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바미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몸 상태가 평소 때와는 좀 달랐습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직 꿈속에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의식은 또렷한데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전날 밤까지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말이죠. 누운 채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호하고 있던 친척집 식구들이 저를 짊어지고 황급히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진찰 결과 소아마비라는 말을 들었고, 난생처음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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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질문에 찬드라 선생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별에는 여러 가지 타입이 있는데, 서로 다른 타입의 별은 원소 구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자네가 관찰한 별에서 무거운 원소가 더 많은 것은, 아마도 그 별이 비교적 젊은 타입의 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저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러 갑니다. 이것은 어쩌면 꼴찌로 대학을 졸업한 것과 다소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의 얘기를 듣는다'는 자세가 성적이 우수한 우등생들에게는 의외로 결여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자세가 순진하다든지 겸손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말을 듣는 편이 좋기 마련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이것저것 다 듣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듣기 전에, 죄로부터 우로부터,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안으로부터 밖으로부터, 일단 철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 혼자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 고민한 후에도 '도저히 모르겠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는 것이고, 설령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이렇게 스스로 생각해 보는 일은 본인에게 대단히 좋은 공부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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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를 바라보게 된 침팬지’라는 제목의 팩스에는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침팬지 한 마리가 자기 머리 위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만화 그림으로, 침팬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정말로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습니다. 이 침팬지야말로 정말로 그 시절 저의 모습, 다루기 힘든 물리 이론을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어보려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던 당시의 제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그 한 장의 엉성한 그림을 보는 순간 그때의 추억이 겹겹이 되살아나며 저의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선생님은, 바로 그런 젊은 시절의 제 모습을 계속 기억하게 해주시기 위해, 일부러 손으로 그린 삽화를 보내주셨던 것입니다. 이 삽화를 저는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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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동도 천재도 아니었습니다. (……)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패전 후 공직에서 ?겨나게 된 후로는 학교보다 아르바이트를 먼저 찾아다녀야 할 만큼 가난하고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의 학생이었던 것입니다. 도쿄대 물리학과에도 운이 좋아 간신히 들어갔을 뿐 아니라 결국 졸업도 꼴찌를 면하지 못한, 소아마비의 상흔이 남아 있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지요. 만약 다른 것이 있었다면, 천성이 유난히 지기를 싫어하는 녀석이었다는 것, 그리고 은사인 도모나가 신이치로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은사님들, 친구들, 또 제자들과 만날 수 있었던 행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나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생에는 노벨상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 아주 많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많은 훌륭한 친구들과 만남이 바로 그것입니다. 노벨상은 그 결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나도 고시바처럼, 하면 안 될 것이 없다!’라고 생각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너무나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