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사랑하는 데 성별이 상관있을까요? 수녀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외모 따위는 상관없습니다. 어느 쪽 성으로 태어났는지도 상관없습니다. 마음이 숭고하고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면, 얼굴과 외모는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수녀님. 우리는 한없이 정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 다만 이곳에 정신이 있을 뿐이죠.” 베니코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마지막 대사를 끝냈다. --- p.52
“신 따위는, 없다. 악마도 없다. 제군, 세상은 호박처럼, 텅빈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은 사랑을 만들고 미움을 만들고 시간을 만들고 국경을 긋고 소유하고 자신을 경멸하는 것들을 발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무거운 죄는, 오, 신을 만들고 악마를 만든 것이다!” --- p.81
“너희, 그거 알아? 학생들 중에 가장 머리 좋은 놈들은 사회에 관심을 갖거든. 어른이 되면 정치가가 되거나 기업인이 되지. 다음 놈들은 철학으로 빠져. 그리고 세 번째가 문학. 제일 별 볼일 없는 놈들이 무정부주의자가 된다고 하지. 너희는 굳이 말하자면, 세 번째랑 네 번째의 짬뽕인 셈이야.” --- p.151
“너희도 아마 그럴 거야. 소중한 사람. 가족은 물론 그 누구하고도 다른 사람. 누가 나타난다고 해도 결코 대신할 수 없는 존재. 친구라고 해야 하나,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건 너희 판단에 맡길게. 그래, 그 사람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자. ‘그 누군가’라고.” --- p.182
우리는 이토록 늙었지만, 내일은 언제나 누군가의, 다시 말해 당신의 빛나는 미래인 것이다. 오, 그걸로 충분하지 않는가? 그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닌가?
--- p.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