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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667g | 152*225*30mm
ISBN13 9791195006342
ISBN10 1195006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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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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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늘상 과거는 아름답고, 현재는 고통스러우며, 미래는 불안하니.”
고종석이 어떤 심정에서 이 문장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군대에 와 있는 내게 이 문장은 가슴에 박혔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운 과거와 고통스러운 현재를 지나 불안한 미래를 기다리는 존재일까. 3학년까지 보냈던 대학시절이 아름다움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면 철원에서 보내는 군대생활은 고통의 시간을 잉태하고 있다. 제대 이후의 내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하고 막막하다. 철원의 가을 밤바람이 서서히 싸늘해지고 있다. 이제 곧 뼛속 깊숙이 파고드는 철원의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
어느 날, 저 문장을 거꾸로 읽었다. 불안한 미래는 곧 고통스러운 현재가 될 것이고, 그 현재는 아름다움을 남기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불안과 고통의 삶을 견디고 극복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게 될 것이다. ---「『고종석의 유럽통신』를 읽다」

1998년 2월 졸업했다. 1997년 12월 IMF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실상 취업은 불가능했다. 멀쩡하게 입사했던 친구들도 회사에서 쫒겨나던 시절이었다. 운 좋게 대학 행정조교로 일하며 2년의 유예기간을 얻었다. 월급은 적었지만, 시간은 많았다.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살면서 가장 행복하게 책을 읽었던 시절이었다.
……
김현의 독서일기에 탄복했고, 김수영의 자유정신에 감탄했다. 진중권의 날카로운 글에 열광했고, 홍성욱의 잡종 개념에 흥분했다. 옥중 19년 동안 국가폭력에 맞서 싸웠던 서승의 삶에 감동했고, 프랑스에 살면서 조국의 서글픈 현실을 비판하는 ‘기품있는 전사’ 홍세화의 톨레랑스에 공감했다.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이마뉴엘 월러스틴의 제안과 도시 유목민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자크 아탈리의 예견에 밑줄을 그었다. ---「IMF 독서일기」

책읽기는 최소한의 저항이었다. 세상에서 날아오는 펀치를 맞고 다운되지 않기 위해 배에 힘을 주고 가드를 올리는 일이었다.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가벼운 잽이라도 날려 ‘나’라는 존재를 지키는 작업이었다.
서경식의 글을 읽으며 ‘디아스포라’의 슬픈 역사를 알았고, 박노자를 통해 서구중심주의의 허상을 벗겨냈다. 정운영의 칼럼으로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고, 조지프 스티브글리츠의 책을 읽고 1대99의 세계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영화와 소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동진·박찬욱·로저 에버트의 평론은 영화읽기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고, 김훈·코맥 매카시·필립 로스의 문학은 인간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내게 가르쳤다. 이들은 모두 내 스승이다. 오늘도 스승은 독서일기 속에서 날 깨우친다. ---「서른 살 이후의 독서일기」

초판이 78년에 나왔으니까 22년 동안 한국 지식인들 옆에 있었던 책이다. 그러나 그들은 서고 한 구석에 처박아 놓고 읽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읽었어도 애써 외면할 수도 있겠다. 한국 지식인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감안하면 그들은 사르트르를 기억에서 지워버렸음이 틀림없다.
이 사회 어느 누구도 지식인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해주지 않는다. 지배계급이 이런저런 목적으로 그들을 이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들이 할 일은 없어 보인다. 사르트르는 지식인이 자기 존재의 모순을 깨닫고 각성된 인식으로 사회해방과 인간해방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읽다」

‘도서평론가’란 도서관 밖에서 사서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사람이다. 일반인이 책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는 직업이 ‘도서평론가’가 아니겠는가. 전직 출판저널 편집장 출신 이권우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에 발을 들여놓았다.
보통 사람들은 책을 읽고 ‘지식’을 채운 후 타인에게 과시하는데 힘을 쏟는다. 그러나 도서평론가는 책을 읽고 간결하게 정리한 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권우는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책 보따리를 풀어헤친다. ---「이권우의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 읽기』를 읽다」

세상은 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 한 가지 분야만 파도 먹고사는 데 걱정이 없다. 사회도 이런 스페셜리스트에게 대우를 해준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뤄 일류가 되길 꿈꾼다. 그러나 스페셜리스트들에겐 ‘전문가의 함정’이 도사린다. 자기 분야 외엔 문외한이어서 총체적 시각으로 세상을 읽지 못한다. 경제학자들이 97년 IMF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게으른 탓도 있지만 경제적 수치만 분석하는 방법으로 복잡해진 현대를 분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분과학문에 매몰되는 ‘스페셜리스트’이기보다 전반적 교양을 갖추고 통합적 사고를 하는 ‘제너럴리스트’이길” 원했다. 제너럴리스트다운 스페셜리스트를 꿈꾼 다카시는 수만 권의 책을 읽고 무한대의 지적 탐험을 개척하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다」

인천은 뜨내기들의 도시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삶의 터전을 잡았다. 나도 부산에서 태어나 부모님 손에 이끌려 인천에 정착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 붙일 곳이 없었던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응원하며 지역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삼미는 내 기대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팀 최다 실점, 시즌 최소 득점, 1게임 최다 피안타, 팀 최다 홈런 허용, 최다 사사구 허용, 시즌 최다 병살타 등을 기록으로 갖고 있는 삼미는 당시 인천 어린이 팬을 낙담시켰다.
……
살면서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이 더 많이 닥쳐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은 삼미, 청보, 태평양, 현대로 이어지는 인천 연고팀 자체로 절망이겠지만, 절망은 역설적으로 희망을 꿈꾸게 하는 동력이 된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다」

블룸은 가장 독창적인 소설가로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꼽는다. 그들 이후의 작가들은 모두 이들의 아류이거나 변종이다. 햄릿, 돈키호테, 존 폴스타프, 산초 판자스 등 네 명의 허구적 캐릭터도 후대의 소설 캐릭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왜 셰익스피어인가. 그의 희곡은 문학적 힘에 있어서 성서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문헌이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성경이나 신약, 코란 등에서 표현된 인간의 본성과 운명에 대해 셰익스피어만큼 미묘하고 멋진 대안과 비전을 제시한 작가는 없었다. 셰익스피어는 자기-엿듣기의 대가였고, 그가 창조한 인물은 엿듣기에 있어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
셰익스피어가 자기 자신을 숨기는 놀랄만한 기법을 사용한 반면, 세르반테스는 정반대 기법을 창안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환상으로 들어가는 틈새를 잘라버렸다. 돈키호테는 ‘자기 칭송에 대한 영광으로 사는’ 독특한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 스타일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바케트 등이 세르반테스의 상속자들이다.
---「헤럴드 블룸의 『교양인의 책 읽기』는 고전 읽기 길라잡이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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