외래어들이 한자어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의성어와 의태어가 발달했다.
한국어 어휘는 상징적 표현이 발달하였다. 대표적인 상징 어휘는 의성어와 의태어이다. 의성어는 소리를 흉내낸 말이고 의태어는 행동을 흉내낸 말이다.
의성어에는 ‘딸랑딸랑, 또각또각’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 ‘딸랑딸랑’은 방울소리를 표현한 것이고, ‘또각또각’은 구두 발자국 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의태어에는 ‘깡총깡총, 아장아장’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 ‘깡총깡총’은 토끼와 같이 작은 동물이 짧은 다리로 뛰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아장아장’은 이제 갓 걸음을 걷기 시작한 아기들이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대체로 4글자로 구성되고 한 덩어리의 표현이 두 번씩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뭉실뭉실, 반짝반짝, 절레절레, 종알종알, 콜록콜록, 철썩철썩’ 등과 같은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기적어기적, 드르릉, 따르릉, 주루룩, 까르륵, 쨍그랑, 꼬끼오, 멍멍, 쿵쿵’ 과 같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지 않거나 4글자로 구성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대부분 모음조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유사한 의미를 가진 어휘들이 음운 교체로 어감의 차이를 표현한다.
한국어의 어휘는 모음이나 자음의 대립으로 어감을 표현하는 어휘가 많다. 모음은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의 대립을 통해 밝고 어두운 느낌, 작고 큰 느낌을 표현한다. 자음은 평음과 경음, 격음 대립을 통해 화자가 느끼는 정도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빨갛다’와 ‘뻘겋다’는 모음 ‘아’와 ‘어’에 의해 색감의 차이를 나타낸다. 같은 붉은 색이지만 ‘빨갛다’는 밝고 선명한 느낌을 주는 반면, ‘뻘겋다’는 어둡고 칙칙한 느낌을 준다. ‘발갛다’는 ‘빨갛다’에 비해 색감의 강도가 연한 느낌을 준다. 이는 자음의 교체에 따른 어감의 차이이다. ‘캄캄하다/컴컴하다/껌껌하다’는 모음의 차이, 자음의 차이에 의해 느낌이 달라지는 어휘들이다.
한국어는 유사한 상황에 대한 표현이라도 음운의 교체에 의해 미세하게 달라지는 느낌을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다.
넷째, 색채어 등 감각어가 발달했다.
한국의 자연은 산이 많으며 사계절이 매우 뚜렷한 기후환경을 가지고 있다.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계절별로 자연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기후의 변화에 따라 자연의 색깔이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에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색채어가 발달하였다.
식물의 잎은 봄에 연두색 새싹으로 돋아나서 여름을 거치는 동안 점점 그 색이 초록빛으로 짙어진다. 이러한 색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한 어휘가 필요하다. 그 결과 ‘푸르다, 푸르스름하다, 짙푸르다, 파르스름하다, 푸르스름하다’ 등 미세한 차이를 가진 유사한 어휘가 많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여름에는 초록색이던 나뭇잎이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어 또 다른 색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어휘가 또 만들어지게 된다. ‘발갛다, 벌겋다, 빨갛다, 발그스레하다, 울긋불긋하다, 시뻘겋다, 불그스름하다, 불그죽죽하다’ 등 같은 색상 계열이라도 색의 밝기에 따라, 그리고 선명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며 그 차이를 자음과 모음의 교체로 표현한 다양한 색채어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