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이야기해주세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악어를 무찌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아니, 그보다 더 큰 힘이 마음속에 자라는 것이라고요. 어른의 첫 시작은 자신만큼 소중한 무엇, 더할 나위 없는 일, 대체할 수 없는 사람,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는 시점입니다. 그때까지는 그저 ‘어린아이’, 어떤 의미에서는 ‘행복한 아이’였던 존재가 자신 이외의 물건, 일, 사람을 생각합니다. 자신만큼 중요한, 아니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도 소중한 무엇인가를 느껴버리는 것이지요. --- p. 18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엄마의 꿈도 그곳에서 탄생합니다. 엄마는 아이와 한 몸이 되어 그 꿈을 향해 달려갑니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멈추거나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나의 꿈이 곧 아이의 꿈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아이와 엄마의 꿈이 달라지는 순간이 옵니다. 우리는 그때를 ‘사춘기’라 부릅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엄마들은 아이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같은 꿈을 꾸다가 갑자기 자신만의 세계로 숨어버린 아이가 당혹스럽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이제 자신만의 것이 된 꿈을 움켜쥐고 아이의 등 뒤에 서 있습니다. 참으로 쓸쓸한 광경입니다. --- p. 28
아이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그것을 잠에 비유해보세요. 좋은 꿈을 꾸기 위해서 아주 깊은 잠에 든 것이라고, 커다란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잠에 빠진 것뿐이라고 말입니다. 공포와 두려움으로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조용히 다독여주세요. 그 사람이 행복한 꿈에서 깨지 않게 너무 자주 그 사람을 부르거나, 너무 큰 소리로 울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세요. 단언컨대 동화는 어른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임을 기억하세요. --- p. 45
매일 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들어오는 아빠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얼마나 이상하게 보일까요. 자신과 잘 놀아주지 않는다며 불만에 차 있을지도 모릅니다. 잔뜩 지쳐버린 아빠의 모습을 아이가 헤아릴 수 있다면 얼마나 기특하고 좋을까요. 일만 하는 아빠의 모습에 아이가 의문을 품는다면 아빠도 학교에 다녀오는 거라고 이야기해주세요. 아빠도 하루 종일 숙제를 하고, 선생님한테 혼도 나고, 친구들과 공차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보냈다고 말입니다. 조금만 유치해지면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 p. 100
아이들은 질문을 통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방 안에 레고가 잔뜩 널려 있는데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가령, 아이가 형제와 다퉜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우리는 순식간에 솔로몬이 되어 빠른 판단으로 잘잘못을 가려냅니다. 갈등이 발생한 이 상황을 서둘러 정리해주고 싶어 하지요. 중요한 것은 혼내야 할 아이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 대해 아이들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는 일입니다. 어떻게 된 건지 묻고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세요. 내 행동으로 상대의 기분이 어땠을지,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 p. 115
아이의 최근 고민거리나 관심사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 있나요? 아마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엄마에게
조잘대며 털어놓을 것입니다. 어른의 귀가 아닌 아이의 귀로 그 말을 듣다 보면 지금 아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부족하게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주 작은 새에게도 고민은 있습니다. 하물며 하얗게 이가 나고, 말도 하고, 뛰기도 하는 아이에게 고민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 p. 143
간혹 식당에서 형제끼리 음식을 서로 먹여주게 하는 부모들을 보곤 합니다. 자신의 손 안에 있는 것을 먼저 상대에게 주고, 나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동생 먼저 먹여주자며 부모가 손을 떼는 순간 대부분의 아이가 거의 반사적으로 음식을 자기 입으로 가져갑니다. 한 번 실패한 부모들은 또다시 시도를 합니다. 결국 두세 번 만에 어렵게 성공합니다. 나는 그 광경을 두고 믿음을 가르치는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 p. 199
내 뱃속으로 낳았어도 아이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왜 떼를 쓰기 시작하는지, 무엇이 불만인지 모든 것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지요. 아이를 힘겨워하는 엄마들에게 나는 지난 시절 자신의 유년 시절을 잠시 돌아보라고 권합니다. 엄마 자신은 어떤 아이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세요. 나는 어떤 아이였는지, 나를 키울 때 힘든 점은 없었는지, 그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 p. 199